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이란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괴로움은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이다 [1].
'Cancer without disease' 란 아무런 증상이 없기에,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는 암을 말한다.
하버드의대 팔크만(Judah Folkman) 교수가 네이처(Nature)지에 2004년 처음 발표한 내용이다 [2].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을 부검한 결과, 40-50대 여성 40%는 유방암을, 50-60대 남성 50%는 전립선암을, 60-70대가 되면 남녀 불문하고 거의 100%에서 갑상선암을 가지고 있었다 [3,4].
중년이상 나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이런 '국소 미세암'(in situ microscopic cancer)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암이 성장하여 삶에 위협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암을 다 발견해서 치료하면 좋을까?
당연히 아니다.
과잉진단에 따른 과잉치료로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검진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검진을 많이 한다 [5].
건강보험공단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장인은 직장에서, 노인은 노인요양법에서 주기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CT, MRI, PET-CT 등 특수 검사까지 포함하는 고가의 종합검진 상품을 구매하고, 이런 검진을 직원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는 직장들도 있다.
요즘은 '효도 검진'이란 이름으로 부모님께 수백만원짜리 종합검진 패키지를 명절에 선물하는 게 유행한다. '암 검진은 좋은 것'이라는 효심이 깔려있어 갸륵한 일이다 [6].
하지만 노년층의 검진에는 대부분 1-2개의 이상소견이 발견될 수 있어 '효도검진'이 아니라 자칫하면 '불효 검진'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오던 분들도 일단 이상 소견이 나왔다 하면,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암'이 의심된다고 하면, '암'이라는 말이 가지는 공포감에그냥 있지 못하고, 여러가지 검사들을 추가로 하면서 예기치 못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읽은 글 중 인상 깊은 게 있어 하나 소개한다.
저명한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로스버그(Michael Rothberg)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아래와 같은 기고문을 실었다. 제목은 'A Piece of My Mind. The $50,000 physical'(따끔한 말 한마디. 5만불짜리 건강검진) [7].
저자의 아버지는 85세로 고혈압과 심장기능이 약간 떨어진 외에는 건강하게 잘 살던 분이다. 이사를 하면서 인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배를 만져보곤 대동맥이 커져있으니 '대동맥류'가 의심된다며 초음파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대동맥은 정상인데 췌장에 뭔가 이상한 게 보인다 해서 CT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췌장은 정상인데 간에 혹이 하나 보인다며 '간암'이 의심된다고 했다.
아버지는 "나이도 있고, 그동안 잘 살았으니 더 이상 검사는 하기 싫다"라고 거부했다. 하지만 여동생은, 치료를 받으면 몇년이라도 더 살 수 있다고 아버지를 설득해 '간 전문가'에게 데려갔다. 치료계획을 세우기 위해 먼저 조직검사를 해야 했다. 검사결과, 다행히 간암은 아니고 양성 종양인 '혈관종'으로 나왔다. 하지만 조직검사 시술과정에서 피를 많이 흘려 거의 죽을 뻔했다. 그 과정에서 10 봉지의 피를 수혈받았다. 그는 심한 통증으로 몰핀(morphine)을 맞아야 했고, 약물 부작용인 배뇨장애로 소변줄을 꼽아야 했다.
병원비 청구서엔 무려 5만불이 찍혀있었다.
답답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적합한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애초에 건강검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단 시작하는 순간 의사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엔 없다. 왜냐면 나중에 무슨 병이 발견되었을 때 초기 검진한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물론 검진에서 심각한 병을 조기에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지극히 드물고(저자는 기고문에 'serendipitous'란 표현을 했는데, 이 뜻은 '완전 우연히 발견된 아주 뜻밖의 행운'), 대부분은 과잉 진단으로 고생하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에게 하는 건강검진을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만약 검진에서 암이 의심된다거나, 암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이란 우리가 발견하기 훨씬 전에 이미 '전이'하는 성질이 있다는 걸 알면, 암에 대한 대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걸 이해할 것이다.
암 치료는 보존적으로 해야 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전이' 때문인데 암 치료를 위해 행하는 소위 표준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는 물론이고 심지어 바늘을 이용한 조직검사도 암 전이를 촉진한다 [8].
