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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Oct 24. 2022

슈퍼히어로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에요."


얼마 전 아들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들은 말이다. 친구들이 슬퍼하거나 화를 낼 때면 달려가 위로를 해주는 아이라고 하셨다. 친구들을 도와주길 좋아하고, 친구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라고 했다. 며칠 전엔 “넌 특별한 아이니까 슬퍼하지 마”라는 말로 한 친구를 위로해줬다며 놀라워하셨다.


짧았지만 울림이 있는 면담시간이었다.


아들이 나와 많이 닮아 있어 신기하면서도, 또 그렇기 때문에 나만 짐작할 수 있는 아들의 마음 상태를 생각하니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본인의 인생을 담기에도 부족한 어린 마음속에 다른 이들의 감정과 문제까지 담아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때는 대학 3학년, 완벽한 어른도,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그 어딘가에 서있던 시절, 난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짧은 시간 공부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던 어느 날 일이 벌어졌다. 한 친구의 안경이 물에 빠져 사라진 것이다. 그 친구는 안경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기도 했고, 외국에 공부하러 온다고 좋은 안경으로 마련해온 터라 많이 속상해했다. 나를 포함한 함께 여행 중이던 일행 모두가 잠시 일정을 멈추고 그 친구를 도와 안경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안경이 다음 날 드디어 주인의 손으로 돌아온 그 순간 난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가 왜 울어?”


그때의 난 친구의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그 친구는 16년이 지난 그날의 기억을 꺼내며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냥 고맙다고 했으면 됐을텐데…라며.


난 안다. 그날 친구가 나에게 고맙다 말했더라도 분명 난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는 걸.


그때도 지금도 난 공감과 협동의 선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타인의 안타까운 상황에 공감하는 것과 그 상황을 도와서 해결해야 하는 책임(혹은 선의)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둘이 뒤죽박죽 된 상태로 상황을 인식한다. 그렇다 보니 내 눈엔 언제나 내가 힘을 보태어 해결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만능의 슈퍼히어로가 아니므로 주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나는 많은 날 나의 무능함에 좌절하는 삶을 살고 있다.


친구가 안경을 잃어버렸던 그날도 친구가 안경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는 모습과 안경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뒤섞여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 자신조차도 뚜렷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눈물로 친구를 당황하게 했던 것이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난 16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그리곤 나의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어쩌면 나와 닮은 나의 어린 아들을 지켜야 하는 나를 위한 기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으로 친구를 이해하시절을 나눌  있는 깊고 진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잊지 않길. 그리고 슈퍼히어로만이 좋은 친구가   있는  아니라는  기억하길, 너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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