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딸아이와 나는 가끔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서로 눈을 찡긋할 때가 있다.
그건 ‘맛이 좀 부족하지만 암말 말고 얌전히 먹자.’라는 암묵적 사인이다.
아내는 모델하우스를 능가하는 깔끔한 살림에 비해 요리는 늘 2…. 20%로 부족하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다.
그래서 초등학교 땐 도시락 싸가는 게 조금 창피할 때가 있었다. 특히 소풍 때면….
그렇다고 그때의 생활이 상처가 되어 이후의 삶에 영향을 주었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삶은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에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어머니나 지금의 아내 모두 일하며 가정을 꾸리느라 바쁘다.
그래서 일찍 출근하는 아내는 방학이면 이렇게 딸아이의 아침을 준비하고 나간다.
물론 ‘와우!’ 하는 내용물이 아니다 보니 딸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담에 누군가 "당신은 참 잘 자라셨군요!"라고 딸아이에게 말한다면,
그건 아마 오늘도 딸아이와 나의 눈을 찡긋하게 만드는 아내의 요리에 담긴 사랑의 질감 때문이다.
201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