수술은 해당 부위를 크게 잘라내거나 장기 전체를 떼어낸 뒤 인접 림프절까지 몽땅 제거하는 대수술이 되기 쉽다. 그런데 암은 건드리는 순간 날뛰게 된다. 메스로 암을 제거할 때 암을 둘러싼 조직과 혈관을 자르게 되는데, 이때 손상된 혈관을 통해 암세포들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9].
수술을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이미 전이된 미세 암세포가 어디로 가 있는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로 융단폭격을 해야 한다.
전이 방지를 위해 투여하는 항암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전이를 더 쉽게 만든다.
항암제의 대부분은 '독약' 또는 '극약'으로 분류된 독극물이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인 폐, 신장, 골수를 망가뜨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암과 싸워야 하는 백혈구 등 면역세포까지 파괴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암이란 게 면역력이 약해서 생긴건데, 그나마 남아 있던 면역세포까지 항암제로 손상되면, 암의 성장과 전이는 더 쉽게 일어난다.
실제로 항암제는 장기를 둘러싸고 혈관과 면역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질(stroma)을 파괴한다. 간질은 정상 조직에서 암의 전이를 막는 중요한 방어벽 역할을 하지만, 항암제로 파괴되면 전이가 더 잘될 수밖에 없다 (아래그림) [10,11,12].
DW Perkins, et al. Iscience 2024
방사선치료는 거부감이 비교적 적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방사선은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기에 CT검사 등을 자주 하지 말라고 한다 [13]. 하지만 암을 치료하기 위해, 그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을 쬐라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방사선치료가 수술이나 항암제에 비해 비교적 몸이 덜 손상되는 건 맞지만, 방사선 치료도 암 주위를 둘러싼 정상 조직을 파괴해 암세포가 정맥이나 림프관을 통해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게 만듦으로써 전이를 촉진한다 [14,15,16].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항암치료다.
일반적으로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기 위해, 혹은 수술 후 전이 및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치료를 권한다.
의사는 "암 크기를 좀 줄여 수술하면 완치할 수도 있다.""전이가 있을지 모르니 예방 차원에서 하는 게 좋겠다." "마침 새로 나온 약이 있는데 5년 생존율이 증가하고, 일부에서 '관해'되기도 한다." "현재 신약 임상연구 중인데 비용은 무료다." 등의 말을 들으면 하루라도 빨리 암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 항암치료를 덜컥 시작하게 된다. 항암제는 독한 약이라 알고는 있지만 의사가 좋다고 하니 믿고, 혹시 나에겐 특별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주기적인 피검사에서 종양수치(CEA, AFP, PSA 등)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에 안도하고, 몇달 뒤 CT 검사에서 암 사이즈가 줄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며 '나는 완치가 될 수 있겠구나'는 희망을 가지고 더욱 항암치료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항암제의 독성으로 부작용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약을 계속 사용하긴 힘들어지고, 내성이 생겼다며 더 독한 약으로 바꾸면 결국 견디다 못해 투약을 중단하게 되고, 암은 다시 빠른 속도로 재발하여 1-2년 후 사망한다. 이런 일은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독자분들에게도 익숙한 스토리 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여기서 암환자에게 쓰는 '관해'라는 표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관해는 "암세포가 항암치료에 반응해서 없어졌다"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환자나 가족들은 암이 완치된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암을 추적하기 위한CT나 MRI 검사는 0.5cm보다 작은 것은 진단하지 못하기에, 사진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이 작아졌다는 것이지, 완치되어 암이 진짜로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더라도, 암의 크기를 줄이고 성장을 억제하는 정도지, 완전히 암이 100% 사라질 확률은 희박하다.
불행히도,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약은 없다.
항암제는 빨리 자라는 세포를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빨리 자라지만, 정상세포 중에도 빨리 자라는 세포인 머리카락, 소화기관, 골수(*뼈 속에 있는 스폰지 모양의 구조물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같은 혈액세포를 생산한다) 등이 암세포와 같이 공격을 받아 손상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탈모, 구역, 구토, 설사, 손발저림, 빈혈, 백혈구 감소로 인한 면역 저하로 가벼운 구내염부터 심각한 폐렴까지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 [17]. 이런 항암제 독성에 견디다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고,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항암제 사용 환자의 27%는 암 자체보다 항암제의 독성으로 사망한다 [18].
