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문장부호 (4) 쉼표
문장부호 중 마침표 만큼 자주 활용되는 것이 쉼표다. 마침표보다 쉼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쉼표가 많이 쓰인 문장을 읽다보면 숨이차다. 쉬기 위해서는 마침표를 찍고 쉬는 것이 더 좋다. 쉼표는 문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기호다. 말하자면 '아직 나는 할 말이 남았으니, 좀 더 기다려줘'라는 의미.
'스무살에 첫 사랑을 했다.'
-> '스무살에 첫 사랑을 했고, _____________.'
쉼표 뒤에 어떤 문장이 따를지 궁금하니, 글을 읽는 독자는 쉴 수 없다.
'스무살에 첫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떠났다'
'스무살에 첫 사랑을 했고, 마지막 사랑이 되었다.'
''스무살에 첫 사랑을 했고, 서른살에 두 번째 사랑이 다가왔다.'
쉼표를 잘 쓰면, 이야기가 살아난다.
Q1. 쉼표로 이어갈, 끝낼 수 없는 당신의 문장은 무엇인가?
쉼표는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할 때 그 사이에 쓴다.
쉼표의 앞과 뒤는 동등한 자격을 갖춘 어구가 놓여야 매끄럽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은 자격을 갖추어 자연스럽다. 쉼표 앞에 원인이 놓으면, 쉼표 뒤에 뒤 따르는 결과를 이야기 할 자격이 생긴다. 쉬기 전까지 획득한 자격에 따라, 쉼표 이후에 오는 단어나 문장의 격이 결정된다. 쉬어갈 자격을 획득했는가?
Q2. 만약 그대에게 1년간의 쉬어갈 권리가 주어진다면, 무엇에 몰입해 보고 싶은가?
쉼표를 잘 쓰면, 다르게 물을 수 있다.
마침표나 물음표 뒤에 쉼표를 찍어두고, 뒤에 오는 어구 끝에 물음표를 달게 되면 어떨까?
꼭 대학에 가야 한다. -> 꼭 대학에 가야 하나, 다른 길은 없는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 성공이란 무엇인가, 실패란 무엇인가?
결혼이나 해! -> 취업할래, 결혼할래, 아니면 그냥 여행이나 떠날래?
의문문에 쉼표를 활용하면,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내거나, 선택을 돕는 질문을 만들 수 있다. 쉼표의 앞과 뒤에 대등한 어구를 놓아야 하기에 '소유냐, 존재냐?' 형식의 질문이 가능하다.
(선택질문 예시)
1. 대학인가, 스승인가?
2. 학점인가, 경험인가?
3. 직장인가, 직업인가?
4. 창업인가, 창직인가?
5. 성공인가, 성장인가?
6. 나음인가, 다름인가?
7. 연애인가, 사랑인가?
8. 답인가, 질문인가?
9. 약점인가, 강점인가?
10. 돈인가, 보람인가?
11. 관광인가, 여행인가?
12. 직장인가, 육아인가?
13. 아이디어인가, 실행인가?
14. 고객인가, 직원인가?
15. 문제인가, 해법인가?
16.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17. 제너럴리스트인가, 스페셜리스트인가?
18. 일의 전문가인가, 관계의 전문가인가?
19. 혼자 답할 것인가, 함께 답할 것인가?
20. 말하기 위해 묻고 있는가, 듣기 위해 묻고 있는가?
Q3. 세상이 강요하는 '마침표로 된 주장'에, 쉼표를 찍고, 다르게 질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쉼표는 반점이며, 반전이다.
위와 같은 선택 질문을 만들려면, 쉼표 앞에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무엇what(1)을 먼저 써 보고, 쉼표를 찍고 다시 문장을 이어간다. 앞의 무엇what(1)에 대칭되는 무엇what(2)을 찾아봐야 한다. 대칭을 통해 관점과 시선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인생도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듯, 문장 역시 쉼표 앞이 아니라, 쉼표 뒤에 더 중요한 가치가 담겨있다. 쉼표의 다른 이름은 '반점'인데, 우리는 쉼표로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
Q4-1. 성공이 아니라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Q4-2. 성적이 아니라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Q4-3. 성과가 아니라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이런 선택을 물으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빨간약을 먹을래, 파란약을 먹을래?" 깨어나 현실을 볼 것인지, 매트릭스라는 환상 속에 머물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양자 택일의 함정에 빠질 필요는 없다. 빨간약과 파란약을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그렇다. 모피어스다. 모피어스가 믿을만 한가? 매력적인가를 보고 판단하면 좋다. 좋은 답은 "당신이랑 함께 가려면 뭘 먹으면 되나요?"이다.
