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 온 지 열흘 정도 되었다.
그동안 많은 걸 했다.
동생이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트램펄린에서 매일 신나게 뛰었고,
희재는 맨발로 마당에 나가는 걸 꺼리지 않게 되었다(여전히 모래나 잔디는 꺼리지만).
온 가족이 Piha로 트래킹을 다녀왔고, 뉴질랜드의 생경하면서도 장엄한 언덕들을 보았다.
여러 비치를 갔다.
서쪽의 검고 고운 모래는 햇빛이 비추면 금색으로 반짝거렸다.
동쪽의 Long Bay에선 다소 지루한 피크닉을 즐겼으나 그 사이 하이킹을 다녀온 아버지가 길을 잃어 찾는 소동이 있었다.
희수와 고양이 스너글은 많이 친해졌다. 희수는 뉴질랜드가 체질에 맞나 보다. 여기저기 맨발로 잘 다닌다.
희재는 아무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 걸 선호한다. 그네 타기라던가 도서관에서 책 읽기라던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첫 선물을 받았다. 역시나 희재는 울었다.
아기들은 벌써 피부가 새카매졌다.
매일 산책 나가는 구름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2차원 하늘을 보는 것 같다.
이 많은 식구들이 한 집에서 어떻게 매일 몸 부딪히면서 살까, 걱정이 많았는데
엄마, 남편의 노동과 동생, 올케의 노력, 아빠의 재치, 조카들의 사랑스러움이 모든 걱정을 뒤덮는다.
나는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 아기들과 놀거나 일을 해야 할 땐 일을 한다.
매일 여기 생활을 글로 남기고 싶지만 허공에 떠도는 상념과 영감들이 오클랜드의 구름처럼 너무 거대해 이걸 다 담아낼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매일 무언갈 조금씩 쓰던가.
후자를 택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 그냥 떠오르는 대로 지껄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