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빌 인턴과의 대화_오로빌이 지속 가능할 것 같아?

by 양애진

세상에 완벽한 곳, 유토피아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애초에 오로빌이 어떤 이상을 가지고,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되었는지를 보아야 한다.



마트리 만디르에 가던 길

오로빌 정신의 중심인 명상의 전당, '마트리 만디르(Matri Mandir)'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옆에 한 아이가 잔디밭의 부러진 꽃가지를 세워보려는 듯 이리저리 손대고 있었다. 그 아이를 보던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

내버려 두렴. 그럼 스스로 살아날 거야. (It will survive itself)



종이공장에서 만난 할아버지와의 대화

'오로빌 재활용 종이공장'에 가던 중 오로빌에 40여 년째 살고 계신 네덜란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 나눴던 짤막한 대화.

나: "우와 40년이라니, 오로빌 초기부터 계셨던 거네요?"

할: "그럼. 그때 이곳은 나무 하나 없는 사막이어서 여기서 바다까지 다 보였단다."

나: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점점 마을이 커지고 사람들도 모여들게 되면 그들을 제어할--사회를 잘 돌아가게 할-- 법이나 규칙이 필요해지지 않을까요?"

할: "아니, 법은 필요하지 않아. 미국을 한 번 보렴. 미국은 법 투성이야. 길가 어디에나 경찰이 있지."

나: "오로빌은 작은 공동체니까 법 없이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국 같이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거대한 국가는 어쩔 수 없이라도 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할: "음.. 생각해 보렴. 법은 게다가 각 나라마다 다르지. 예를 들어보면 미국에서는 공적인 장소에서 남녀의 스킨십이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인도에서는 남녀가 손을 잡고 다니는 건 불법이야. 절대 안 되는 일이지"

나: "하지만 법도 계속해서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할: "그렇게 바뀔 수만 있다면 법도 좋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거든. 한 번 '이렇게 하자'라고 정하면 다시 바뀌기 정말 어려운 것이 법이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또다시 지난 미국에서 만났던 한인 택시 기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공권력이 강해야 해요. 미국은 공권력이 엄청나게 강해요. 아무래도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각국 각 문화마다 사정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를 텐데, 그 모두를 컨트롤하려면 공권력이 강해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여기서 경찰들한테 함부로 하는 건 생각도 못해요. (...)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에 대한, 공권력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나쁘든 좋든 우리를 대표하는 대통령이에요. 국민부터가 먼저 존중을 하지 않으니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우리를 존중하겠어요."

그때 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가치관이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어느 쪽일까.. 옥상에 올라 누워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가로등 한 점 없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했다. 스토니브룩의 밤은 잊힐 정도였다. 하늘 넓게 흩뿌려진 이 수많은 별들 만큼이나 흩어져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어떻게 잇고 짜집어야 할까.



인턴과의 점심식사

마침 이곳 컨설팅 회사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는 한국인 인턴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나: "오로빌에서 사는 것은 어때?"

인: "이곳 환경만 보아도 길을 지나가다 가도, 식당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잖아요.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좋은 것 같아요"

나: "하지만 오로빌을 '서양인들이 자기들 이상을 이루려는 허울뿐인 공간'이라는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잖아. 실제로 평등을 추구하는 이곳에서 정작 서양인들이 로컬 사람들을 하우스 키퍼로 고용하고 있기도 하고.."

인: "맞아요. 사실 여기도 오로빌리언이 2700명이라고 하지만 정작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2000명 채 되지 않아요. 오로빌에서 일하는 로컬 사람들은 7000명이 넘는다고 하던데요. 뭐.. 보면 자기 본국에선 월세 내주고 여기 와서 반년은 쉬고 반년은 여행 다니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보면 오로빌 규율도 안 지키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하는 등 지속가능이라는 모토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정말 많은데 서양인들 추구의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인지 '언젠간 쟤네들 알아서 깨달을 거야' 라며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둬요.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보고 기대한 만큼 실망도 많이 했었어요."

나: "그런데도 이 공간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인: "네. 지금까지도 잘 유지된 걸 보면 그럴 것 같아요. 오로빌의 이상과 맞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오로빌의 이상만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지속될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나: "이곳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은 나중에 오로빌 밖에서 살지 않아? 보통 졸업하면 어떤 길로 가게 되는 거야?"

인: "거의 다 밖으로 나가서 살아요. 이곳 교육의 질은 정말 좋아요. 따로 외국 대학 시험 준비하는 학교도 있고 로컬 사람들에게도 무료로 제공돼요. 하지만 인도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가받지는 않아서 실제 로컬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고등교육까지는 잘 되어있지만 현실적으로 오로빌 내에 대학은 없고 불가능하니 좀 더 전문적인 길을 가고 싶으면 다들 외국 이를테면 유럽으로 대학을 가곤 하죠. 대게 본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학비도 저렴하죠."

나: "오로빌에 오게 된 건 특별히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거야?"

인: "굳이 지속 가능한 삶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이런 환경 속에 있다 보니까 '아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하는 거지. 그냥 나부터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삶을 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나: "오로빌 말고도 세계의 다른 공동체도 있지 않아?"

인: "있지요. 아직 막 다른 공동체도 가봐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이미 많이들 갔다 와서 칼럼이고 책이고 낸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그냥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하는 생각?"

나: "저번에 말했던 파머컬쳐는 뭐야?"

인: "자기 주변의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식인데 개인적으로는 상업적인 용도인 것 같아 회의적이에요. 사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 할머니 농장만 해도 이미 그런 관념들이 스며들어 있는데 그걸 문서화, 공식화한 것뿐이 거든요. "



그렇다.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것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고, 누군가가 앞지르고 다른 누군가는 뒤쳐지는 문제가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함께 나가는 것.



남인도 폰디체리의 어느 서점에서 만난 오로빌의 변화에 대해 다룬 책

"As an intentional, international community, Auroville is surrounded by rural India though, but represents a part of the world; an aspiring utopia of people all around the earth. However it is impossible to BOOM without the DARKSIDE. As feeling disoriented and confused, we should trace back to the original idea. The changing is overwhelming and, in many ways, bewildering, however, in the midst of the change, it seems subtle and kind of calm, hard to recognize. Felt disoriented and conf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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