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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무호 May 27. 2024

인간은 잡식동물인가? Part 2. 인류학적 고찰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는 약 46억년 전에 태어났다.


인류학에 따르면, 약 6천만년 전에 영장류(靈長類, Hominoid: 가장 지능이 뛰어난 포유류로, 다른 포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뇌를 갖고 있는 원숭이나 인간처럼 진화한 동물)가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다.


영장류들은 마이오세(Miocene, 중신세(中新世), 약 2천3백만년 전부터 6백만년 전까지의 지질시대)가 시작될 무렵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퍼졌다 [1].


약 6백만년 전에 유인원(類人猿, Anthropoid: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란 뜻으로 영장류 중에 가장 진화된 집단, 원숭이와 달리 꼬리가 없다)으로부터 두 가지 동물이 진화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이족보행을 시작하여 초기 인류가 되었다 [2].  

SB Eaton et al. NEJM 1985


인류의 초기 조상(Hominin, 사람科)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4백만년 전에 나타났고, 인간이라는 의미에 가까운 호모(Homo), 즉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약 2백만년 전에 나타났고, 현 인류에 가까운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에 나타났고, 현대인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약 4만년 전에 나타났다 [3].


https://cdn.britannica.com/36/79536-050-BE1C475B/human-lineage-hominins



구석기(Paleolithic)시대라는 용어는 약 2백만년 전의 초기 인류가 떠돌아다니며 '수렵채집' 생활을 하고, 원시적인 석기 도구를 사용했을 때를 칭한다. 약 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곡식을 재배하고 정착생활을 시작한 '농경'시대를 신석기시대라 한다 [4].


구석기시대, 인류는 뭘 먹고 살았을까?


인간은 생명체의 본질적 목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 종족을 번식하는 두가지 목적을 위해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살기 위해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 더운 열대우림은 물론 건조한 사막이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살아간다.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음식은 지정학적 위치, 계절, 도구 사용 유무에 따라 매우 다양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다른 동물을 죽여서 먹기보다는, 식물을 채집해서 먹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졌다. 따라서 초기 인류의 주요 식사는 열대성 과일, 뿌리채소, 잎채소, 견과류 등 식물식이었다 [5,6].


빙하기란 지구의 기온이 하강하여 지표상 얼음층이 확장되는 시기다. 약 3백만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는 추운 빙기(glacial)와 그 사이 덜 추운 간빙기(interglacial)가 4만년에서 10만년의 주기를 보이며 번갈아 왔다 간다. 인간은 빙하기에 태어나 약 1만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기를 버텨내고 간빙기 때 번성하며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7,8].


인류학자들은 230만년 전부터 140만년 전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모 하빌리스는 평소에는 주로 식물을 먹다가, 추운 빙기에 식물이 자라지 못해 먹이를 구할 수 없을 땐, 육식 동물이 먹다 남긴 동물의 시체를 먹는 하이에나 같은 청소동물(scavenger) 역할을 하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9].


인간의 신체 구조로는 맨 몸으로 동물을 사냥해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부터 고기를 먹게 되었을까?


초기 인류는 주로 식물을 먹었지만, 식물성 먹이를 구하기 어려울 땐, 돌을 사냥 도구로 이용하여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본격적인 사냥은 190만년 전부터 30만년 전까지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가 돌도끼를 이용해 사냥한 고기를 먹으면서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10].


추운 날씨가 지속되자 고기를 사냥해 먹는 빈도가 늘어갔다.


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처음 나타났다. 불은 추위를 이겨내고 들짐승의 위협에 방패 역할도 했다. 생것으로 먹기 어려웠던 고기를 불에 익혀 먹기 편해지자, 고기 섭취가 늘어났다 [11].


날씨가 추운 빙기에는 사냥으로 획득한 동물성 음식이 중심이 되었고, 따뜻한 간빙기에는 과일, 열매 등 식물이 중심이 된 식사를 반복했다. 계절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숲에서 과일을 얻기 힘든 특정 지역(e.g. Savannah: 강한 건조 기후에 의해 형성된 초원으로 풀을 뜯어먹는 동물은 늘어남)에서 고기섭취가 식사량의 50-60%를 넘는 경우도 있었지만,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식물식이 식사량의 90%를 차지하였다 [12].


