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들끼리 만날 때 좋은 점과 유의할 점
대표들은 왜 대표들끼리 만나려 할까?
대표들끼리 만나면 명확히 좋은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 문제, 채용 문제, 재무상황, 판로 고민, 투자환경 등 제반 이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대충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된다. 업력 조금만 쌓이면, 직원 몇 명이고 투자 얼마 받았느냐만 가지고도 대략적인 현금흐름 상황과 런웨이도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서로 조언을 주고받기도 좋다. 답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리프레시는 된다.
팀원들은 물론이고 경영진에게도 이야기 못할 대표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대표가 조직 안에서 가진 기대와 역할 때문에,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조직 내에 이야기가 돌고 (대체로) 팀원들의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할 이야기 없이 낑낑대면 대표들의 멘털에도 큰 타격이 온다. 어딘가에는 고민거리를 풀어헤쳐야 한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대표들이라면, 서로가 서로의 대나무 숲이 되어줄 수 있어 서로 깊은 의지가 된다.
대체로 대표들은 기존 비즈니스 흐름에 생각이 멈춰있지 않고, 몇 개월에서 최소 몇 년 이상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늘 고민하게 마련이다. 상대 대표의 열정이나 역량, 네트워크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다들 열심히 대표로 살고 있는 분들이실 테니, 생사를 거는 수준의 고민을 거쳐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참고가 될 만한 아이디어와 조언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사업에 모자란 퍼즐을 끼워 맞출 수 있다. 특히 사업 전개 단계의 격차가 클수록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선행 학습자의 시행착오를 듣고, 실수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년간 많은 대표님들과 이야기하고 협업하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발전단계나 사업단계에 따라 조언의 효용성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은 대체로 존중하며 듣되, 과하게 흔들리거나 조직 내에 세게 공유하면 안 된다. 아이템의 성패는 실행에서 갈린다. 각자의 경험의 결과는 모두 존중해야 하지만, 실행 과정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팀의 문화나 역량은 아이템 바이 아이템이고 팀 바이 팀이다. (다만 비즈니스 구조, 수익 구조, 의사결정 구조 등 대부분의 비즈니스들에 통용되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경험상 조언을 듣고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좋았다)
대표가 최고 실행 책임자(Chief Executive Officer)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표들은 나무보단 숲을 보고 있기에 디테일에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임원진, 중간관리자, 실무진 단에서의 복잡다단한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가 오케이 했다고 해서, 그 회사와 진행하는 협업 건이 반드시 원활히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표 간의 협업 결정은 매우 보수적인 관점에서 팀 내에 공유하고, 실무진 단에서 결정할 재량 폭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게 좋다.
긴밀한 이야기로 신신당부하고 말을 전하더라도, 적어도 상대 조직의 경영진 단에는 해당 정보가 들어간다고 보는 게 맞다. 아무리 진중한 대표라도, 자기가 믿는 사람들에게는 컨피덴셜 전제로 이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마다 신뢰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신뢰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신뢰의 연쇄를 타다 보면 생판 남에게 긴밀한 이야기가 새어나갈 수도 있다. 내가 믿는 사람의 전부가, 상대가 믿는 사람의 전부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전할 때는, 새어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만 이야기하는 게 좋다.
물론 위에서 말한 것들의 예외는 있다. 상대 대표의 내공이나 업력, 조직 장악력, 그와 쌓은 신뢰의 깊이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 대체로 위에 언급한 3가지, 조언 걸러 듣기 / 최종 결정으로 보지 않고 실무에 위임하기 / 퍼져도 괜찮을 이야기만 공유하기, 이 3가지를 잘 지키면서 신뢰관계를 공고히 해 나가면 크게 탈은 나지 않을 것 같다.
대표의 가장 좋은 친구는 대표다. 서로 주의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면서, 모든 대표들이 더 좋은 만남들로 위안받고 더 많은 기회를 누리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