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도 없이

by 하루달


*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하루만 되돌릴 수 있다면’ 이 생각을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단 하루만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바로 병원에 갈 것이다.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병원으로 바로 달려갈 것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를 간호할 것이다. 그동안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것이다. 그보다 제일 먼저 엄마와 눈을 마주칠 것이다.


‘만약 내가 첫째로 태어났다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모두 내 말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바보처럼 서로의 진심을 몰라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소통하고 지냈을 것이다.


가끔 꿈에 엄마가 나타나신다. 아프다고 전화하신다. 병원에 가자니까 나중에 간다고 하신다. 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운다. 또 그럴 거냐고. 저번에 사람 맘을 아프게 해 놓고 이번에도 큰일 나면 어쩔 거냐고 소리치다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 엄마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으로 오셨다. 그러나 나는 엄마를 다정하게 바라보지 않고 소리만 질렀다. 엄마는 혼자 휘적휘적 가버리셨다.






또 꿈을 꾸었다. 꿈에서 동생은 엄마와 같이 있다. 동생은 엄마를 모실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방이 비어 있으니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한다. 아직 남편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설득하면 된다고 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 짓는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눈을 뜨니 꿈이었다. 이번 꿈은 신기하게도 눈을 마주치고 건성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꿈이었다. 진짜 삶이 아니었다. 엄마가 없는, 아무 소용없는 꿈이었다. 나는 또 엄마의 부재를 깨닫고 소리 내어 아이처럼 울었다.


엄마와의 끈이 뚝 끊어져 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에서 내일 통화하면 말할 수 있었던 엄마가 인사도 없이 사라지셨다.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엄마가 갑자기 말도 없이 손도 잡지 않고 사라지셨다. 아무 준비도 없이 정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셨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으실 건데 그냥 가셨다. “나 태어났어요”라고 인사하듯이 “나 이제 갑니다’‘라는 인사를 해야 하지 않나. 왜 우리는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사는 것일까.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으로 우리는 늘 이별을 생각하며 현재에 충실했어야 했는데, 엄마는 아빠와 달리 영원히 내 곁에 머무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의 어리석은 욕심이었을까. 보고 싶지 않은 무책임이었을까.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닥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엄마의 목소리와 몸짓은 내게 이렇게 남아있는데, 사라지지 않았는데, 우리의 인연은 달같이, 물결같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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