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무엇일까? 대체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 것이고 그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좋은 교육 공간이란 건 뭘까? 훌륭한 교재와 도구가 갖춰진 곳이 바람직한 걸까? 그렇다면 대체 훌륭하다는 기준은 뭘까?
오로빌 안에는 유치원, 초중고뿐만 아니라 라스트 스쿨(평생 교육원)이 존재한다. 죽는 그날까지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 걸까? 마침 오전에 오로빌의 교육에 관해 토론하는 'Education Auroville' 세션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봤다.
"오로빌리언"
오로빌은 전 세계에서 국경 없이 모여드는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예컨대 엄마는 프랑스인, 아빠는 인도인일지언정 두 국가 어디에도 귀속감을 갖지 않고 자기 자신 그 자체로서 '오로빌리안'이 되는 아이들이다.
"Who you are?"이라는 질문에 "I don't know"라는 답이 나온다.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는 자기 자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경계의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그 누구의 의견도 아닌 본인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었다.
"수평적 사고관"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코딩, 프로그램 등 컴퓨터, IT를 어릴 적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따라잡지 못하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난다. 이제 초등학교에도 코딩 과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오로빌의 아이들은 어떠할까? 나는 물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해도 괜찮은 걸까요?"
"그보다 바람직한 사고관과 세계관을 갖는 것이 먼저예요. 지금 프랑스로 돌아가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정말 훌륭히 잘 해내고 있어요. 지난 파리 테러 사건 때 아이들이 뭐라고 물었는지 아세요? "테러는 세상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왜 파리만 슬퍼해야 해요?" 래요. 사실 맞는 말이에요. 몇백 명의 사람들이 죽는 일은 지금도 이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파리만이 유독 슬퍼하고 추모될 것은 아니죠. 그런데 초등학교의 어린아이들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이 아이들이 커서 얼마나 큰 사고관, 세계관을 가지게 될지 기대되지 않나요?"
수직적 사고관이 아니라 넓은 '수평적 사고관'을 갖는 아이들이었다. 학부모 중 한 명이 말했다.
Just let the mind BLUE!!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들은 왜 이곳에 왔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솔라 키친에 갔다가 이곳에 벌써 7년째 사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학부모인 그가 있는 오로빌 안의 한 초등학교 TLS(The Learning School)를 찾아가 보았다.
부모가 아이가 함께 학교에 와서 선생님이 되고 급식 당번이 되어 아이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는 곳이었다. 나무에 색색의 가방들이 줄지은 듯 각자대로 걸려있고, 낡은 타이어가 밥을 먹는 멋진 식탁이 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는 실험적인 학교였다. 아이들은 네모난 교실 안에 갇혀있지 않았다. 베이킹을 배우고 싶으면 오로빌 베이커리로, 연극을 하고 싶으면 연극 강사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학교 담장을 넘어 오로빌, 세상 자체가 교실인 셈이다. 물론 환경이 완벽히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보기엔 위생에 부적합한 공간일 수도 있고, 시대에 뒤떨어진 보잘것없는 최소한의 도구만을 가지고 교육하는 곳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보다도 반짝반짝 빛이 나 보였다. 내 꿈속에만 존재하던 그런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 "오로빌은 어때요? 어떤 곳이에요?"
학: "오로빌은 법과 규제, 틀을 떠나 자기 자신을 실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실험적 공간이에요."
나: "사실 인류의 평등을 외치는 이곳이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양 사람들은 하우스 키퍼로 로컬 사람들을 고용하곤 하잖아요. 그게 평등인가요? 외부의 시선에서는 그렇지 못할 것 같은데요."
학: "맞아요. 좋은 지적이에요.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는 저도 비판적이에요. 그건 이곳에 여전히 인도가 프랑스령이었을 당시 식민지적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예요. 서양인들도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도 그래요. 특히 인도 여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키퍼 일을 구하는 것도 정말 잘 구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는 분명 모순이죠. 그래서 최대한 내 집은 내가 치우고 내가 모든 것을 하려 해요. 자격증에 대해선 비판적이에요. 선생님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인 것 같아요. 그 외의 지식, 자격증 등은 실제로 경험이 쌓이면서 같이 얻어져야 해요."
나: "여기도 다른 곳과 별다른 게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학: "처음에는 종교화 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처럼 법과 규칙이 필요치 않길 바랐어요. 하지만 또 사람이 많아지면 말이 달라지죠. 처음 7명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오로빌에 살았을 때는 서로서로 다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점차 사람들이 많아지자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부정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법이, 규칙이 필요해졌고요. 하지만 사실 가장 현실적 문제는 오로빌이 그 자체로서 독립된 정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오로빌은 인도 안에 있어요. 비자건 무엇이건 인도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라도 법이 생겨난 이유도 있어요."
나: "종교의 시작, 국가의 시작, 사회의 시작. 역사의 시작을 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처음엔 모두가 이러했겠구나. 하지만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할까. 원래 모든 집단은 커지면서 변해가기 마련일까. 이게 자연스러운 것일까. 그렇다면 커지면 안 되는 걸까..."
학: "아니요. 오로빌은 더욱 열려야 해요"
나: "어찌 보면 이 오로빌은, 이 실험 공동체 집단은 실험적 국가인 미국과도 정말 닮은 것 같아요."
학: "하지만 미국은 완력으로 이루어진 역사죠. 미국이라는 국가 바탕에는 프런티어들의 토착민 학살이 있었어요. 미국은 피와 전쟁으로 이루어진 실험 국가지만 오로빌은 공동체 정신으로 시작했죠."
아니요. 오로빌은 더욱 열려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