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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pr 10. 2024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고

연민이란

영화 "로기완"은 탈북민 로기완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가 되고 "나"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책 "로기완을 만났다"는 "나"가 신문 기사 속의 로기완을 찾아 벨기에로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진보하다가 소멸하는 것인지,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 그녀는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후원을 받는 방송을 만드는 글작가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이 한 통의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출연자의 불행을 극적으로 조명해야 했고 내레이션은 과정된 감상에 젖어 있어야 했다. 더욱 극적인 효과를 위해 추석 연휴에 맞춰 촬영을 석 달 미룬 윤주는 상황이 악화되어 있어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라고 인터뷰한 탈북민 로기완의 한 마디에 이끌려 "나"는 벨기에로 간다. 누군가 나 때문에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어 한다. 로기완은 굶어 죽을 수 없어서 어머니와 중국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탈북민 남자가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머니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살다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몸을 판 돈으로 로기완은 벨기에로 올 수 있었다. 그는 조선족이 아닌 탈북민으로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어머니의 목숨과 바꾼 돈을 아껴가며 굶주림과 추위와 차별을 견디다 고아원으로 가게 된다. 성인치고는 너무나 작은 키에 외국인들은 그를 어린이로 본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난민으로 인정을 받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난다. 우리는 배고픔의 끝을 모른다. 배가 고파서 헛것이 보이거나 구걸을 한 적도 없고 주변에 그런 사람도 없다. 가난은 상대적이고 더 가진 자들에 대한 박탈감 정도였다. 그러나 로기완이 남긴 일기를 읽으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가난의 실체를 알게 된다. 너무나 외로웠던 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정동안 나의 인생을 내가 베풀었던 동정을 생각하며 연민이라는 감정에 용기를 가져본다. 그것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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