인류의 식사는 3번 크게 변화했다.


약 6백만년 전, 유인원에서 진화된 초기 인류는 수백만년 동안 아프리카 숲 속에서 과일, 채소 등 탄수화물이 많은 식물성 음식을 먹다가 약 3백만년전 빙하기에 들어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게 된 게 첫번째 변화고, 약 1만년전 빙하기가 끝나고 '농경'이 시작되면서 곡물 섭취가 늘어나 다시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로 돌아온 게 두번째 변화다 [13]. 


18세기 말에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곡물 생산의 비약적 향상과 곡물 정제, 보관 기술이 진보하여 설탕이나 빵 등 가공된 탄수화물 식품 섭취량이 크게 늘어났고, 목축의 발달로 곡물을 먹여 살찌운 가축의 기름진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게 세번째 변화인데, 이것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었다 [14].




어떤 음식이 인간에게 가장 적합할까?


한때 구석기 다이어트(paleo diet)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초기 인류에는 비만과 심혈관질환이 없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구석기 사람들이 먹었던 식단을 반영한 식사법이다 [15].


원시인 다이어트라고도 불리는 이 식단의 기본 전제는 간단하다. 농업 혁명을 통해 곡식을 많이 먹고 가공식품을 먹기 시작하면서 살이 찌고 심장병이 생겼으니, 농업 이전인 구석기시대에 먹던 음식들이 인간 건강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야생 식물 및 야생 동물로 구성된 농업 이전의 식단을 권하는데 고기, 가금류, 생선, 계란, 과일, 채소, 견과류는 섭취하고 가공 식품, 곡물, , 우유, 설탕은 먹지 않는다.


구석기 다이어트에는 몇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 현대적 서양식 식단에 많은 정제 탄수화물, 튀긴 음식, 패스트푸드, 우유 및 유제품을 피하고, 과일, 채소, 견과류 섭취는 권장하며,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은 좋은 점이다. 하지만 고기 섭취 권장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오늘날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가장 흔한 병인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간질환, 호흡기질환, 뇌졸중, 암 등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이 고기 섭취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간과했다 [16].


특이한 점은 곡물과 콩 섭취를 금하는 것이다.


곡물과 콩에 많이 들어있는 렉틴이 인간의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2017년 미국 의사 건드리(Dr. Gundry)가 쓴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에도 똑같은 말을 한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한 때 열풍을 일으켰다.


렉틴(lectin)이란 무엇인가?


식물도 생명체라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를 가진다. 외부적으로 줄기나 잎에 가시를 만들고, 내부적으로 독성 물질을 품어 자신을 보호한다. 식물 내부에 존재하는 독성 성분으로는 렉틴뿐만 아니라 피틴산, 옥살산, 피토헤마글루티닌, 글루텐 등 수천 종이 있다. 실제로 생 콩을 섭취하면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콩을 먹을 때는 항상 조리된 형태로 섭취하고, 렉틴은 열을 가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콩 음식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7].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만약 렉틴이 문제라면 렉틴이 많이 든 콩류를 먹어온 민족은 단명하거나 이미 소멸했을 것이나, 전 세계에서 콩류를 많이 섭취하는 민족일수록 건강하고 장수한다 [18]. 콩의 섭취는 당뇨병, 심장병, 암 그리고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유익한 것으로 이미 검증되어져 있다 [19.20,21,22,23,24]. 


곡류도 마찬가지다. 통곡물 섭취를 많이 할수록 당뇨병, 심장병, 암 등 각종 질환을 예방하여 조기 사망률을 낮춘다 [25,26].


따라서 곡물과 콩을 먹지 않아야 건강해진다는 주장은 난센스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오래 사는 블루존(blue zone,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5개 지역으로 이탈리아 사르데냐·일본 오키나와·코스타리카 니코야·그리스 이카리아·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음식으로 곡물과 콩을 매일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27,28].


왜 플랜트 패러독스와 같은 사이비 과학이 만연하는 걸까?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건강 정보를 얻는다. 정보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해당 정보를 유통시킨 저자가 그 정보를 통해 얻게 될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지적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건강정보는 글쓴이의 이익을 반영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닥터 건드리는 그의 홈피에 렉틴보호(Lectin shield)라는 고가의 보충제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의 홈피를 한번 들어가 보라. 수많은 약 선전에 놀랄 것이다 (아래사진) [29].


