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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un 24. 2024

"최선의 삶"을 읽고

문체가 주는 힘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이다.


강아지와 이름이 같은 강이, 아람이, 소영은 중학생이다. 청소년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점점 성장하는 이야기일 거라 예상했지만 그들은 그대로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악몽과 같은 방황을 계속한다.


강이와 아람은 가난한 읍내동에 산다. 강이는 읍내동에서는 그래도 잘 사는 쪽이었고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다. 소영이는 전민동에서 가장 부자들이 사는 늘푸른아파트에 산다. 전민중학교에서 만난 세 명 중 소영이가 가장 부자이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있었다. 셋은 가출을 해서 대전을 벗어나 서울로 간다. 소영이만 핸드폰을 가져간다. 그들은 돈이 떨어지자 아저씨들에게, 오빠들에게 빌붙기도 하고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노숙하기도 한다. 소영이가 마침내 핸드폰을 켰다. 셋은 집으로 돌아간다. 아람이를 괴롭히던 소영이는 다시 강이를 괴롭히고 아이들은 모두 소영이 편만 든다. 소영이에게 진 아이들은 결국 학교를 그만둔다. 강이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강이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소영이는 강이에게 무릎을 꿇으라 한다. 항복을 하는 척 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소영이가 이긴 것이다. 이제 강이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강이와 아람이는 또 가출을 해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다. 소영이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가출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지극히 성장 소설도 아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혀를 차는 어른이 된 나는 다시 나의 사춘기, 이해가 되지 않았던 혼란의 시기 중학생 시기를 문득 돌아보았다. 정말 타임머신을 탄 듯 바로 그곳으로 가게 해준다. 때가 묻지 않아 친구를 친구로 만났던 시절, 그러나 어른들은 친구들을 등급으로 나누던 시절이었다. 나도 어른들의 시선으로 차츰 아이들을 참한 아이, 날라리로 나누며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어른들의 말을 반은 반항으로 반은 두려운 복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강이와 아람이는 정말 친구를 잘못 만난 것일까. 소영이가 잘못 만난 것일까. 치열한 방황으로 길을 잃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는 어른은 없다. 아이들끼리 치열하게 서열을 나누며 우정을 못 배우고 있다. 그러나 각자 자신들만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문체가 보여준다. 성장 소설이 아닌 이유는 문체에 있다. 임솔아 작가는 드라마가 아닌 소설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드라마가 아닌 소설의 맛을 보여준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듯했다. 


"스노볼이 있는 집에서 팔베개를 하고 있는 소영, 경찰에게 당당하게 다가가는 소영, 손톱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소영, 안갯속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소영, 빨간 캐리어를 끌고 유유히 전쟁터를 빠져나가는 소영, 내가 상상해 낼 수 있는 온갖 소영이 그 방안에 있었다. 그 방을 나는 '소영'이라 불었다. 소영의 모든 모습을 그 방에 들여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소영은 진짜 소영이 아니라 내 상상에 걸맞은 소영이어야 했다..... 나는 소영이가 되고 싶었다. 소영만이 소영을 이길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유일한 출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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