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엄마는 전주 여행길에서 활짝 웃으며 당신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이 정도면 괜찮은 인생이야, 비록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지만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잘 사는 것, 이 정도면 만족해”라고 하셨다. 나는 많이 흐뭇했지만 당연한 행복 앞에 평범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소중하지만 아쉽고 슬픈 축복이다. 그 길 위에서의 말들은 나에게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흐르면 그 말들을 잊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엄마를 대신해서 기록해야 한다. 이 글의 작가는 엄마와 아빠이다. 그들의 불멸의 언어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람들은 벌써 나에게 그만 놓아주고 지금을 행복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격> 책에서 죽는 순간에 사람들에게 인사를 못하는 것은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구절을 읽었다. 이 문장을 읽기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는 엄마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고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엄마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겨야겠다. 그렇게 엄마를 위로하고 싶다. 엄마 대신 여러 사람들의 추억을 떠올리며 작별 인사를 대신해 주어야지. 아픔, 오만함, 이기심으로 가득 찬 나를 용서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역시 나를 해방시키는 작업이 될 수 있을까.
“그대는 속세의 과업을 끝냈도다. 집으로 돌아왔도다. 품삯도 받았도다. 빛나는 청년과 처녀 모두 굴뚝 청소부처럼 돌아가리라” 영화 <All is true> 속의 시가 나의 마음을 위로한다.
지금쯤 엄마는 아빠를 만나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실까? 청춘을 다 바친 아름다운 청년과 처녀는 그때 그 모습으로 재회했을까? 아빠가 보지 못한 세상 이야기는 밤새도록 해도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받은 품삯은 무엇일까? 나의 얼굴을 지우는 캄캄한 어둠 속에 하늘의 별이 수줍게 빛나고 있다. 여전히 외롭고 슬픈 나의 방을 비추고 있다. 인생은 환희와 허무가 존재하는 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