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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May 01. 2024

"폭풍의 언덕"을 읽고

지독한 사랑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 이름이다.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정말 이 집 사람들은 줄곧 그 꼭대기에서 일 년 내내 그 맑고 상쾌한 바람을 쐬고 있을 것이다. 집 옆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전나무 몇 그루가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이나 태양으로부터 자비를 갈망하듯이 모두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늘어선 앙상한 가시나무를 보아도 등성이를 넘어 불어오는 북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 이 집을 지은 건축가는 그것을 감안하여 튼튼히 지었다. 좁은 창들은 벽에 깊숙이 박혀 있고 집 모서리는 크고 울퉁불퉁한 돌로 견고하게 되어 있었다." -9쪽-


"나"는 록우드이다. 시골 생활을 동경하여 잠시 워더링 하이츠에 머물게 된 "나"는 무뚝뚝한 히스클리프와  까칠한 며느리 캐서린과 말없는 조카 헤이튼 언쇼가 서로 증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의 기이한 사연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하인 넬리에게서 듣게 된다.


언쇼 어른은 아내와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과 워더링 하이츠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리버풀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온다. 언쇼 어른은 히스클리프를 정성껏 돌보고 아낀다. 그러나 그의 애정은 아들 힌들리를 비뚤게 하여 오히려 히스클리프를 괴롭히게 만든다. 반면 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게 된다. 둘은 들판으로 돌아다니며 서로를 의지하고 야생적인 성격을 더욱 키운다. 언쇼 부부가 사망하자 유학을 갔던 아들 힌들리는 유학 중 만난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더욱 심하게 히스클리프를 무섭게 학대한다. 힌들리 아내는 헤이튼 언쇼를 낳고 죽는다. 힌들리는 실의에 빠져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보낸다. 캐서린은 드러시크로스 저택 린트 가문의 에드가와 이사벨라를 만난 후 야생성을 숨기고 얌전한 숙녀로 교육을 받는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남편으로 에드가와 결혼한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히스클리프는 사라진다.


몇 년 후 히스클리프는 부자가 된 신사의 모습으로 캐서린 부부 앞에 나타난다. 캐서린은 다시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지만 남편 에드가는 불편하다. 히스클리프는 복수심으로 힌들리를 술과 도박으로 더욱 몸과 돈을 잃게 만들고 저택을 차지한다. 힌들리가 죽자 히스클리프는 그의 아들 헤이튼 언쇼에게 자신이 어릴 적 받았던 학대를 그대로 똑같이 한다. 글을 가르치지 않고 노동을 시키고 들로 뛰어다니게 한다. 에드가의 동생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에게 반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 대한 복수로 사랑이 없는 결혼을 선택하고 이사벨라를 괴롭힌다. 이사벨라는 도망을 쳐 아들 린트를 낳고 죽는다. 캐서린은 둘의 결혼에 괴로워하며 정신착란증을 겪다가 딸 캐서린을 낳고 죽는다. 에드가는 동생의 아들 린트를 키우려고 하지만 히스클리프가 데려간다. 이상하게 그는 자신의 아들도 학대한다. 에드가는 딸 캐서린을 사랑으로 키운다. 히스클리프는 에드가의 재산을 탐내 캐서린과 자신의 아들 린트를 억지로 결혼시킨다. 에드가가 죽자 재산은 모두 린트에게 간다. 병약한 린트도 죽고 이제 히스클르프에게는 며느리 캐서린과 조카 헤어튼 언쇼가 남게 된 것이다. 


자신이 당한 쓰라린 괴로움을 되돌려주고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그의 복수는 완벽하게 이룬 것일까. 히스클리프는 헤어튼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헤어튼은 자신의 불멸한 사랑, 권리를 지키겠다는 무모한 노력, 타락, 자존심, 행복, 고뇌의 망령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캐서린과 헤어튼 언쇼가 이루려는 모습을 보고 그는 충격을 받는다. 헤어튼 언쇼는 그와 같은 환경이었지만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노력도 하고 캐서린의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며 히스클리프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인간이 얼마나 타락을 하고 이기적이며 복잡한 내면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서사는 길지만 집중할 수 있었고 어둡지만 매력적이었다. 출간 당시 혹평을 받았으나 지금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더불어 섬세한 비극 작품으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폭풍의 언덕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 느꼈다. 바람을 맞서는 위태로운 순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취하는가. 사랑이라는 지독한 감정을 생각해 본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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