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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좋은 달리기란 없다.

마라톤 동호회 자원봉사 날

by September Sky



남자보다 열다섯 살이 더 많은 막내 외삼촌을 만났다. 외숙모를 옆에 태우고 운전할 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거나 회전하는 순간에는 항상 숙모에게 팔을 뻗어 몸이 앞으로 숙여지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부드럽게 감아준다. 늘 다정다감한 삼촌의 행동은 두 아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아이들은 인사성도 밝고, 화를 내거나 주눅 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도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외삼촌 아이들을 꼭 입에 올렸다.


가끔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가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데 섬세한 사람하고 같이 있는 기분은 아마 영리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마음과 같다. 한 말을 또 하는 긴 말이 필요 없고, 여러 가지 배울 것을 알아서 하니 가르치기가 너무 편한 상황이다.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에 젖어있다.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그런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당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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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 번 자원봉사를 맡은 사람은 물과 음료, 그리고 간단하게 요기할 것들을 준비한다. 보통 초코파이 한 박스와 빵, 떡이나 간식하고 물과 에너지 음료를 준비하면 된다. 준비운동, 단체 사진, 오늘 목표한 거리를 동료들이 달리고 돌아오는 과정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일도 자원봉사자, 당번의 일이다.


일년에 단 하루지만 - 단 하루라는 말을 할 때면 이상하게 가슴이 부푼다 - 남자가 자봉 하는 날을 고대한다. 오늘은 무엇을 준비할지 보고 싶다. 역시 남자는 사과를 예쁘게 깎아 플라스틱 두 박스에 담았고, 노란 단호박을 수분 없이 단단하게 찌고, 예전에 한 번 맛 본 적이 있는 방울토마토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왔다. 사실 제일 궁금한 것은 누가 이런 음식을 준비했나 하는 거였다. 남자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서 누가 차렸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아내가 어젯밤에, 오늘 아침에 준비한 거라고 떠벌렸다. 자기가 준비한 것을 혹시 알아차릴까 봐 지레 설레발같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12번을 해도 남자는 아마 매 번 다른 재료와 다른 음식을 해 올 수 있는 사람이다.


성격이나 사고가 독특하고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행동한다. 남자는 준비한 음식에 당근과 브로콜리, 삶은 계란만 더하면 남자가 늘 말하던 저속 노화 식단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늘 정갈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


3월 달리기가 끝나고 4월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잔인한 4월을 만들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달린다. 매월 200km 이상을 달리자고 결심했다. 훈련에 빠지지 말고 참석한다. 달리기는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달리기는 특권이다. 결코 당연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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