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by 하루달


*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나의 신체와 영혼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도 냉기를 느꼈다. 나의 신체의 한 부분 중 특히 등이 움푹 파이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한기는 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상실감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뜨거운 눈물과 한숨이 반대로 등을 차갑게 움츠러 들게 했다. 무언가를 업어 볼까, 햇볕을 쬐어 볼까, 조끼를 입어 볼까, 한기를 피하려고 애썼지만 뼈마다 마디 느껴지는 차가운 연기는 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라졌음을 알게 했다. 다시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 서로 안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와 늘 함께 하던 부모님은 우주로 날아가 어두운 밤에 별로만 반짝일 뿐 낮에 따스한 햇살로 나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았다. 계속 되는 등의 한기는 슬픔에서 분노로, 다시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등껍질이 없는 거북이 되어 연약한 몸을 민낯 그대로 드러낸 채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나는 대체로 고통이 찾아오면 회피한다. 잠시 도망가거나 영원히 숨기도 한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는 아주 바쁘게 살았다.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나의 텅 빈 허전한 마음을 보호하겠다고 밖으로 돌아다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말이 제일 듣기 싫은 소리였다. 위로도 아닌 이기심으로 가득 찬 쉬운 말이다. 왜 산 자는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라는 말은 없고 그냥 살라고 하나, 죽은 자를 잊으라는 서운한 말로 들렸다. 어디 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생기면 미칠 것 같았다. 답답한 마음은 누구를 공격하고 싶기도 했다. 펜으로 나를 공격했다. 무심한 딸인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목구멍 속으로 깊이 밀어낸 고통은 밥을 삼킬 틈을 주지 않았고 몸 속에 가득 찬 아픔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였다. 모든 위로의 말은 눈물을 그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시간 속으로 가는 일 외에는 만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기가 버거웠다.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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