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이며 살이니

by 하루달

*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엄마는 이사를 가시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셨다. 사람들을 사귀려고 나가시는 것 같았다. 사교성이 뛰어난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세례를 받으시고 견진성사까지 엄마의 신앙생활은 열정적이었다.

"너는 왜 성당에 나가지 않니? 가서 마음의 위안도 받고 얼마나 좋아. 하나님이 다 들어주시는데" 잔소리로 이어졌다.

"알았어" 늘 그렇듯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엄마의 작은 서재에는 <울지 마 톤즈, 그후 선물>이 꽂혀 있었다. 이태석 신부님에게 감동 받아 성당에 나가게 되었다고 하셨다. 엄마의 마지막 저녁 만찬도 성당의 지인과 함께 했다. 엄마는 딸과 보낸 전주 여행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한다. 감사함과 더불어 송구스러운 그리움으로 그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제야 엄마의 소원대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피이며 살이니 그것을 나누어 먹으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자꾸 귀에 거슬리고 소름도 끼쳤다. 급기야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나가지 않았다. 김애란의 <칼자국>에서 엄마가 칼로 자른 음식은 나의 몸속으로 들어가 장기들이 무럭무럭 자란다는 표현이 나온다. 엄마가 해준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고.


성당에서 들은 말이 마치 엄마의 피와 살을 먹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엄마가 나중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 믿었던 곳에서 엄마의 피와 살은 나의 몸속으로 들어와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본인의 아름다운 청춘을 바쳐 키우셨는데 죽어서까지 그의 살을 또 먹고 위안을 얻고 소원을 비는 일은 얼마나 염치없고 부끄러운 일인가? 나는 엄마의 아픔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 아니라 나의 못난 모습을 보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나의 피 속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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