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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Sep 22. 2020

로바니에미,  크리스마스에는 산타를 만나야지

핀란드 산타마을  Joulupukin Pajakylä



공채 최종 합격의 순간, 산타를 만나고 싶어졌다


국제 우편의 받는 사람 란에 '산타클로스'라고 적으면 바로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로 발송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산타의 고향이기에 어릴적 동화의 종착지로 적합한 곳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무려 1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야 딛을 수 있는 곳.


회사 최종 면접에 합격하고 건강 검진 통보 메일을 받은 순간, 바로 이 곳으로 행선지를 결정했다. 큰 변곡점을 한단계 넘어오고 나니 '어린' 시절과 작별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 묘하게 찡한 마음을 해소할 '동화' 속 배경이 필요해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수고한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했거든.





가장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


구불구불 달려가는 조용한 시간일  알았는데, 각국에서 몰려온 청년들이 날밤을 새며 야간열차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였다. 나처럼 개인 시네마를 열기도, 모르는 여행자와 짝을 지어 딥톡을 하기도,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차오른 가짜 허기(?) 푸드파이팅을 하기도. 새벽 5시쯤에는 대부분이 몸을 쭈그리고 꼬부라진채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다들 이렇게나 노력했다.


헬싱키에 발이 닿자 마자 로바니에미로 순간이동을 시도한다.



산타를 보겠다고 찾아온 눈처럼 하얀 강아지




산타의 본진. 서울에서 하루를 넘게 달려온 여행자는 나지막히 탄성을 지른다.




오두막 하나 하나를 열어보며 산타를 찾는 중



루돌프는 오늘 몇 번의 썰매를 끌었을까.



날이 밝아오면서 산타 마을에는 물만난 물고기격인 어린이들이 마을을 채우기 시작했고, 행복한 유럽 가족의 모습도 많이 엿볼  있었다.  가운데서 하루종일 썰매를 끄는 중이었던 순백의 루돌프가 눈에 띄었다. 그의 하루를 시작하기 전 가냘프게 고개를 숙이고  밭을 킁킁대며 잠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봉제 인형으로 꼬옥 껴안아   밖에 없는 루돌프와 마주하고 나니, 상상  유니콘처럼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더군다나   라플란드 관광상품의 전방위에 나선 첨병과도 같은 역할이라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것이 가장 멋지다고나 할까.





나에게 선물하는, 꽤 특별한 선물


오두막을 휘저으며 산타를 만나겠다는 것도 모자라, 친히 배송을 부탁하는 전세계의 산타 팬덤. 이름하야 산타클로스의 '루돌프 배송' 되시겠다. 마음에 드는 엽서와 우표를 고르고, 따뜻한 오두막에서 엽서에 꾹꾹 편지글을 써남기고 우편함에 넣는  까지가 산타 마을 미션의 완성이라고   있다.


한껏 욕심부린 엽서 꾸러미를 장식하는 주변의 고사리 손들을 보니 나도 질수야 없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누구보다는 아끼는 나를 위해  장의 엽서를  썼다. 핫초코  잔을 옆에 끼니 글이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산타클로스의 할 일들이 차곡 차곡 쌓여간다.



이제는 어리지 않은 나를 응원하기 위해 편지 한 통을 보내주기로 했다.



짧지 않은 여정을 통해 오기도 했지만, 나의 마지막 '어린 크리스마스' 것만 같아 자꾸만 트리숲을 서성였다. 게다가 이렇게나 멋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잖아. 지금까지  트리  가장 화려하고  트리와, 루돌프, 허스키, 오두막에서 잠깐 마주친 산타클로스까지. 백색 세상에서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전부인 산타클로스의 동화 속에서 여행의 목적을 완벽히 달성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이런 크리스마스를 선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보러 가본 적 있어?' 운을 떼며

모두 앞에서 이 날을 추억한다.



내 키의 4배가 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벅차던 순간들.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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