최근, 필자의 인척 중 한 분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75세 남성으로 비교적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계셨던 분으로 자식들의 권유로 고가의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췌장에 조그만 혹이 하나 보이는데 암일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암이라는 소리에 충격을 받고, 서둘러 조직검사를 한 결과 췌장암이라 판정받았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를 수소문해서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병원 2군데를 갔는데 수술하긴 어렵고, 항암제 치료가 최선이니 한번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항암제의 독성이 무섭긴 했으나 유명한 교수가 그렇게 말하니 기대반 의심반하며 매주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주 1회 항암주사를 6개월간 맞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간에 전이된 게 발견되고 얼마뒤 사망했다. 검진 후 10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만약 검진을 안 했다면 그 당시 건강상태로 보아 최소 3-4년은 문제없이 살다 약 80세 경 기대수명을 다하고 노환으로 돌아가셨을 거라 생각된다. 매주 보호자와 서울까지 왕복하는 비용과 수고를 차치하더라도 환자가 겪은 고통(항암주사 후 아무것도 못 먹고 1-2일 누워있는 등..)은 무엇을 위한 거였을까? 한번만 더 맞으면 혹시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희망고문'이 아니었나?..
환자가 돌아가신 후에 가족들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지만 그 담당교수는 최선을 다한 것일까? 항암제는 그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몰랐을까? 도움이 아니라 그동안 환자 및 가족이 겪어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원래 췌장암은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기에, 미국에서도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췌장암 발견을 위한 검진 및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해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19].
참 답답한 작금의 의료 현장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최근 이러한 경험을 한 연유이다.
환자 입장에서 항암치료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결정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런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 하나 있다.
동경에 있는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인 게이오 대학 의학부를 수석 졸업하고, 모교 대학병원에서 약 30년간 암 치료를 전공하다 은퇴한 '곤도 마코토' 박사가 쓴 아래 책이다.
그는 항암치료를 권하는 일반 의료계와는 달리 항암제의 독성과 수술의 위험성 등 암 치료에 대한 선구적인 의견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계몽한 공적으로 일본에서 권위와 명성이 높은 '기쿠치칸 상'을 2012년 수상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모든 암은 발견된 시점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를 했든지 혹은 안 했든지 둘 중에 하나다. 전이가 없는 암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더라도 앞으로 전이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가짜암'이라 말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치료 또는 무치료로 충분하다. 그에 반해 '진짜암'은 발견 당시 이미 병소가 아주 작더라도 전이가 되어 있기에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를 하더라도 낫지 않는다. 따라서 이 역시 최소한의 치료 또는 무치료로 충분하다.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암에 대한 대처는 간명해진다.
'가짜암'인 경우 항암치료를 하나 안 하나 별 차이가 없기에 할 필요가 없다. 간혹 수술 또는 항암제로 완치했다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가짜암'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암'인 경우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낫지 않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
‘진짜암’과 ‘가짜암’은 어떻게 구분하나?
암은 현미경을 통해 관찰된 세포의 ‘생김새’에 따라서 판정된다. 세포의 배열이나 모양, 또는 세포핵의 윤곽이 불규칙해지는 등 형태가 나쁘면 ‘암’으로 진단되는데. 똑같이 생김새가 나빠도 전이로 생명을 앗아가는 ‘진짜암’이 있고, 전이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 ‘가짜암’이 있다. 암의 절반 이상은 ‘가짜암’이다. 병리검사에서는 ‘진짜암’과 ‘가짜암’은 같아 보인다. 사람의 생김새로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없듯이, 암세포의 모양만 가지고 전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단, 여기에 해당되는 암은 덩어리를 만드는 고형암(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대장암, 자궁암 등)이며, 항암제로 나을 가능성이 있는 백혈병이나 악성림프종 등 혈액암은 해당되지 않는다. 가짜암이라도 후두암, 식도암, 담관암 등은 기도, 식도, 담도를 막아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있기에 상황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요한다.
항암제로 암의 크기는 다소 줄일 수 있지만(*가끔 암이 사라졌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사라진 게 아니고 검사로 발견할 수 없는 크기로 된 것뿐이다. 1mm 크기의 병소에도 암세포가 1백만개 존재한다), 사멸시킬 수는 없기에, 항암제의 독성으로 치료를 그만두면 줄었던 암이 급속도로 다시 자란다.
헛수고다.
