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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May 02. 2023

줄퇴사에도 꿋꿋한 스타트 업의 반전

여덟 번째 퇴사자는 MZ세대 직원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퇴사자는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퇴사해야 하는 직원 1위로 업무 성과나 태도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퇴사 이후 작년부터 이어온 줄퇴사가 두 달째 잠잠해지고 있다. 회사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한참 줄퇴사가 있던 당시에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그냥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난 곧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들이 나가면 과연 누가 이 회사에 오려고 할까? 나조차 자신 있게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라고 자랑할 수 없는 그런 회사인데...라고 되네이며 걱정했다. 떠난 사람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들이야 어디든 갈 수 있지만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난 어디든 갈 수가 없기에 많이 부족한 회사지만 잘 돌아가주기를 바랐다.


모든 직원들이 멘붕에 빠진 건 소위 대표의 아바타로 대표와 직원들의 중간 역할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가 퇴사하면 서다. 난 대표가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대표에게도 그런 사람 또 없으니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었다. 하지만 대표는 이미 마음을 굳힌 건지, 퇴사를 또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본인은 생각이 좀 다름을 내비쳤다. 그런 대표의 모습을 보며 솔직히 고생 좀 하길 바랐다. 사람이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꼈으면 했다.


줄퇴사가 연이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대표는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다시 지휘봉을 흔들며 모든 직원을 한 명 한 명 관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업무를 챙기고 피드백을 주며 하나하나 관여했다. 제안서 PPT를 준비하느라 야근을 하는 일도 생겼고, 그 일로 인해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나간다는 직원도 생겼다. 잠시 놀랐지만 인사담당자의 적절한 대처로 그 직원은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회사는 돌아가고 있었다. 중간관리자가 없어도 능력자 디자이너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었다. 아마도 대표는 이럴 줄 알고 있었나 보다.


도대체 왜? 때문일까?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성과나 결과물의 차이가 생길지언정 회사는 어떻게 서든 돌아간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단번에 회사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또한 회사의 대표는 그 허술한 시스템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보완하려 힘기 때문에 회사는 살아남 가능성이 크다.


우리 회사의 대표는 모자라는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채용을 진행하면서 남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분담시켰다.

우선 중간관리자의 역할 중 직원 관리는 대표가 맡았다. 능력자 디자이너의 역할은 새로 들어온 조금은 부족한 디자이너와 그 외의 직원들이 분담하여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 역시 퇴사자들의 업무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중관관리자가 있었으면 그가 할 일을 통째로 맡았다. 업무가 확장되고 아졌다.  그 외 할 수 없는 일들은 프리랜서를 고용하여 진행시켰다.


직원들의 줄퇴사는 회사가 당장 망하기보다는 남은 직원들이 조금은 불편하고, 힘든 것뿐이었다.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가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회사는 요동치지 않고 대표처럼 꿋꿋했다. 모두 잠깐 동요했지만 곧 잠잠해졌고 업무에 몰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이번 기회로 남은 직원들은 본인 역량 이상의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대표로서는 기존 직원들의 역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줄퇴사의 다음은 채용의 연속

그렇게 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빨랐다.  대표가 이번에도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어떻게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오는 거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너무도 당연한 거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그들은 근무 시간을 준수했고, 회사의 지시사항을 조용히 잘 따랐다. 괜찮은 사람들이 들어오니 회사는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대표가 매우 중요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업무일지인데 새로 온 직원들은 업무 일지도 충실하게 작성했다. 다가 나의 업무 일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누가 귀띔을 해주었는지 새로 온 모든 직원들은 나의 업무일지를 벤치마킹하여 적었고, 심지어 나보다 더 잘 적는 직원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나의 업무 역량이 꽤 은 편이었지만, 새로 온 직원들을 보니 나의 업무 역량이 높다는 것이 지극히 상대적인 평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동시에 묘한 경쟁심까지 생겼다. 이런 기분은 회사 입사 후 처음이었다.


줄퇴사로 문 닫을까 걱정하던 회사 이렇게 반전하고 있.


사무실로 가는 길. 회사가 잘 되서 이런 사무실에서 근무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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