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문화] (8)
3번째 방문이지만 다음 방문을 기대하는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미술관 폴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이다. 폴 게티 미술관은 브랜드 우드(Brentwood, CA)에 있는 게티 센터(Getty Center)와 말리부(Malibu, CA)에 있는 게티 빌라(Getty Villa)를 총칭하는 명칭으로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들렀을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다. 근방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여러차례 방문하는 곳으로 건축, 정원, 예술과 전망으로 잘 알려져 매년 1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캘리포니아의 대표 문화성지인 셈이다.
첫번째 방문한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트램을 타고 올라가야 비로서 도착하는 미술관 진입과정이 재미있었다. 평지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고도를 점점 높여가며 올라가는 트램을 타고 창밖을 보면 저멀리 산타모니카 해변과 LA 다운타운의 빌딩 숲 그리고 도시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규모와 아름다운 건축물 그리고 멋진 뷰가 기억에 남았다. 이 모든것이 주차비만 내면 무료라는 세속적인 만족감도 잊지못한다.
건물의 대표적은 특징 중 하나는 아이보리빛 외벽인데 전체 건물에 사용된 300,000개의 석회암(travertine) 조각은 이탈리아의 반니 디 티볼리(Bagni di Tivoli)에서 채석되어 운반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미술품의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Getty Research Institute(GRI), Getty Conservation Institute, Getty Foundation, J. Paul Getty Trust도 함께 있어 공간을 위한 유지관리, 미술품의 복원과 교육, 전시기획 등 다양한 연구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종합 미술 센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두번째 방문에서는 수 많은 작품들에 배어있는 시대의 흔적들에 흥분했다.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Noth Pavilion (~1700), East Pavilion (1600~1800), South Pavilion (1600~1800), West Pavilion (개인작가의 회화와 조각, 프랑스 왕실 재연 등)에는 그림과 조각뿐 아니라 가구 및 실내 장식품과 시계, 사진 등 다양한 전시품과 1600년대부터 1800년대 까지 순차적으로 빼곡히 정리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장 프랑수아 밀레 (Jean Francois Millet/1814-1875),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1832-1883), 빈센터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수백억짜리 작품들도 감명 깊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하늘을 올려다 본 작가의 시선에 맞추어 천장에 전시한 기획자와 결합된 작품이였다.
세번재 방문에서는 이곳을 만들기 위한 결단과 완성해가는 과정들에 놀라웠다. 막연히 ‘어느 부자가 막대한 금액을 기부했구나’하는 정도의 치부는 무지의 소치일 수 있다. 석유왕으로 잘 알려진 진 폴 게티(J. Paul Getty)는 38살에 은퇴하여 예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했다. 1954년 자신의 저택에 인접한 땅을 구입해 첫번째 갤러리를 지었는데 이것이 현재의 게티 빌라(Getty Villa)이다. 게티 빌라 역시 건축에 많은 고민을 통해 고대 로마 유적인 ‘파피리의 빌라’와 고대 유적들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 그 후 1997년 게티 센터(Getty Center)가 개관 하기까지 43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위대한 선물이 되었다. 게티가 세상을 떠나며 모든 재산을 기부하여 Getty Foundation을 통해 지금도 그의 열정과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사회가 문명화하는 가장 큰 영향력은 예술’이라고 생각한 그는 "수집의 기쁨"(1965)과 "18세기 유럽"(1949)이라는 두 권의 책을 쓰기도 해다. 이정도면 그는 취미를 넘어 훌륭한 수집가이며 대중의 교육과 즐거움을 위해 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해준 위대한 후원자이다. 자신의 역사와 예술의 대한 열정이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야말고 후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대치의 유산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도 후대를 위한 위대한 후원자를 기대해본다.
* 문화뉴스 기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