항암제는 연명효과가 아니라, 강한 독성으로 정상 장기를 망가뜨려 오히려 수명이 단축된다. 수명이 조금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의 고통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암 검진을 반대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만약 '진짜암'이라면 발견된 순간 이미 타 장기로의 전이는 이루어져 있을 거니 치료의 의미가 거의 없고, 만약 '가짜암'이라면 몸 안에 암세포가 있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고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며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조기 발견은 행운이 아니고, 혹시 암이 발견되더라도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고통이 적고 더 오래 산다 [20].
막상 자신이 암 선고를 받고 의사가 항암치료를 권유하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항암제의 실상을 잘 모르는 환자들은 "항암제가 표준치료며, 연명 효과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다. 더욱이 새로 나온 '신약'이라면 큰 의심없이 항암치료를 받아들인다.
2017년 영국의학저널(BMJ)에 항암제의 실상에 관한 내용이 발표된 게 있어 소개한다 [21].
현재 새로 나온 대부분의 항암제들은 큰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약들은 환자에게 암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나, 실제로는 환자에게 해를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비싼 약값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에도 압박을 준다. 왜 이런 약들이 유럽 연합의 의약품 평가 및 감독 기관인 유럽의약품기구(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의 승인을 획득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규제가 느슨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감독 기관의 예산 89%가 제약회사로부터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FDA 도 문제가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디마그노(DiMagno) 교수는 항암제에 대한FDA의 신속승인 제도는 환자나 가족 그리고 추종자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으로, '출시가 늦어지면 환자에게 손해'라는 명분이 있기에 제약회사에서는 손쉽게 약을 출시하고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나 바이옥스 등 심각한 약물 부작용 문제를 경험한 의사 입장에선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이런 신약들은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기에 우려한다고 했다 [22].
FDA에서 항암제 효과를 따질 때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었다면 신속승인을 해주지만,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삶이 연장되지 않는, 종양 크기 30% 감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종양크기가 줄었다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들은 환자에게 헛된 희망(false hope)을 주고, 심각한 재정적 낭비를 초래한다.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각종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런 약들이 실제로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연장하는가? 회의적인 현실을 비판한 영국의학저널 편집자 논평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판이 허가된 대부분의 항암제들은 환자의 수명을 늘린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다만 암의 크기가 줄었다는 등 정황적인 근거(surrogate outcomes)만으로 약의 시판을 허용한다. 신약 중 절반은 수명 연장 효과가 전혀 없었고,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약들도 연장된 기간이 평균 2개월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항암제의 비용은 연간 10만불을 넘는다. 항암제 사용에 대한 현 규제시스템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23].
그래도 "이 약은 FDA 승인을 받았으니 안전하고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신약 항암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24].
기존의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공격해서 독성을 일으키는데 반해,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존재하는 특이한 수용체(특정 단백질)를 찾아서 공격하는 약제들이라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본래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변화한 세포들이라, 암세포의 수용체가 정상세포에도 어느정도 존재하기에 정상세포의 손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치료 초기에는 비교적 효과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물에 내성이 생겼다며 다른 약물로 교체하자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25].
3세대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잘 작동되도록 하는 작용이므로 다른 항암제에 비해서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볼 확률이 낮고, 일부에선 자가면역질환 같은 면역 관련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26].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암세포를 면역으로 쳐부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마법의 총알'(magic bullet)이란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표적항암제' 중 하나인 엘로티닙(Erlotinib)의 효과를 기술한 논문을 한번 살펴보자 [27].
569명의 췌장암 환자를 기존 항암제 단독사용군과 엘로티닙 추가 사용군으로 나누어 비교 실험한 결과, 엘로티닙 추가군에서 생존율이 의미 있게 향상되었다(overall survival was significantly prolonged). 즉 효과가 꽤 있다는 말이다. 효과있는 약이라 설명하면 환자들은 큰 의심없이 한번 시도해 보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얼마나 수명에 도움이 되는지 환자들은 알지 못한다.
다시 논문으로 들어가 보자. 엘로티닙을 사용하지 않은 군의 생존수명 중앙값(median)은 5.91개월인데 반해 엘로티닙 사용 군은 6.24개월로 늘어나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아래 그래프 -> Kaplan-Meier curves).
MJ Moore, et al.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07
그런데 잠깐, 6.24-5.91= 0.33개월인데..
1개월도 아닌 불과 10일 정도 수명이 연장된 걸 '효과가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거짓말은 아니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 약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항암제의 비싼 비용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다.