2020년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구석기 다이어트는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구석기 다이어트가 다른 식이요법에 비해 공복 혈당, 인슐린 수치, 당화혈색소 수치에서 유의미한 향상이 없었다. 오히려 특정 음식군을 제한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를 경험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양소 결핍을 초래하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


구석기 다이어트는 인간에게 적합한 식단이 아니었다.




인간은 다양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고등 영장류 계열에서 유래했다. 인간을 낳은 조상 계통(인류과)의 식단은 대부분 과일 등 식물일 거라는 데 학자들은 동의한다 [31]. 약 2백만년 전 인류가 석기 도구로 동물 시체를 잘라서 먹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다. 이러한 자료가 육식의 증거로 보여줄 순 있지만, 식물성 식품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식단에서의 비율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32]. 


인간은 처음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진화했고, 구석기시대 수렵채집인들이 다양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생활 범위를 확장했기에 지역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있다. 식물을 구하기 쉬운 내륙지방에서는 식물식이 50-80%를 차지했지만, 극지방에서는 육식이 90%를 차지했다 [33,34].  


수렵채집인들은 생존을 위해 특정 식품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식품을 주로 섭취했다(그것이 동물성이던 식물성이든 관계없이). 동물을 산채로 잡아먹기는 힘들기에, 과일이나 견과류 등 획득하기 쉬운 식물성 식품이 인간이 필요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얻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다. 일부 지역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육식, 즉 야생 동물의 지방과 단백질에서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대인에게 이상적인 식단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초기 인류는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소량의 콜레스테롤이 포함된 식품을 가끔 섭취하였고, 식물에 많이 든 섬유질은 콜레스테롤을 쉽게 배설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인체에 필수 성분이라 모자라면 안되기에, 몸에서 필요한 양만큼 스스로 만들어내고, 담즙 등으로 사용 후엔 소장 끝부분인 회장(ileum)에서 재흡수하여 콜레스테롤을 가능한 몸에 붙잡게 진화했다. (*콜레스테롤 상세 설명 -> 의사가 말하지 않는 콜레스테롤의 숨겨진 진실 )


식품 산업이 발달하면서 갑자기 계란, 치즈, 치킨, 돼지고기, 소고기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현대인의 주식이 되었다. 넘쳐나는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의 수용 한계를 벗어나자, 혈관벽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퇴적해 쌓이면서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겼다. 미국인 사망원인 1위가 혈관이 막혀 생기는 심장병이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35].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 예를 들어 개에게 매일 100g의 콜레스테롤을 먹여도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지만, 토끼에게 하루 2g의 콜레스테롤을 먹이면 2개월 후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겨 혈관이 망가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다고 인간이 육식동물이 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먹으면 혈관이 망가지기에 기본적으로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이지, 개나 고양이 같은 잡식 또는 육식동물이 아니라고 미국 심장학회지 편집장이었던 윌리엄 로버트 박사는 말했다 [36].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적은 식품을 먹는 게 건강에 좋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콜레스테롤 관리 지침(NCEP:National cholesterol education program)에 따른 식단, 약 1만년 전 신석기 식단(Neolithic: 곡류 및 콩을 포함한 채식 식단), 약 600만년 전 초기 인류 식단(Simian:곡류 및 콩 등 전분음식을 제외한 채식 식단)을 재구성하여 2주간 실험해 본 결과, 국립보건원 식단으로 떨어지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비해 신석기 및 초기 인류 식단이 콜레스테롤 감소에 3-4배 더 효과 있음이 확인되었다 (아래 도표) [35].




인류 역사에서 구석기시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약 2백만년 전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종'이 나타나고, 약 1만년 전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시대까지의 시간에 걸쳐 있는 게 구석기시대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해서 21세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재까지 약 1만년이 걸렸다. 2백만년의 시간 중 199만년의 시간을 차지하는 구석기시대를 백분율로 표시하면 99.5%다.


인간이 육식을 하도록 진화했다면 구석기시대를 지나면서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육식동물처럼 혈관에 이상이 안 생기게 유전자가 바뀌었을 것이나, 육식을 많이 하는 현대인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고생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의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다 [37].


