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만큼 겨울이 좋은 이유
겨울이 온다.
엄마를 닮아 손발이 찬 나는, 겨울이 유난히 춥지만, 추운만큼 겨울이 유난히 좋다. 그래야 호빵의 온기를, 찬바람의 상쾌함을, 극세사이불의 포근함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한기에 얼어버린 손으로 꼭 쥐고 걸어가는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의 고귀함을, 그렇게 걷다가 발견하는 하늘의 청명함을, 집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의 노곤함을 알아버리니까. 그래서 내 일상이 조금 더 좋아지니까.
여름 내내 젊었던 나무들, 가을에는 낭만을 뽐내던 나무들도 별 수없이 나뭇잎들과 이별하며 외로워지는 계절. 모두가 외로워지는 계절이라 혼자 있을 때의 호젓함이 꽤 괜찮은 계절. 그러다 가득 채워진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올해도 고생 많았다, 토닥이는 시간이 있는 계절. 사천원짜리 파스타 소스에 푸짐하게 말아 먹는 파스타와 가격표를 덮어두고 사들이는 테이블 와인이 유난히 맛있는 계절.
추운 만큼 추중하고 싶은 계절, 겨울이 코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