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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이 풍성한 이유

by 리얼라이어

우리나라 말은 외국어에 비해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은 언어다. 그 수는 약 8,000어, 소형 사전에서도 2,000 ~ 3000 어가 기재될 만큼 풍부하다고 한다.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 '의성어(擬聲語) - ‘쌕쌕’, ‘멍멍’, ‘땡땡’, ‘우당탕’, ‘퍼덕퍼덕’ 따위가 있다'와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 '의태어(擬態語) - ‘아장아장’, ‘엉금엉금’, ‘번쩍번쩍’ 따위가 있다'는 생활 속 회화나 문장 안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의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함에 있어서 매우 실용성을 갖춘 언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처럼 일본어도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된 언어다. 일본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기에 외국인 입장에서 일본어를 공부해야 할 때 의성어와 의태어만 따로 모아 학습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말을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에게도 해당되는데, 우리나라 말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한국어는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이 달라진다. 가령, 남성은 '하하', '허허', '껄껄'처럼 웃는 모습을, 여성은 보통 '호호'와 같이 표현된다. 또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찬찬히 걷는 모양을 보고 '아장아장'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흔히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박완서 작가의 <미망>에서는 '초가삼간에서 물동이를 인 새색시가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처럼 물동이를 인 새색시가 조심스럽게 찬찬히 걷는 모양을 마치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 비유한 것으로서 작가는 읽는 이가 문장 속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는데 목적을 둔 문학적 관용표현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말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서 사용하는 표현이 바뀌니 외국인 학습자가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의성어와 의태어라는 점이 충분히 이해 간다.


우리나라 말의 경우 다른 어휘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의성어와 의태어에 강세가 있다. 내외국인 상관없이 어휘의 고저(高低)가 있다는 것은 한국어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능률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물이 넘치는 모습과 소리를 나타내는 말인 '출렁출렁'과 같은 경우에 '출'은 높고 강하게, '렁'은 낮고 약하게 학습을 한다면 단순히 외우기보다 느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살아있는 표현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는 '눈물이 주룩 흘렀다'보다 지속적이고 강조되는 느낌을 준다. 이렇듯 한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상황에 따라 '주룩주룩'처럼 반복형으로 쓰기도 하고 '주룩'처럼 단독형으로 쓰기도 한다. 문장 안에서 '주룩주룩'은 눈물이 빠르게 자꾸 흐르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므로 눈물이 잠깐 흐르는 소리나 모양인 '주룩'보다 감정의 정도와 상태가 부각되고 도드라져 보인다.


우리는 '아장아장'을 거쳐 어느덧 '성큼성큼' 걷게 됐다. 그리고 어느새 아빠, 엄마가 되었고,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가 우릴 보며 '쌩긋 방긋' 웃으면서 '뒤뚱뒤뚱' 걸어갈 때 행여 넘어질까 봐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는 우리에게 '짝짜꿍-짝짜꿍'을 가르쳤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네가 벌써 자식을 낳았냐면서 이제 너도 자식 길러보면 어미의 맘을 알 거란다. 역시 엄마의 말이 맞았다. '' 잘 때가 가장 예쁘더라. 그런 녀석이 '아야야' 몇 번하고 맛있게 '냠냠' 하더니 학교에 가고, 우리는 부모에서 학부모가 된다. 때론 '하하호호' 또 때론 '티격태격'하며 산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다 우리네 부모님 영정 앞에서 '아이고-아이고'할 때가 오겠지. 우리 곁에 영원히 계실 것이라 믿었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니 이 슬픔을 그 어디에 비교하오리까. 그저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그래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참 다행이지 않은가!


이와 같은 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문장을 꾸며주어 더욱 생기발랄한 표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훨씬 원활한 의사소통도 가능케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말이 외국어보다 풍성한 이유, 바로 의성어와 의태어가 우리 삶에 소금처럼 자리 잡은 덕이다.

