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 서비스
주말 저녁, 친구가 추천한 고깃집을 찾아갔다. 가게 앞에는 이미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입구에는 ‘평일 30분, 주말 1시간 이상 대기’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정도면 보통 맛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요즘 고깃집이 다 비슷하다 싶어 반신반의했다.
다행히 식당을 일찍 방문하여 10분 정도 기다려 자리에 앉았을 때, 첫 느낌이 달랐다. 분명 만석인데 어수선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가게 안에만 흐르는 독특한 리듬이 있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 준비된 반찬과 물이 먼저 나왔고, 서비스로 찌개와 계란찜이 나올 예정이라고 안내해 주었다. 오겹살을 주문하자 초벌을 해서 나오기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각 테이블마다 전담 직원이 있었다. 이 집의 고기는 초벌 때문에 조금 늦게 나왔지만, 막상 받아보니 이해가 되었다. 딱 한 번만 더 익히면 완성되는 상태의 비주얼이었다. 우리 테이블을 맡은 직원은 고기를 내려놓으며 차분히 말했다.
“저희 고기는 초벌 해서 나옵니다. 제가 구워드릴게요. 혹시 제가 구워드리는 게 불편하시면 직접 구워드실 수도 있어요. 양면 한 번씩만 구워 드시면 딱 좋으니 이렇게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우리는 직원에게 고기를 구워달라고 하였고, 그 직원은 일정한 간격으로 우리 테이블을 다시 찾았다. 고기를 뒤집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고, 굽는 속도를 살피며 조절했다. 한 번은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자리를 비웠는데, 고기가 살짝 익어가자 옆 테이블 직원이 자연스럽게 와서 뒤집어주었다. 심지어 바쁠 때는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 직접 나왔다.
“직원들 일손이 모자라서요.”
그는 웃으며 고기를 가위질했다.
가게 안은 작은 오케스트라 같았다. “오겹살 2인분!” 주문이 들어오면, 주방과 홀 직원들이 동시에 “오겹살 2인분 들어갑니다!” 하고 화답했다. 같은 말을 따라 외치는 것뿐인데, 그 소리가 묘하게 신뢰감을 줬다. 하나의 팀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 집만의 또 다른 원칙은 항상 ‘묻는다’는 것이다. 빈 그릇을 치우기 전에, 무엇을 더 드릴지 고민하기 전에, “치워도 될까요?”, “다 드신 걸까요?”, "더 가져다 드릴까요?" 하고 먼저 확인한다. 사소한 질문 하나에 ‘손님이 이야기하기 전에 준비한다’는 보이지 않는 배려가 담겨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상추를 더 달라고 하자 직원은 말없이 접시를 수북하게 채워 가져왔다. 열 장, 스무 장쯤은 되어 보였다.
“이렇게나 많이요?”
손님이 웃자 직원도 웃으며 말했다.
“많이 드세요. 부족하면 또 드릴게요.”
직원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새 고기를 주문하자 불판을 아예 교체한다. 쌀뜨물을 불판 밑에 부었다. 물이 졸아들면 은근히 고소한 향이 남는다고 했다.
맛있게 먹으라고 알려주는 방식도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느낌이었다. 소스들도 그냥 준비해 둔 게 아니었다.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었다.
“먼저 트러플 소금만 찍어 드셔보시고요. 다음엔 묵은지 김치 위에 레몬즙에 버무린 파채를 올리고 생와사비를 살짝 올려 드시고요. 마지막으로 직접 끓인 제주갈치 속젓이랑 한번 드셔보세요. 맛이 세 번 달라져요.”
잘 나가는 고깃집의 비밀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특별한 장비도, 화려한 마케팅도 아니었다. 손님이 불편해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고,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들을 꾸준히 해내는 태도. 요청하기 전에 내어놓는 배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손님’에게 가장 많은 마음을 쓰는 집중력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의아했지만 문을 나서며 깨달았다. 그는 아마도 또 다른 테이블에서 초벌을 확인하고 있거나, 갓 나온 고기를 잘라주고 있었을 것이다.
밖으로 나오며 뒤돌아보니, 우리가 있던 자리에 이미 새 손님이 앉아 있었다. 새 불판 위에 새 고기가 올라가는 순간, 전담 직원이 부드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 고기는 이렇게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 모습 하나에 이 집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었다. 대기줄이 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주인이 배웅을 하지 못하는 이유. 이 집의 관심은 언제나 ‘지금’ 고기를 굽고 있는 손님에게 향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