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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storyteller Oct 19. 2024

엄마이야기


가끔 현리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궁금할때가 있다. 물론 그걸 알아서 뭐하게…그냥 지금처럼 있자. 하는 생각에 묻어두곤 하지만 정말 그 아인 어디까지 아는 것일까?



당신의 외로운 별





그냥 고통없이 사라질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데, 죽는 순간마저 고통을 느끼며 갈 것을 생각하니 아주 지긋지긋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일단은 미련도 없는 이 따위 세상, 살아가기로 한거다.  


하지만 살던대로 살 수는 없었다.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미천한 지를 한단계 한단계 속속들이 알려주는 이 세상에 계속 당하고만 사는 건 싫었다. 이래도 계속 살아볼테냐는 듯이 계속 내 삶을 깔아뭉개는 이 거지 같은 세상에 반격하는 유일한 길은 성공뿐이라 생각하며 온갖 감각과 정신을 마비시킨 채 기계처럼 살았다. 그 어떤 고통도 기쁨도 느끼지 않고 오직 돈이라는 연료만 있으면 가동하는.....아 요즘 세상에는 기계라는 표현보다는 운영체계, 시스템 같은 말이 더 잘 어울리려나? 그래 벌써 20년은 전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렀다.



어쨌든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비경졔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에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을 것 같던 나에게 아주 쓸데없는 감정작용이 일어났다. 나는 나의 뇌를 그런 곳에 쓰고 싶지 않았는데, 뇌가 나에게 명령했다. 


저 남자다!


뇌는 마치 그동안 네 녀석이 어디까지 멋대로 나를 실용적인 이성판단을 하는 데에만 이용하는지 두고봤다는 듯이 나를 송두리째 조정하기 시작했다. 기계로 살겠다는 내 의지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나는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는 비지니스 관계인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어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나는 다시 나약한 인간으로 되돌아와버렸다.


알고 있겠지만 신화에서  인간이 되어버리면 그때부터 진짜 고통이 시작된다. 나는 이제껏 그 모든 지옥에서 살아남았다 생각했는데 그건 서울의 달동네를 가보고서 세상의 모든 가난을 보았다고 떠벌리는 것처럼 경솔한 생각이었다.


지옥은 우선 내게 최고의 쾌락을 맛보게 해주었다. 둘이서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게도 해주고,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순간도 맞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선 그 절정에서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껏 상상도 못한 나락으로 인도하였다. 저 아래의 아래의 저 아래까지 나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이렇게는 사는 것은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는 가정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나는 더 이상 나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가정을 버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사랑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겐 그게 사랑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나의 사랑이 지옥에서 썩어 문드러지게 더 이상 놔둘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어서 도망쳐!


결국 나는 그에게서 도망쳤다. 이제 이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랑을 잊어버릴까봐 그 지옥에서 한가지 숨겨가지고 온 것이 있는데


“엄마, 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한 그 남자와 나의 아이. 


“현리 안자니?”

“엄마……. 아깐 미안했어요.”


그 남자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지옥과 천국을 


“뭐가……”


선사하는


“그냥……..”


그냥 보통의 다른 집 자식들같이 부모를 들었다놓는

나의.

나의 아들.


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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