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했던 구석기 다이어트는 선사시대 중 '호모 종'이 나타난 2백만년 전부터의 식습관을 고려한 것이지, 2백만년 이전 식습관은 고려하지 못한 큰 오류가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를 이해하려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기를 먹기 시작했던 2백만년 전이 아니라, 인류의 기원인 6백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전자는 필요에 의해 바뀐다.


육식동물은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비타민 C를 생산해 내나, 초식동물은 음식에서 비타민 C를 얻는다. 인간의 DNA 속 비타민C 합성 유전자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왜냐면 초기 인류 때부터 식물식을 통해 비타민 C를 충분히 흡수해 왔기 때문에, 굳이 체내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38].


비타민 C는 고기·생선·우유·계란에는 들어있지 않고, 과일·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육식인은 비타민 C 결핍증이 생기기 쉽고, 채식인은 비타민 C 결핍증이 생기지 않는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에 조리없이 자연상태 그대로 먹는 게 좋고,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분은 소변으로 배출되기에 몸에 축적이 안된다. 신선한 과일·채소를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인간의 유전자는 초기 인류의 유전자와 거의 비슷하기에, 현대인이 겪는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게 지난 100년간 급속도로 발전된 현대화된 식품들이다 [39].   


우리가 식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구석기시대 사람의 평균 수명은 25-30세에 불과했다. 여러가지 다른 환경적인 요소를 감안한다 하더라고 구석기 식습관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40].


현대인은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기에 고대 식습관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가공되지 않은 식품인 과일, 채소 섭취를 늘리고, 많이 움직이는 건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구화된 생활방식(육식과 비활동성)이 만성질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41,42].


구석기시대까지 안 가더라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채식을 주로 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농촌지역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키는 죽상동맥경화증이 거의 없고 당뇨, 고혈압, 비만, 암 또한 드물다 [43,44].

 



인간의 본성은 어떤가?


https://viva.org.uk/health/the-evolution-of-a-vegan/


위 사진의 어린양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육식이 본성인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양을 보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아있는 동물의 살점을 먹으라면 사람들은 먹지 못한다. 길을 가다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보고 육식동물처럼 군침을 흘리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끔찍하다 생각하고 고개를 돌린다.


사진출처: 망원동 바히네


인간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위 사진과 같은 달콤한 과일이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고 입맛이 다셔지는 것만 봐도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과일을 주로 먹는 채식(Frugivore)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일에는 다양한 맛이 있다. 사과는 사과 맛, 딸기는 딸기 맛, 오렌지는 오렌지 맛, 바나나는 바나나 맛..


그럼 고기의 맛은 무엇인가?


우리가 과수원에 가면 과일을 따다 바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정육점에 가서 진열된 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육식동물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왜냐면 고기 본래의 맛은 비린 맛이라 요리하지 않고서는 역겨워 바로 먹을 수가 없다. 인간은 육식동물처럼 고기를 날 것으로는 먹지 못한다. 열을 가해 본질을 변형시켜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다. 그마저도 각종 양념을 첨가해 양념갈비, 불고기 등으로 조리를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고기의 맛보다는 양념 맛을 더 좋아한다. 생각해 보자. 이 양념들은 어디서 왔는가? 거의 대부분이 식물 아니던가?


만약 식사를 할 때 동물을 직접 죽여서 먹어야 한다면,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며 거부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육식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틀즈 멤버인 폴 메카트니는 "도살장 벽이 유리로 되어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이 육식을 그만둘 것이다"라고 피비린내 나는 공장식 축산의 잔인성을 지적했다.


리가 먹는 고기들은 어떤 도살 과정을 거쳤는지 볼 수 없게 시스템화되어 있기에, 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른다. 불에 굽고 튀기고 갖은 양념으로 변형시킨 고기 맛에 길들여져 있지만, 실제 인간은 날고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존재다.


인간은 동물이다.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도 동물적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은 아니다. 육식을 할수록 병이 많이 생긴다는 건 인간이 육식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가장 완벽한 증거다 [45,46].  




