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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으면 너무 편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왜 그 사람과 있으면 편할까

by 박창선

똥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언제인지 말하면 좀 민망하고, 여튼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 속의 어느 순간입니다. 보통 이런 충격적인 경험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죠. 감자를 졸라 잘 잘라먹었어야 했는데, 싹이 좀 난 걸 에이 뭐 어때 하면서 대충 도려내고 먹었습니다. 다음 날 바로 응징이 시작되더군요. 똥꼬의 복수는 존나 강력했습니다. 미팅시간이 10분 남았는데 .... 아시죠? 뭐 대충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1시간 정도 미팅을 했습니다. 보통 제2파가 더 강력합니다. 배가 아픈 걸 넘어 뒤집어지기 일보직전이었어요. 센스는 초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 팀장님은 초능력자가 분명합니다. 제 땀방울과 긴장, 묘하게 빨라지는 목소리를 눈치채셨나 봅니다. 그게 화장실인지 통증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는 것이 느끼셨나봐요.




이 때 '잠시 쉴까요? 또는 괜찮으세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정의 권한을 상대에게 넘기는 것이죠. 물론 이 또한 배려고 예의입니다. 하지만 진짜 대박인 건 한 번 더 생각해주는 거죠. 지금 누가봐도 불편한 상태인걸 참고 미팅에 임하고 있습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순간 시선이 쏠릴 거고, '안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미팅 장소에서 똥쟁이가 되면 그것도 난감하잖아요. 그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급똥이시구나?



[목이 너무 타는데, 우리 10분만 쉬었다가 할까요?]


제 상황을 눈치채고, 먼저 쉬자고 제안해주신 거죠. 왜냐고 묻지도, 괜찮냐는 말을 건네지도 않으셨어요. 저는 마침내 구원에 이르렀습니다.




센스란 지금 필요한 예의를 넘어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선택지를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기민한 관찰력과 상대에 대한 이해, 상황을 개선할 빠른 지혜가 필요하죠. 보통 센스가 발동하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은 찰나이기 때문에 상대가 이를 알아채기 힘듭니다. 적어도 그 순간엔 말이죠. 나중에 지나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게 배려였단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된달까요. 이런 분들에게 우리가 전해야 할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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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지금은 회사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애정하고, 끝까지 읽히는 글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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