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거실 소파 위에는 이 그림이 걸려있었다. 수영장 벽을 뚫고 나가 바다를 헤엄치는.
불그레 취해 퇴근할 때에도, 비몽사몽 부랴부랴 옷을 꿰차입고 출근할 때에도 종종 물끄러미 이 그림을 바라보곤 했다. 묘하게 힘이 됐다. 매일 주어지는 업무의 대다수는 '안 될 게 뻔하지만 일단 해보는' 일들이다. 안 받을 줄 알면서 전화를 걸고, 답하지 않을 줄 알면서 질문을 하는. 때로는 뭔가를 건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 순간을 위해 99%의 민망하고 무안한 시간들을 견뎌야 한다. 유난히 마음이 힘든 날에는 저 그림처럼 수영하듯 양 팔을 허공으로 허우적대며 거실을 가로질렀다. 까짓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또 새로운 지평이 열리리니!
그랬던 그림인데. 아파서 종일 집에 있다보니 괜스레 저 그림에게 심통이 났다. 수영장은 수영장이고 바다는 바다지, 벽을 뚫긴 왜 뚫어, 무슨 변을 당하려고 저렇게 앞으로만 나가? 식탁에 앉아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거실 그림이 직빵으로 보이는데, 한번 거슬리기 시작하니 이미지를 보는것 자체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기분이었다. 대체할 그림을 주문하기도 전에 일단 액자부터 떼어 내려놨다. 텅 빈 거실 벽이 허전하긴 해도 차라리 고요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제, 액자를 뽁뽁이에 고이 싸서 친구 집에 입양 보냈다. 무식하게 씩씩하고 용감했던 나의 30대도 함께 멀리 보냈다. 안녕,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