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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마 Jun 12. 2022

오지랖이 칭찬으로

오랜만에 강의 나갔다가 천재 소리들은 사연

01

게으르다. 벌써 4달 전 일인데,

이제야 글로 남긴다.


오랜만에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근데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준비기간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급박한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업무가 바쁜 기간이고 시간도 촉박하여 거절할까 싶다가도. 이런 것 하나하나가 경험이고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잠을 덜 자더라도 준비해서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게 된다.


자, 이제 준비해야지. 주어진 조건은 이렇다.

대상 : H대 산학협력 입주 1~3년 차 스타트업

주제 : 마케팅

시간 : 1시간 반 ~ 2시간

형식 : 강연 + 질의/응답이 섞인 Talk Concert 형태

형식은 전체 강의 형태로 갈 수도 있고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하니 차치하고.

주제가 고민이다


02

마케터를 찾은 만큼 관심사는 당연 마케팅이다.


마케팅이란다. 무려 마케팅. 드넓고 드넓은 주제라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나 스스로 조차도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할까. 청중이 누구인지부터 명확해지면 전달할 내용이 명확해지니 참여사 리스트를 받는다.

강의 참여 회사 list

2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B2C 브랜드, B2B 브랜드부터 회사별 규모도 각양각색이었다.

마케팅에서 범위를 좁혀서 소주제를 잡아보려고 했으나, 뾰족해지지 못했다. 주관해주시는 분들과 이야기 두어 차례 이야기해봤지만 들으러 오시는 분들의 업과 연차가 너무 다양해서다. 그래도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니, 회사부터 하나하나 사이트를 둘러본다.


마케팅이란 키워드 하나에 관심을 가진 25개 스타트업.


이럴 땐 그럼 정면돌파다.
Back to Basic, 마케팅.



03 본격 준비!

누구나 알아야 하는 마케팅 기본 개념들에 대한 공유가 시작점이다. 마케터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며 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왜 이것을? 무슨 목적 때문에 했더라? 하며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로 했다. 듣다 보면 아차! 싶은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 이걸 '숲'이라고 표현하겠다.

발표자료 : Part1. 마케터의 숲 : 마케팅이 뭐길래?


그런데 이렇게만 가면 딱딱한 이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로만 끝날 거 같으니 ‘현업’ 이야기 덧댄다. 이론과 철학적 이야기 좋긴 한데. 눈앞에 마주한 현실. 전쟁터에서는 어떻게 전술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는지, 내가 마주한 현실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보여드리고자 했다.


발표자료 : Part2. 마케의 나무 : 눈앞에 마주한 현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더! 대망의 파트 Part3.

마케터 오지랖이란 컨셉을 하나 준비한다.


앞에서 그렇게 마케팅은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고 떠들어 덴만큼. 지금 나의 고객인 청중 입장에서 제일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이걸 준비해보기로 한다. 너무 재수 없어 보이면 안 되니까, 외부 마케터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봐주십사 양해를 구하며 인트로를 잡는다. 둘러봤던 회사 사이트를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적으로 파악은 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과 회사 4~5군데를 고르고 짧게나마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제언을 준비했다.


그 회사 마케터라면 어떤 컨셉으로 고객에게 말을 걸까?라고 빙의해보면서 고민해보고 써 내려갔던. 하다 보니 은근히 재밌다. 이 제언을 듣는 회사 평가가 궁금해진다. 가슴이 두근두근 기대 반 두려움 반

고민하는데 머리 아팠지만, 빠져드는 재미!


정리된 목차는 이렇게 되었다. 그럴싸해졌다.


강의 자료 목차 @노션



04 감사했던 현장 반응

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게 거진 2시간이 지나갔다.


괜찮은 느낌이다. 호응해주시며 끄덕이는 고개, 그렇지라는 눈 빛. 그리고 중간중간 슬라이드를 담아가시려고 사진 찍는 분들이 제법 많은 것들이 느껴졌던 순간들이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잘 마친 강의다. 고생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해준다.


