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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자까 Apr 04. 2017

늙어간다는 건

청춘 회고

청춘(靑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생명은 노화를 거쳐간다는 것을 알아간다.

꽃 같은 나이엔 절대 늙지 않을 거라고 아니 늙어가리란 의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흰머리 수 세기를 포기할 때,

닳아 희미해져 가는 시력에 자꾸 안경을 들추곤 할 때,

계단을 뛰어오르며 들려오는 삐걱 소리에 걱정이 들기 시작할 때,

상처 난 자리가 아물어가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갈 때,

세수를 하다 마주친 거울 속 낯선 얼굴에 드리워진 주름이 내 아버지의 것과 닮아갈 때,

그리고, 생각의 힘이 예전 같지 않아질 때,

생명의 활기가 서서히 힘을 잃고 사그라지고 있음을

미세하지만 자각할 수 있을 나이가 되어 간다.


슬프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삶의 지나 한 굴레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삶에 대한 그 어떤 의무도 책임도 아니다.

수십억 억겁의 세월을 돌고 돌아온 이치이고 현상일 뿐이다.

그렇게 돌고 또 돌아 지나갈 뿐이니까


늙는다는 건,

배워서 학습하고 깨우쳐 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냥 관통한단 걸 아는 것일 뿐이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 Refections by Tom Hus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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