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아시나요? 인도네시아 옆에 작게 붙어 있는 나라죠.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독립을 이룬 나라입니다. 독립한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20년 내내 호주와 석유를 놓고 해양 영토 분쟁을 했죠. 이번에는 호주와 길고 긴 석유 전쟁. 그리고 동티모르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동티모르 독립
동티모르는 16세기부터 포르투갈 식민지가 되어 오랫동안 식민지 기간을 겪습니다. 1975년 11월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했죠. 독립의 꿈도 잠시 그 해 12월 서구 열강들의 묵인 하에 인도네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합니다. 길고 긴 인도네시아와 독립 전쟁이 일어나죠. 이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동티모르 학살과 탄압이 이루어지죠. 인니도 수하르트 독재정권으로 매우 폭력적인 국가였거든요.
1996년 동티모르 독립운동의 공로로 오르타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동티모르가 국제적 관심을 받습니다. 1999년 유엔의 감독 아래 총선거가 열리고, 압도적 찬성으로 독립을 지지하게 됩니다. 2002년 마침내 꿈꾸던 독립을 하게 되죠.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르타는 2007년 2대 대통령에 오르게 됩니다.
호주와 해양 영토 분쟁
독립의 달콤한 꿈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동티모르의 경제 구조상 석유와 천연가스와 커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출 품목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동티모르가 가지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 대부분이 호주와 동티모르 해양 국경선에 애매하게 걸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석유 개발 및 생산 인프라가 하나도 없었기에 전적으로 호주에게 의지해야 했죠.
2002년 석유 자원 개발을 위한 동티모르와 호주의 조약이 체결됩니다. 석유 개발 로열티 및 조세 수입 배분을 동티모르 9 호주가 1 비율로 개발 및 생산을 맡게 됩니다. 일단 세수가 급했던 동티모르는 정확한 해양 분계선은 나중에 의논하기로 하고 일단 임의로 정하게 된 선이죠. 문제는 그레이트 선라이즈 유전이었습니다. 경계선에 걸쳐 있었기에 이 유전은 동티모르 18%, 호주가 82% 지분을 가지게 되었죠.
2006년 이 그레이트 선라이즈 유전을 놓고, 티모르 해 특정해역 합의에 관한 조약(CMATS)을 새로 체결합니다. 하지만 동티모르는 2013년 이 협정이 불평등하고 이익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며 국제법정에 소를 제기합니다. 2016년까지 호주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해당 소송 과정에서 호주 첩보 요원이 도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분쟁의 이유. 해양 국경선
호주와 동티모르 사이 해양 국경선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했습니다. 호주의 국경선은 자국에서 뻗어 나온 대륙붕 선을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었고, 동티모르는 양국 사이 중간지점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주장에 따라 그레이트 선라이즈 유전 지대가 자국의 영토가 될 수 있었죠. 동티모르 입장에서는 무조건 사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우리 국토이니 내줄 수 없지만, 키탄 kitan 유전이 2014년 생산이 종료되면서 바유-운 단 Bayu- Undan 유전 하나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죠. 이 마저도 2022년 말에 고갈될 예정이었죠. 이대로 가다간 10년 내 파산할 수도 있는 위기였습니다. 분쟁 중이라 개발이 되어있지 않던 그레이트 선라이즈가 동티모르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2018년 동티모르- 호주 극적 합의
첨예하게 대립하던 두 국가는 2018년 유엔 사무총장 주재 아래 해양 국경선 확정과 그레이트 선라이즈 유전에 관한 합의 조약을 맺게 됩니다. 놀랍게도 경계선은 동티모르가 주장하는 중간선으로 확정 짓게 되어 선라이즈 유전 대부분이 동티모르에 들어가게 됩니다. 동티모르와 호주는 공동개발로 동티모르가 7, 호주가 3을 가져가는 형태로 합의가 되죠.
생각보다 빠른 합의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첫 번째로 동티모르의 사회안정을 꼽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호시탐탐 다시 동티모르를 자신의 경제권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저 유전이 없다면 파산 위기까지 내몰릴 정도로 석유, 천연가스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제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석유 생산 파이프가 모두 호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2008년 즈음 한국을 포함해 수많은 국가들이 동티모르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한국도 개발 가능성 조사를 수차례 진행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 및 글로벌 기업들이 동티모르에서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동티모르로 이어지는 파이프 연결이 수심이 너무 깊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죠. 호주는 이 점을 알고 영역을 인정해주면서 빨리 유전 개발을 서두르려 협상을 빠르게 타결했지 않나 싶습니다. 동티모르는 지금도 해당 유전을 자국으로 파이프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기반 시설도 만들어지고 기술도 개발되고, 고용창출도 되니까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동티모르- 호주 석유 지대, 각국의 에너지 자원 개발 경쟁
일찍이 동티모르는 한국과 각별한 우호를 유지하며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유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과 수많은 이유로 동티모르에서 진행은 어려웠죠. 현재 이곳의 자원 개발은 호주를 통해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SK E&S가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개발 사업 지분 37.5%를 가지고 있죠. 이미 호주를 통해 미국, 유럽, 일본의 수많은 자원개발 사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우-운단 가스전이 끝나게 되면 이곳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한다고 하네요.
한국-일본 해양분쟁, 한일 대륙붕 협정
동티모르와 호주의 해양분쟁은 한국과 일본에게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릅니다. 영화에도 나오던 7광구 지역입니다. 여기 석유가 나온다고 한때 시끄러웠죠. 우리나라는 일본과 제주도 남방 수역을 1974년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었습니다. 한국이 이곳 영역을 주장할 때 바로 호주의 논리처럼 자국 영토에서 뻗어 나온 대륙붕을 중심으로 영역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쪽으로 치우친 공동개발구역이 만들어졌죠. 한국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티모르-호주 분쟁에서 호주 대륙붕을 인정하지 않는 협약이 나왔기 때문에 다음 재협상에서 일본이 이 근거를 들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릅니다. 다음 재협상은 2028년입니다. 물론 호주-동티모르는 서로의 국익을 위해 어느 정도 서로 양보하면서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PS.
1. 2010년 개봉한 맨발의 꿈이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과 김신환 감독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2.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지시로 상록 부대 파견
3. 1999년 APEC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 앞에서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학살을 안건으로 제시. 이후 동티모르에 대한 원조와 서구사회의 독립 지지로 이어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남북평화도 있지만, 동티모르 평화협상을 도운 공로도 인정받음)
4. 한국에도 방한했던 오르타 전 대통령이 올해 열린 선거에서 1위를 함. 하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1,2위가 다시 결선 선거를 5월에 진행할 예정. 오르타 대통령이 46.5%로 압도적 1위를 했기에 다시 두 번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참고자료
세계 에너지 시장 인사이트 17-4호
한국 해양수산개발원 KMI 동향 분석 No.89
외교부 동티모르 개황 2020
동티모르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