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청춘남녀의 성탄절
성탄절은 청춘남녀에게 특별한 기념일이다. 거리에는 커플들로 넘쳐난다. 커플이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저 집에서 공짜 성탄특선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그 영화는 몇 년째 똑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이다. 더욱 솔로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이벤트를 하는 회사 광고도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경제적으로 들뜨게 만들었다. 멋진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춘들에게 부담일 수 있다. 김애란 작가는 그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네 번의 크리스마스 스토리로 풀어낸다.
사내는 몇 년째 여동생과 방을 같이 쓰고 있다. 서울살이 10여 년, 사내는 많은 방을 옮기며 살아왔다. 방에 따라 그녀와 달라졌던 포옹과 약속을 기억한다. 그녀가 떠난 건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계단을 오르느라 다리가 아팠던 것이라 생각한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성탄 특선 영화를 보며 혼자 성탄절을 보내는 사내는 데이트 나간 여동생에게 짜증 나게 뭐 하냐며 자꾸 문자를 보낸다.
여동생은 남자 친구랑 사귀면서 네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여자가 시골집에 내려가버렸다. 블라우스를 사면 그에 어울리는 치마가 없고, 치마를 사면 어울리는 신발이 없어서 그녀는 입을 옷이 변변치 않다는 이유로 도망친 것이다. 두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남자가 고향에 내려가버렸다. 성탄절 데이트 비용을 얼추 계산해도 10만 원이 넘었기에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남자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크리스마스 즈음은 두 사람이 헤어진 상태였다. 비로소 오늘 둘은 온전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여자에게는 깔끔한 구두와 소박한 정장이 있고 남자에게는 직장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고급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모텔을 찾았다. 그러나 성탄절이라 빈 방이 없다. 종로에서 시청으로, 서울역에서 영등포로, 구로공단 근처까지 갔다. 결국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갔으나 여자는 나가고 싶어 한다.
여동생은 결국 집에 와서 쓰러져 잔다. 사내는 싸웠냐고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