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보며

by 하루달

*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아들과 연꽃을 보러 갔다. 쟁반만 한 커다란 초록 잎들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서로의 옆구리를 겹치고 옹기종기 물 위에 떠 있고, 삐죽 키가 크고 성질이 급한 줄기가 물 위로 나와 햇빛을 혼자 독차지하려 한다. 또로록 말린 잎은 물을 담는 우물 같은 옹기다. 같은 계절 동안 하나의 햇살은 골고루 사랑을 전했지만 연한 색의 초록, 진한 색의 연두, 미처 자라지 못한 노랑, 벌써 생명을 다한 암흑의 갈색, 다르게 받아들였다. 드러난 색깔은 그들의 상처와 영광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키가 큰 잎은 파르르 작은 진동을 보낸다. 육중한 고운 빛깔의 잎이 떠는 모습은 어째 어울리지 않는다. 가만히 진동을 느낀 물방울이 쪼르르 떨어진다. 이제야 모든 사랑을 받고 있는 연꽃의 자태가 오색 무지개에 반사되어 눈에 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유혹하는 향기에 스스로 취한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나의 추억이 내려온다. 나도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진다. 드러난 꽃잎의 슬픈 빛깔은 작년과 다른 무늬이다.



엄마와 함께 본 연꽃은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적셨고 우리는 짙은 녹색에 물들어 배가 불렀다.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시간의 멋을 부린 모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너처럼 예쁘다.” “엄마처럼 예쁘다.” 이렇게 최소 열 번은 반복이 될 줄 알았다. 눈이 부시게 화려한 행렬의 연꽃 모습에 사진기의 셔터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탄성이 이어진다. 무리 속의 나는 또 물방울이 흐른다. 왜 우는지 아들은 묻는다. 오월 같은 할머니와 데이트한 곳이라 대답하고 다시 공기 속에 떠 있던 기억의 입김에 닿는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좋아하던 그 마음은 그대로 헉헉거린다. 아들도 물방울이 맺히지만 눈을 씀벅거리며 다시 집어넣는다. 아들은 또 오자는 말을 건네고 나는 오늘만은 목 놓아 울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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