‘혼유사고’라는 말이 있다.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거나 혹은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하여 자동차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연료는 음식이기에 인체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원료는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이다.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원이 될 수는 있지만, 지방은 분해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나오고, 단백질은 분해시 암모니아라는 독성 물질이 나와 몸에 해롭다. 그에 반해 탄수화물의 분해산물인 포도당은 대사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이외에 다른 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몸에 해가 없는 깨끗한 청정에너지원이기에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료다 [47]. (*탄수화물 상세 설명 ->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친다 )


단것을 찾는 인간의 본능은, 탄수화물이 많이 든 과일을 좋아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사람의 본성을 왜곡하고 세뇌시켜 몸에 해로운 육식을 권한다. 여러가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연료를 차에 넣으면 탈이 나듯이, 인체에 맞지 않는 연료를 넣으면 대사질환(당뇨,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 생긴다. 이런 대사질환들을 통틀어 독일에서는 '문명병'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문명의 발전에 따른 음식들이 인간의 본성에는 맞지 않아 병이 생겼다는 말이다.


대사질환의 원인은 잘못된 연료이기에, 올바른 연료로 바꾸어주면 대부분의 대사질환은 쉽게 치료되고 예방도 된다.


세계 최고의 심장병 전문 병원인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닥터 에셀스틴(Esselstyn)은 198명의 관상동맥 질환자(심장 혈관에 생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허혈성 심장병)에게 채식 교육을 한 후 평균 3.7년 추시 관찰 결과, 채식을 준수 안한 군(21명)의 62%에서 심근경색 또는 뇌경색이 발생한 반면, 채식을 준수한 군(177명)에서는 0.6%만이 발병했다. 인간에게 바른 연료인 채식은 혈관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심장병의 진행을 막을 뿐 아니라, 말기 심장병 환자를 완치하기도 한다. (아래사진설명, 그림 1: 채식 후 불과 3주만에 심장 근육의 혈류 순환이 회복된 PET CT 사진. 그림 2: 막혔던 관상동맥이 고지혈증약 사용 없이 채식 후 완전히 회복된 관상동맥조영술 사진) [48].


2018년 하바드의대 발표에 의하면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면 연간 조기사망자 수의 1/3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간 전세계 사망자 중 약 3천만명은 조기사망이니, 식사만 바꾸어도 무려 약 1천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가 있다 [49].




우리가 육식동물, 잡식동물, 초식동물이라 쉽게 말하지만 사실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육식동물에도 여러가지 분류가 있다. 육식동물이 주로 고기를 먹지만 대부분은 고기뿐 아니라 식물도 먹는다. 초육식동물(Hypercarnivore)은 식사량의 70%를 고기로 채우고, 중육식동물(mesocarnivore)은 50%, 저육식동물(hypocarnivore)은 30%다 [50]. 초식동물도 거친 풀을 주로 먹는 반추동물(ruminant), 씨를 먹는 종자식동물(granivore), 잎을 먹는 엽식동물(folivore), 과일을 먹는 과일식동물(frugivore) 등으로 분류한다. 잡식동물은 그 중간 어디쯤에 속하는데, 분류자에 따라 달라진다 (아래 도표).

https://viva.org.uk/health/physiology-vegan/


자연은 복잡하고 예외도 많다. 판다곰은 모양이나 계통학적으로 육식동물에 속하지만 하루종일 대나무만 먹는 초식동물이다. 육식하는 식물(carnivorous plant)도 6백여종이나 존재한다 [51].


인간은 어디에 속할까?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고기를 어느정도 먹고사는 사람도 있고, 고기만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콜레스테롤 과잉으로 심장병이 생기고, 섬유질 부족으로 인한 변비로 고생한다.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먹는 약의 수량이 늘어나고, 적게 먹을수록 약 수량도 줄어든다. 먹는 약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병이 많다는 의미다 [52].  


인간에게 고기는 맞지 않는 식품이고, 많이 먹을수록 병이 생겨 빨리 죽는다.


그에 반해 과일과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심장병 및 각종 암 발생을 줄여 오래 산다 [53].   


왜 채식을 하면 혈관이 깨끗해지면서 건강해질까?


기나긴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먹어 왔고 적응된 것이 바로 채식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따라 생존을 위해 육식도 하였지만, 인간은 고기를 먹어도 문제가 없게 진화되지 않았다.  


인간은 잡식동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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