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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쭉이 아빠 Oct 07. 2020

꼼수 부리지 말고 육아하기

아빠가 딸에게

아내가 퇴근했다. 나와 교대해 아이의 저녁밥을 마저 먹인다. 오늘따라 피곤한 아내와 오늘따라 유난한 아이. 엄마에게 몸을 부대끼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이다. 그러다 실수로 엄마 젓가락을 식탁 밑으로 떨어뜨렸다. 아내가 짜증을 삭히며 말한다.

"아쥐나. 이렇게 밥을 먹으니까 젓가락도 떨어지고 숟가락도 떨어지잖아. 엄마도 밥도 못 먹고"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타이르는 아내. 하지만 아이는 엄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했다.

"아니야, 젓가락은 똑 똑 하고 떨어졌지. 그리고 숟가락은 안 떨어졌어"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아이를 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숟가락은 안 떨어졌으니 엄마가 거짓말한 셈이다. ㅎㅎ 

"맞아. 숟가락은 안 떨어졌네. 엄마가 거짓말했어 미안해"

엄마의 빠른 사과에 아이는 실눈을 뜨며 개구지게 웃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두 단어 이상 말하기 어려워했는데.... 말솜씨가 무섭게 늘었다. 

어쩌면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순간이  아기와 어린이의 경계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시기는 부모의 거짓말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특히 동화책을 읽어줄 때 피곤하거나 시간이 없으면 본문 내용을 축약하거나 생략해서 읽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는 "아니야!"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아이가 여러번 동화책을 들으면서 그림과 내용을 외워버린 것이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아이의 약점을 이용한 부모의 거짓말이 이제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이에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 적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사실과 다른 일을 구별해 내기 시작했다. 거짓말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면 우선 부모부터 정직해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려면 우선 정직한 육아를 해야겠다. 꼼수 부리지 말고.

근데 아쥐나. 한글은 언제 땔 거야? 

2020. 10. 07
아빠가 딸에게

#아빠육아 #거짓말 #말대꾸 #아기와어린이사이 #꼼수 #정직하게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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