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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창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이유와 그걸 쓰는 사람에게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

by 박창선

물론 익명성과 인간이 지닌 공격성이 가장 큰 원인이겠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도 나를 직접 때릴 수 없는 안전함은 나를 왕좌에 앉히거든요. 운전하면서 연산군 인성이 나오는 것도 그 안전한 운전석이 왕좌가 되기 때문일 거예요. 또한 장소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댓글창은 깨진 유리창을 넘어섰어요. 정상적인 풍경을 찾아보기 힘든 혼돈이자, 아무 의미없는 단어가 아무렇게나 자라버린 가시덤불이죠. 이런 곳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물론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별 짓을 다합니다. 당장 샤워할 때 우리의 괴상한 행동들만 봐도 그렇죠. 금기와는 조금 다른 '괴팍함'에 가깝습니다. 왜 그런 행동들이 나오는지를 논리적으로 따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차피 설명이 된다고 해서 덜 이상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댓글의 세계는 그런 괴팍함의 궁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윤석열 때문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파스타를 만들면 그런다고 백년 사냐, 유난이다, 입고 계신 앞치마 정보좀요! 라고 합니다. 스쿼트 자세를 알려주면 무릎과 가동범위에 대한 학술대회가 펼쳐집니다. 대부분은 야매다, 사기꾼이다, 믿고 거른다는 의견이죠.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오히려 그들을 공격합니다. 파업이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다들 사측이 됩니다.


글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상을 끝까지 보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댓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아는 것을 쏟아낼 때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떠올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이곳은 금요일의 뜨거운 밤을 지난 아침6시의 홍대놀이터같은 느낌입니다. 사방에 구토와 쓰레기, 널브러져 잠든 사람, 5차6차를 위해 감자탕집을 찾는 사람, 원나잇 이후 어색한 작별을 고하는 남녀, 누군가 던져버린 음식물, 그걸 쪼아먹는 비둘기가 어지럽게 섞인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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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지금은 회사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애정하고, 끝까지 읽히는 글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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