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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y 22. 2024

프로젝트 끝나고 고객사에 장문의 카톡 보냄

지금도 고생하는 모든 조직문화 담당자와 TF들에게도 cc 겁니다.

책임님, 선임님, 팀장님 잘 지내셨나요!

최종파일도 드렸고, 입금도 됐고. 모든게 끝나긴 했는데 인사를 제대로 못드렸네요.


처음 미팅했을 때 팀장님의 강력한 눈빛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정말 새롭고 깔쌈한 문장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던 과감함도 기억나고,
선임님과 핑퐁하며 글을 맞춰나가는 재미도 아주 훌륭했더랬죠. 

막바지에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조금 둥글게 변했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책임님이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죠. 

고생해서 만들어주셨는데, 다시 대기업스럽게 바뀐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글은 정서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옳다그르다의 개념이 아니라, 집단의 정서를 상징하는 메타포같달까요. 

조직이 커지고, 다양하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평균은 선이 아니라 면의 형태를 띠는 것 같아요. 


소수집단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분산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그 평균의 영역 중 어느 한 곳을 건드려봤고, 

몇 명에겐 꽤나 새로운 메시지가 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은 모두의 동시다발적인 천지개벽이 아니라

자극이 필요했던 사람에게 좋은 자극을 주자는 것이었잖아요.


혹자는 글이 다 무에 소용이냐! 라고 비관하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생각해봐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량화되기도 

어려운 내면의 꿈틀댐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쓴다는 게 갸웃거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인류역사의 모든 순간, 다수를 움직이던 것은 언제나 글과 말이었습니다. 

지쳐 쓰러지던 누군가를 일어나게 만드는 것도 언어고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을 한 순간에 풀어버리는 것도 언어입니다.


몇 음절, 몇 어절로 현상을 정의하는 순간, 시각은 바뀝니다.

시각이 바뀌면,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고, 누군가의 새로운 선택은

조직에겐 [예시]가 되죠. 예시는 풍경이, 풍경은 패턴이, 패턴은 문화로

이어집니다. 우린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죠.


우린 그 시발점을 만들기 위해 꽤 많은 시간, 많은 논의와

고생을 했습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훌륭했고 충분히 우리다운

메시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부턴 그것에 동의하는 몇 명이
뛰어놀 후속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겠네요. 


글을 살아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건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이런 얘길 하시더라고요. 


[살면서 한 명의 마음을 얻어 사귀는데까지 걸린 노력과 에너지를 생각해봐요. 

여러 명에게 사랑받는 글이란,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몇 글자보고 

나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말해요.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수백명과 사귀는 거죠. 글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은, 이 정도 난이도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체감이 잘 되지도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일들을 끊임없이 해내야 하죠.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후속 프로그램].
결과물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안간힘 쓰는 풍경 그 자체가 더 중요하죠

우리의 땀과 밤새워 함께 한 고민의 모습들이 곧 상징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우린 건강해야 하고,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TF는 잘해내실거라고 믿고, 그렇게 될 겁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TF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감화받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 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다시 연락주세요 :)

짧고 강렬했던 시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애프터모멘트 박창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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