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꺼리는 소심한 리더에게
칭찬하려니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고 칭찬을 듣자니 쑥스럽고 간지럽다. 어렵기는 매한가지. 칭찬주기는 식은 땀을 일으키고 칭찬받기는 민망함을 불러온다.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덥석 받거나 맘껏 주지 못하는, 우리의 칭찬 알레르기가 더 따뜻할 수도 있는 사무실 온도를 3도쯤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닐지.
칭찬받으면 쑥스러워 눈 돌려 딴청을 핀다는 A팀장, 상사의 칭찬 뒤에 무슨 반전이 있을까 긴장하는 B팀장, 상사의 형식적 칭찬에 기분이 언짢아지는 C팀장, 칭찬 내용에 동의가 안되어 손사레를 치는 D팀장 등 칭찬은 이러 저러한 이유로 공정한 거래 과정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칭찬에 대해 우리가 부여하고 있는 각종 의미 때문에 칭찬은 안타깝게도 많이 오염되어 유통되고 있다.
단점에 예민해진 눈
칭찬을 하면 교만해질까봐, 하려 해도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도대체 칭찬할 거리가 없어서, 평소 칭찬을 하면 성과평가시 지장이 있을까봐, 남발하면 소위 ‘약발’이 떨어질까봐, 등등 각종 이유가 칭찬을 가로막는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 리더 역할의 본질이라 생각하여, 단점에 예민해진 눈이 만들어져 간다. 그런데 커다란 발전이나 큰 성과만 칭찬한다면 결국 칭찬할 일은 줄어들고 의욕은 점점 내려갈 것이다. 칭찬은 대상이 훌륭하냐의 문제이기 전에 내가 무엇에 주목하느냐의 문제이다. 장점이 시야에 안 잡히는 리더랑 함께 일하는 조직이 어떨지 상상해보라. 그래서 근본적으로 칭찬의 문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잘 해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라고 칭찬하는 것으로.
사실칭찬과 사람칭찬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칭찬할 것인가? 칭찬은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사실을 칭찬하는 ‘사실칭찬’과 역량이나 성품을 알아주는 ‘사람칭찬’이 있다. “지난번 프리젠테이션 잘 했어요”는 사실칭찬이고, “의견을 자신 있게 개진하고 설득력이 탁월합니다”는 사람칭찬이다. Fact 차원의 사실칭찬을 역량으로 바꾸면 사람칭찬이 된다. 사실로 끝나는 것보다 그것을 가능케 한 태도, 품성, 역량의 차원으로 확장하면 칭찬 레퍼토리가 풍부해진다
“김대리는 참 일처리를 잘합니다.”라는 칭찬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due date를 잘 지키고 자료를 요구하면 즉각 대응해줍니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로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사실-근거-성품의 3박자로 하면 칭찬이 탄탄해진다. 구체적으로 표현되면 될수록 칭찬은 듣는 이의 마음에 깊게 자리한다.
정 칭찬거리가 없을 때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보라. “앞으로 ___상황에서 포용력을 잘 발휘할 것입니다” “배려 잘하는 팀장이 되어 팀워크를 잘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는 의도를 칭찬하는 방법이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한 시도가 훌륭했습니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완성도를 높이려는 마음이 커서 그렇군요”
칭찬의 보너스는, 칭찬을 받고 나면 칭찬해준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구나 하는 심리적 안전감과 나도 그에게 칭찬을 해줘야겠다는 보은의 마음까지 생긴다. 또 혹시 칭찬이 더 나올까 싶어 더 귀 기울이게 되니 칭찬은 영향력을 키우는 아주 좋은 방법인 것이다.
칭찬 제대로 받기
칭찬을 받는 자세도 중요하다. 칭찬의 파워를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리더일수록 칭찬의 힘을 활용할 가능성이 낮다. 칭찬을 들으면 “그게 아닙니다. 전 그렇지 못합니다” 라 부정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그렇지 않음을 장황하게 항변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은 겸손한 사람이 될 지 몰라도 애써 칭찬해준 사람은 안목 없는 사람이 된다. 무안해져서 다시 그에게 칭찬을 안 하기로 결심할지도 모른다. 내용의 진위를 따지기 보다는 관심 있게 지켜봐 준 점, 그것을 일부러 말로 표현해준 성의 등에 주목하여 감사히 받아들이면 된다. 칭찬은 칭찬일 뿐 사실 규명을 위한 대화가 아니다. 한 사람의 실체를 규정하는 한 방의 거한 칭찬보다, 작고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소소한 칭찬의 횟수를 올림으로써 칭찬지수를 높이는게 효과적이다.
리더의 작은 칭찬이 구성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장 원초적 힘은 자기긍정성과의 마주침에 있다는 점이다.
인간성의 가장 심오한 부분은
다른 이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갈망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 210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