양자택일의 프레임을 넘어설 수도 있어야 한다. 양자 택일 질문에 걸려넘어지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게 그 답은 자신의 안쪽, 심장 부근에서 발견할 수 있다. 느낌표(!)는 심장을 통해 흐른다.
Q5. 더 좋은 선택을 위한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삶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을 내리는가?
쉼표 (, )
(1)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할 때 그 사이에 쓴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 충청도의 계룡산, 전라도의 내장산, 강원도의 설악산은 모두 국립 공원이다.
* 집을 보러 가면 그 집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지, 살기에 편한지, 망가진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 5보다 작은 자연수는 1, 2, 3, 4이다.
* 다만, (가) 쉼표 없이도 열거되는 사항임이 쉽게 드러날 때는 쓰지 않을 수 있다.
* 아버지 어머니께서 함께 오셨어요.
* 네 돈 내 돈 다 합쳐 보아야 만 원도 안 되겠다.
* (나) 열거할 어구들을 생략할 때 사용하는 줄임표 앞에는 쉼표를 쓰지 않는다.
* 광역시: 광주, 대구, 대전……
(2) 짝을 지어 구별할 때 쓴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3) 이웃하는 수를 개략적으로 나타낼 때 쓴다.
* 5, 6세기
* 6, 7, 8개
(4) 열거의 순서를 나타내는 어구 다음에 쓴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5) 문장의 연결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절과 절 사이에 쓴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저는 신뢰와 정직을 생명과 같이 여기고 살아온바, 이번 비리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떡국은 설날의 대표적인 음식인데, 이걸 먹어야 비로소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6) 같은 말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부분을 줄여서 열거할 때 쓴다.
*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7) 부르거나 대답하는 말 뒤에 쓴다.
* 지은아, 이리 좀 와 봐.
* 네, 지금 가겠습니다.
(8) 한 문장 안에서 앞말을 ‘곧’, ‘다시 말해’ 등과 같은 어구로 다시 설명할 때 앞말 다음에 쓴다.
* 책의 서문, 곧 머리말에는 책을 지은 목적이 드러나 있다.
* 원만한 인간관계는 말과 관련한 예의, 즉 언어 예절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 호준이 어머니, 다시 말해 나의 누님은 올해로 결혼한 지 20년이 된다.
* 나에게도 작은 소망, 이를테면 나만의 정원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
(9) 문장 앞부분에서 조사 없이 쓰인 제시어나 주제어의 뒤에 쓴다.
* 돈, 돈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열정, 이것이야말로 젊은이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 지금 네가 여기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해.
* 저 친구, 저러다가 큰일 한번 내겠어.
* 그 사실, 넌 알고 있었지?
(10) 한 문장에 같은 의미의 어구가 반복될 때 앞에 오는 어구 다음에 쓴다.
* 그의 애국심,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정신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
(11) 도치문에서 도치된 어구들 사이에 쓴다.
* 이리 오세요, 어머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12)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쓴다.
* 갑돌이는,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원과, 대관령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산간 지대에 예년보다 일찍 첫눈이 내렸습니다.
(13) 문장 중간에 끼어든 어구의 앞뒤에 쓴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아.
* 영호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그들을 맞았다.
* [붙임 1] 이때는 쉼표 대신 줄표를 쓸 수 있다.
* 나는 ― 솔직히 말하면 ―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아.
* 영호는 미소를 띠고 ―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 그들을 맞았다.
* [붙임 2] 끼어든 어구 안에 다른 쉼표가 들어 있을 때는 쉼표 대신 줄표를 쓴다.
* 이건 내 것이니까 ― 아니,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이니까 ―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14) 특별한 효과를 위해 끊어 읽는 곳을 나타낼 때 쓴다.
* 내가, 정말 그 일을 오늘 안에 해낼 수 있을까?
* 이 전투는 바로 우리가, 우리만이, 승리로 이끌 수 있다.
(15) 짧게 더듬는 말을 표시할 때 쓴다.
* 선생님, 부, 부정행위라니요? 그런 건 새,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 [붙임] ‘쉼표’ 대신 ‘반점’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
_ 출처/참고 : 문장부호해설(2016), 국립국어원
2016. 5. 18. 질문술사
[덧붙임]
문장부호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문장부호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네요. 어깨에 힘을 빼고 문장부호를 살피며 든 '단상'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픈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인생을 만들어가는 문장부호' 시리즈를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