그리고 QnA 세션에 이 마지막 질문으로 '잘'마쳤다는 심증이 확증으로! 쐐기를 박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3부에 몇 개 업체를 선정해서
실용적인 제안을 주신 부분입니다.

들으면서 어? 말이 된다, 천재인데?라고 생각했는데요.
평소에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으시는지?


너무 급 극찬을 받아 당황이자 부끄럽더라. 극히 평범하디 평범한 노력하는 마케터라고 말씀(실제로도 그렇다) 드리며, 영감을 받는 인스타그램, 뉴스레터와 책들 몇 개를 말씀드렸다.


05  고민거리를 드리는 아이디어, 마케터 오지랖

이런 칭찬받은 제언.

마케터 오지랖. 일부 내용을 공개해본다. 강연 때도 이야기드린 것처럼 회사 하나하나의 속사정을 모르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며 너그럽게 봐주길 바란다는 양해를 다시 덧 붙인다. 그리고 정답이라기 보단, 이런 결에서 더 고민을 해나가야 할 수도 있어 고민을 드리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사례 1 : 렌포랄(Lanforal)]

첫 번째 회사는 랜포랄. 모두를 위한 디자인 언어(Language for All)라는 컨셉을 내건 디자인 회사로 꽃과 한글을 하나하나 디자인한 훈민정화라는 작품(제품)이 인상 깊은 회사였다. 제품 보고 있으면 화사하고 한글이 이렇게 이쁘게 표현될 수 있구나 하면서 놀라웠다.

랜포랄 공식홈페이지

아쉬웠던 포인트가 있다면 2가지,

첫  번째, 회사 이름을 한 번에 기억하기 어려웠다.
란포럴 랜포럴, 랜포올 처럼 첫 글자가 랜, 란, 랭 마지막 글자는 럴, 랄로 헷갈렸다. 실제로 다시 찾아들어갈 때 구글 검색창에 뭐였더라 하면서 헷갈려서 오타를 몇 번이나 쳤었다.

두 번째, 메인 상품 소개 문구(제품 태그라인) 대한 컨셉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게 디벨롭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한 제언을 보자.

브랜드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병행표기 혹은 한글로 표시하는 방법

혹은 한글과 꽃을 이쁘게 디자인하는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

"한글 한글 디자인합니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슬로건과 함께
훈민정화를 활용하여
ㄹㅍㄹ을 초성으로 표현 또는 랜포랄을 써주시면?
발표 자료 - 마케터 오지랖 : 랜포랄



[사례 2 : 나누(nanu) ]

요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회사.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대나무와 같은 천연자원으로 1회 용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었다. 아쉬웠던 포인트는 상세페이지가 다소 '시사적'이다는 느낌이었다. 환경적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일 수 있지만 다소 무겁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회 용품은 어쨌든 버려지는 것을 생각(물론 생분해된다고 하지만)에서 1회 용품 자체를 쓴다는 것이 찜찜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누 상품 상세페이지 -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안내


그래서 카피와 컨셉을 가다듬어 제언드려봤다. 1회 용품을 쓰는 죄책감을 덜어주는 컨이다.

마음껏 써도 되는 1회 용품 ,  감히 지구를 지킨다는 1회 용품. 

1회 용품이 나쁠 거 같은데 좋다니.. 낯설게 조합하며 시선을 끌게 만들어 봤다.

발표자료 - 마케터 오지랖 : 나누


천재란 소리는 다 큰 성인이 되고 나선 들어본 적도 없는 과분한 단어였다.

그런 단어를 들었다는 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기획의도와 그게 먹혔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진심이 통하고 공감을 얻어냈다는 짜릿함을 현장에서 느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실제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ㅎㅎ



4개월 전 기억. 붙잡아두고 싶어서 뒤늦게 남아 기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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