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아 Feb 13. 2021

#1. 이름: 해피새아

<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1. 보통유튜버, 그 전의 이야기

이름 : 해피새아 //




진짜 이름 '엄새아' 대신 '해피새아'로 불리는 게 익숙한 요즘. 해피새아라는 이름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만들던 7~8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이름이다. 본명을 그대로 썼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과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영어로 된 계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 심사숙고해 결정한 이름이었다. @happysaea



SNS의 아이디나 이름 같은 건 언제든 몇번이고 변경할 수 있었지만 처음 가입한 이래 한 번도 변함없이 나는 쭉 해피새아다. 이름 덕분일까, 내 삶은 대체로 행복한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이름값을 했던 건 아니다. 


우리 집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부터 조금씩 와해되기 시작해서 스무 살을 맞이했을 땐 가족 모두가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IMF 키즈로 불리는 우리세대엔 한 반에 두세명쯤 있는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스물세 살이 되었을 때는 이미 혼자인 삶에 꽤나 익숙해진 때였다. 그럼에도 인생이 참 팍팍했던 때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 장래희망은 아나운서였다. 어떤 이유로 10년 넘게 아나운서라는 직업 하나만을 꿈꿨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었고, 늦은 밤 라디오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학창 시절동안 나는 모든 일을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했었다.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했고, 교내 방송부, 토론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나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미인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퀘스트를 수행해나가면 보상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인생은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면 그만큼의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유별난 꿈을 꾸느라 남들보다 조금더 많은 실패를 마주했던 때, 그 쓰린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람이 없어 홀로 눈물 머금고 귀가했던 그 시절. 행복이란 건 한 평도 안 되는 원룸의 월세를 걱정하는 내가 아니라, 집에 가는 골목골목 따스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다른 집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해피'라는 단어를 붙여주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나는 해피새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 01화 #0. 보통 유튜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