항암치료 전문가들이 보는 'The Oncologist' 라는 저널에 실린 내용으로, 그런 상황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제목은 "New cancer drugs at the cost of bankruptcy: will the oncologist tell the patients the benefit in terms of days/weeks added to life?"(새로운 항암제는 파산이 될 정도로 비싸다. 의사는 환자가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정확히 말해줄까?) [28].
위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내 남편이 위암환자인데 간에 전이는 되었지만,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항암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약값이 너무 비싸서 집을 팔기로 했다." 환자와 가족은 실제로 얼마나 수명이 연장되는지 잘 모른다. 논문에 알려진 그 항암제의 효과는 약 3개월의 수명 연장인데, 그 3개월을 얻기 위해 그 부인과 아이들이 평생 가난에 시달리게 해야 하나?
이전 단락에 예시한 췌장암의 경우, 엘로티닙을 사용하여 평균 수명을 10일 연장하기 위해 그 약 하나에만 매달 4천3백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29].
미국의 경우 개인 파산의 60% 이상이 비싼 병원비 때문에 생긴다.암환자의 1/2 이상은 개인 파산을 신청하고, 1/3 이상은 집을 팔 생각이라고 한다 [30].
이런 비싼 비용과 신체적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고, 수명 연장이 확실하다면 해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암제의 연명효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2년에서 2014년까지 FDA 승인된 71개의 항암제의 연명효과를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평균 2.1개월에 불과했다 (아래도표) [31].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이게 민낯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환자나 가족이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할까?
미국암학회 부회장 쉴스키(Schilsky) 박사와 하버드의대 슈니퍼(Schnipper) 교수는 2018년 국립암연구소 저널 편집자 사설을 통해새로운 항암제들은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 옷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32].
두 직공이 황제에게 멍청하거나 무능한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멋진 새 옷을 약속하는 이야기다. 직공들은 새로운 옷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받고, 왕국 전역에서 모두가 황제의 아름다운 옷에 경탄하지만, 어린아이가 "황제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소리친다.
항암제 개발은 지속적인 의학적 요구와 엄청난 수익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진행해 왔다. 혁신적인 일부 약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물들이 환자 결과에 미미한 개선을 가져왔다.
2003~2013년 동안 미국 FDA와 유럽 의약품청에서 승인한 53개의 암 치료제 중 43%만이 3개월 정도 생존율을 개선했고, 45%에서는 부작용이 증가했고, 30%는 생존율 개선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최근 도입된 면역항암제 등 많은 약물들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항암제 가격은 300% 증가했으며, 현재 한 달 비용이 약 1만불을 초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싼 약 가격과 임상적 결과 간에 명확한 관계는 없다.
따라서 저자들은 새로운 약들이 진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이를 개인 및 사회적 비용과 연관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보다는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둘째, 약물 승인에 대한 현재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셋째, 저널 편집자들은 약물의 임상적 결과에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여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꿈의 항암제'라며 매스컴이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지만, 임금님의 새 옷 같은 경우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동화 속의 어른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를 봐야, 현재 항암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알고 해결할 수 있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
치료계수(therapeutic index)라는 말이 있다.
약물의 독성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말로, 예를 들어 치료용량이 1g인 약물을 10g 복용하면 죽을 수 있다면 이 약물의 치료계수는 10 이 된다. 치사용량을 치료용량으로 나눈 값이 치료계수이다 [33].
안전한 약물일수록 치료계수가 높다. 대표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치료계수는 1000에 가깝다.
즉 1g이 치료용량이면, 페니실린으로 죽으려면 1000g을 주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항암제는 치료계수가 1-5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독성이 강하다.
2세대나 3세대 항암제와는 달리 암 종류에 관계없이 투여할 수 있고, 고형암에도 효과적이라 다른 약과 함께 많이 사용하는 1세대 항암제 중 대표적인 약물인 5-FU, Cisplatin, Cyclophosphamide의 치료계수는 각각 2.3, 2.17, 4.5인 독극물이다 [34,35,36].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유전자 변이로 발생되었기에 정상세포와 공통점이 많아, 암세포를 다 죽일 수 있는 항암제 양은 정상세포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주어 장기가망가지기에 환자도 죽는다.
항암제로 고형암을 완치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꿈의 암 치료’라는 중입자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중입자란 무엇인가?
