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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봄을 읽고

by 하루달

새로 생긴 카페 식당의 다섯 살 꼬마 큐피는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우표가 붙어있지 않은 편지이다. '나'는 답장을 쓴다. 큐피의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둘은 점점 친해지고 큐피 아빠와도 친해진다. 아빠는 다른 카레 식당에 같이 가달라고 프로포즈한다.

"사랑하는 큐피에게

편지 고마워요

정말 기뻤어요

큐피가 그려준 튤립 참 귀여웠어요

이제 곧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겠군요

친한 친구들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

다음에 꼭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요?

함께 그림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 즐겁겠어요

아침저녁으로 아직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도록

또 아빠의 요리 먹으러 갈게요

큐피를 빨리 보고 싶네요"


무명씨가 절교 편지 대필을 부탁한다. 대필은 누군가의 행복을 돕는 것이지 상대를 상처 입히는 편지를 쓰는 것인가 고민하지만 강하게 묶은 우정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허락한다. 불이 나도 타지 않을 종이, 양피지에 총영잉크, 깃털 펜으로 편지를 쓴다.

"지금까지 보낸 즐거운 시간, 정말 고마워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이제 서로 거짓말하는 것은 그만두지 않겠니?

나는 너와의 멋진 시간을 멋진 시간인 채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

이것은 나의 절연장이야

이제 널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이유는 알겠지

너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렴

너를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해

그러나 싫어

나는 네가 너무 싫어

이제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

솔직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때도 있고

그러나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길 바란다

솔직하게 살아주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네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 친구 마이도 다도 선생님에게 절연 편지를 부탁한다. 무례함을 넘어선 선생님에게 지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원한을 사지 않는 확실한 이별을 말하는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다. 먹색은 마이의 눈동자이다. 정의감이 강하고 무슨 일에든 바로 대처하는 마이를 뜻한다. 이별의 슬픔 꽃말을 가진 황금부추꽃 한 송이를 백지에 쌀 때 곁들었다.

"오늘 아침 천리향의 달콤한 향에 눈을 떴습니다

이제 곧 봄이 만연하겠죠

다도를 시작한 지 벌써 십 년이 더 지났군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차를 마시는 것도 힘들었답니다

오랜 시간 정좌를 한 탓에 발이 저려서 일어나지 못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런 초보자인 저를 끊임없이 따뜻하게 지켜봐주신 선생님의 자상함에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도 다도를 배우러 가서 선생님을 뵙고 나면 마음이 포근해져 돌아오는 길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습니다

다도의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인생 최대의 수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선생님의 엄한 말씀도 애정이라 믿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다도를 배우러 다니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옳습니다만 공교롭게 몸이 좋지 않아서 찾아뵐 수가 없게 됐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이런 형태로 전하는 무례함을 용서해주세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마쓰자카산 소고기는 세 식구가 스키야키로 해 먹었습니다

과연 최고급 고기더군요

한창 먹성 좋은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 맛본 고기 맛이었을 겁니다

항상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부끄럽습니다만 남편은 샐러리맨, 나는 전업주부, 아들은 한참 먹을 나이의 초등학생입니다

그렇게 귀한 것을 보내주셔도 무엇 하나 선생님께 보답해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거울 따름입니다

매주 다닌 다도 교실이었는데 앞으로 찾아뵙지 못하는 것은 슬픕니다만

선생님께 배운 다도를 앞으로 더 넓은 세계에서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몸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바라 부인은 자기 나이와 같은, 마당에 있는 벚꽃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기를 원했다. 가마쿠라 주민들 십여 명이 모였다. 노신사, 빵티, 남작, 큐티, 큐티 아빠는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꽃놀이를 한다. 바바라 부인은 매일매일이 모험이라고 행복해한다. 큐티와 큐티 아빠를 보며 '나'는 할머니를 떠올린다. 고등학생 때 받은 만년필로 할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드디어 자신의 글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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