기존의 방사선 치료인 X-선은 암에 도달하는 경로의 전방 및 후방에 있는 정상 조직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혔다. 하지만 수소나 탄소 이온 입자를 사용하는 방법은 암에 집중해서 손상을 주기에 정상 조직(특히 후방) 손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수소입자를 이용한 양성자 치료는 1991년 미국 로마린다 대학에서 처음 시도하였고(*한국은 2007년 국립암센터에서 시작), 수소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입자를 이용한 중입자 치료는 1994년 일본 국립방사선과학원(NIRS)에서 최초로 시작했다(*한국은 2023년 4월 연세의료원에서 시작). 중입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2-3배 높은 암 유전자 파괴 효과가 있어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린다 (*아래그림 -> 네이처지에 나온 타 방사선 치료법과 비교한 중입자 치료의 우수성) [37].
V Marx. Nature 2014
그럼 이제 암 치료는 완성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중입자 치료기는 기존 방사선 치료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을 한 건 확실하지만, 암 치료의 측면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첫째, 치료의 한계가 있다.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수술이 가능하거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암에만 적용된다.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암에서는 중입자 치료를 할 수 없다. 암의 특성이 전이인데, 전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없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전이는 암 크기가 깨알만 할 때(1mm) 이미 시작한다. 암을 발견하는 시점은 콩알만 할 때(5-10mm)인데 그 사이 5-6년간 전이가 어디로 갔는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발견된 암에만 한정하여 치료하기에 전이암에는 속수무책이다.
둘째, 비싼 비용이다.
기존의 양성자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나, 중입자 치료는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부위에 따라 최소 5천만원에서 1억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한 곳 부위당 비용이다. 만약 간암에서 병소가 3군데라면 최소 2-3억 비용이 든다. 다행히 전이가 되지 않는 '가짜암'인 경우 완치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전이를 하는 '진짜암'인 경우에는 헛돈을 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셋째, 중입자 치료가 양성자 치료 보다 더 좋다고 할 순 없다.
중입자는 암세포 파괴 효과가 엑스선이나 양성자보다 2~3배 높아, 암 치료 효과도 2~3배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 효과를 메타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양성자 치료 군 947명과 중입자 치료 군 910명을 비교한 결과,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는 확률은 양성자 군이 31% 더 낮은 것으로 나왔고, 그 외 전체 생존율이나 부작용 면에서는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38].
비싸고 새로 나온 기계가 항상 더 좋은 건 아니다.
중입자 치료를 고려하고 계신 분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5년 생존율이 20% 증가했다." 등의 말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니 이런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 중요한 건, 이 치료를 함으로써 실제 사망률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 사실, '5년 생존율'이란 말은 환자 입장에선 별 의미가없는 통계학적 용어에 불과하다 -> 암 조기 검진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의하면 암으로 사망하는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 수가 1983년 72명, 2007년 138명, 2017년 154명, 2021년 161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39].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를 표준치료로 하고 거기에 수많은 새로운 암 치료 보조요법들이 나와, 마치 금방이라도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듯 현혹하지만, 실제 각종 암 치료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이 그래프는 말해준다.
미국의 경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암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는 2010년 160만에서 2030년 230만명으로 무려 45%가 증가할 거라고 미국암학회에서 발표했다 [40].
1971년 미국 닉슨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법령까지 만들며 5년 내 암을 정복한다고 야심차게 정책을 추진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41].
실망스러운가?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불필요한 수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암은 정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암세포는 적이나 이물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과 함께 살아가는 'living with cancer"의 개념, 즉 만성질환 또는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42].
암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죽음인가?
사람은 누구나 길지 않은 수명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갈 유한한 존재다. 암환자에게 죽음을 두려워 말라고 할 순 없지만, 암은 죽는 원인으로서 나쁘진 않다. 심장마비처럼 갑자기 죽어 신변을 정리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뇌졸중처럼 반신불구가 되어 남은 평생을 고생하는 일도 없다. 치매처럼 주위사람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는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치매가 오래되면 견디기가 힘든다. 이에 반해 암은가족들이 고통스런 시기가 비교적 짧다. 죽기 직전까지 의식이 명료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서 생을 마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증인가?
암이 두려운 이유는 죽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라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암의 최후는 생각만큼 아프지 않다. 암 말기에 반드시 통증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 통증도 진통제나 통증 조절 기술로 상당부분 잡을 수 있다. 오히려 수술이나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더 심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해보신 분의 경험담 -> 암치료 컨베이어 밸트에 올라가다)
암을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는가?
정반대다.증상이 없고 멀쩡하던 사람이 항암치료를 받고 6개월 내지 1년 만에 죽는 것은 암 치료 탓이다.증상이 없는 암 환자는 처치할 증상이 없기에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좋아지지 않고, 후유증으로 고생만 할 뿐이며,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킨다. 실제 암환자의 대부분은 암으로 사망하기보단 항암과정에서 면역력 저하에 따른 감염으로 사망한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속담이 딱 그 격이다. 암치료가 전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암종류에 따라 완화요법이 필요한 경우는 있다.
'진짜암'은 조기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말기에 발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면 옛날처럼 노쇠사(자연사)가 가능해진다. 중년을 넘기면 대개 몸속 어딘가에 암이 있다. 'Cancer without disease'처럼 하나의 노화현상이라 생각하면 편안하게 살며 천수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이상과 같은 필자의 생각이 100% 옳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생각이 있고, 어느 것이 진짜 옳은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알 수 없다. 마치 우주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처럼, 암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지식에 불과할 뿐이다. 각자의 선택이고, 책임도 각자의 몫이다. 환자나 가족이 처한 상황도 서로 많이 다르고, 애초부터 암의 종류와 진행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항암치료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개별 상황보다는 큰 줄기로 이해하시길 바란다.
요즘들어 주변에 암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
암은 자신의 생명과 인생이 걸린 병이므로 남에게 맡겨선 안된다. 의사가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지만, 환자 개개인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며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치료의 고통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수명 연장을 원하는지, 아니면 어차피 완치할 수 없는 치료를 거부하고 현재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의사 선생님이 알아서 잘 치료해 주시겠지"라며 자신의 운명을 일임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의사도 결코 완벽하지 않고 가치관이나 지식의 양과 경험도 제각각이라 암 치료에 대한의견도 많이 다르다.
병원 경영을 위해, 혹은 나중에 소송을 당하더라도 책임 추궁을 안당하기 위해서 프로토콜대로 별 의미가 없는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의 말을 참고하되 최종적인 판단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
암 환자는 반드시 받아야 할 것처럼 말하는 '표준치료'는 암이 생긴 원인을 근본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에 완치는 불가능하다. 환자는 암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각종 민간요법, 대체의학 또는 값비싼 보조제나 면역주사 등 별 효과도 없는 치료에 현혹되어 가산만 탕진하고 온갖 부작용과 고통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가시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을 들여 공부해서 현행 암치료의 문제점, 현대의학의 한계를 깨닫지 못한다면 자신이나 가족을 불필요한 고통 속에 빠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암의 종류는 다양하고, 진행 경과 및 증상도 다양하니 모든 사람에게 맞는 "One size fits all"인 암 치료 대책은 없다. 각각의 경우에 따른 다양한 선택이 있을 뿐이다.
암 환자 및 가족들은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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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암환자가 되면..
조기검진을 하지 않으므로 말기 암일 때 발견될 것이다. 장기 전이가 있어도 증상이 없으면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독극물인 항암제로 일상을 망치고 생명을 단축시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암으로 갑자기 죽는 일은 없기에 최소 몇년간의 시간은 있다. 조용히 주변을 정리하고, 증상에 따라 완화요법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인생을 마칠 준비를 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도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의미없는 연명치료는 거부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 글에는 미흡한 부분도 있고, 기존 의료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관습에 문제가 있으면,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실험하는 게 과학의 정신이다. 의사는 과학자다. 가만히 입 닫고 주류만을 따라가는 게 책임있는 의사의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의 명언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더 미움받는 사람은 없다."(No one is more hated than he who speaks the truth)처럼, 예나 지금이나 진실을 말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https://www.azquotes.com/quote/668173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항암치료의 목적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위에 기술한 사실처럼 지난 수십년간 수백가지의 새로운 항암제들이 나왔어도 대부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오히려 약물 부작용으로 환자들은 심한 고통을 받는다.
항암제로 얻을 수 있는 수명 연장은 고작 2-3개월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환자에게 미리 알려주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마치 몇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듯, 또는 운이 좋으면 완치 할 수 있다는 듯 현실을 호도하는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항암치료 산업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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