뽀드득-뽀드득 | (c)슬로우 스타터

| 책 <빨간 연필> 줄거리


어제의 피치 못할 상황으로 학교까지 결석하고 싶었던 민호는 마땅한 핑곗거리를 찾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등교를 한다. 그런데 민호의 책상 위에 아직 깍지 않은 빨간색 연필 한 자루가 놓여있는 게 아닌가. 반 친구에게 주인을 물어보지만 임자가 없다. 무심히 책상 서랍에 빨간 연필을 던져둔 채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어제 일로 결석할 것이라 생각했던 유리 천사의 주인인 수아를 보니 민호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아뿔싸! 책을 꺼내려보니 필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칼을 빌려 책상 서랍에 던져둔 빨간 연필을 꺼내어 깎는다. 담임 선생님이 검사를 마친 일기장을 보니 여지없이 그저 그렇거나 못했다는 표시인 파란 도장이 찍혀 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종이 한 장 꺼내 놓으라고 했다. 아직 유리 천사를 가져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민호와 반 친구들 모두 '도둑질이 왜 나쁜가?'에 관해 글짓기를 시작했다. 민호는 잘하지도 못하는 글짓기까지 해야 하니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민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빨간 연필을 종이로 가져갔다. 그때, 빨간 연필이 신들린 무당처럼 글을 써내려 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종례 시간에 글짓기한 것을 돌려받았을 때 민호의 종이에는 빨간 도장이 찍혀 있었고, 처음으로 글짓기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 민호가 반에서 글짓기 슈퍼스타가 되는 순간이었다.


<빨강 연필>의 두 번째 목차 '2. 빨강 연필'편의 줄거리다. 이제야 왜 책의 제호가 <빨간 연필>인지 알게 됐다. 빨간 연필은 민호에게 신이 준 선물이 틀림없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 때 평정심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필을 깎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연필을 깎아 썼는데, 여전히 커터칼에 한 꺼풀 한 꺼풀 베어져 나가 나무에 꽁꽁 둘러 쌓인 검은 심이 점점 제 얼굴을 보일 때면 마치 '얼음 땡' 놀이를 하다가 얼음으로 멈춰 선 친구를 내가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연필을 돌려가며 검은 심을 뾰족하게 만들 때 나는 '슥삭슥삭' 소리에 가끔 소름도 돋지만 다 깎고 난 연필을 들어 올려 눈 앞에서 요리저리 살펴볼 때 스스로 장인(匠人) 같음을 느낀다. 이렇게 연필 한 자루로 평정심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땐 연필심을 꾹 눌러 일부러 부러뜨리고 다시 깎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다섯 번까지 해 본 기억이 있다. 요즘은 딸아이가 가끔씩 연필을 깎아달라고 부탁할 때 깎긴 하는데 길게 뻗은 다리처럼 모양이 예쁘지 않아 보이면 가차 없이 연필심을 꺾어 버린다. 이 모습을 본 아내에게 무슨 도자기 굽는 장인도 아닌데 아깝게 왜 그러냐고 핀잔도 듣지만 그래도 내가 깎은 연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쩌겠는가!


| 의성어와 의태어


책 <빨간 연필> 두 번째 목차 '빨강 연필' 일부 내용 발췌


두 번째 목차 '빨강 연필'편에서는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작품답게 이에 알맞은 의성어와 의태어의 쓰임이 돋보였다. 7개 문장에서 발견한 8개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발견했는데, 각 단어의 어감이 본문 내용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예건데 본문 내용 중에 '느릿느릿 가방을 열었다'는 문장이 있다. '천천히'라는 어휘를 사용해도 분위기상 상관없는데 '느릿느릿'을 씀으로써 민호의 답답한 심정이 가방을 여는 행동으로 까지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독자인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어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ㅓ, ㅚ, ㅜ, ㅟ, ㅡ, ㅢ, ㅣ'처럼 음성모음 계열로 조화된 의태어는 어둡고, 무겁고, 크고, 둔하고, 느린 느낌의 어감을 가진다. 때문에 민호가 가방을 여는 행동의 속도를 '천천히' 보다는 '느릿느릿'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때 읽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 민호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신수현 작가님의 섬세한 필력(筆力)에 엄지척을 보낸다.


덧붙여 말하면 본문 내용에도 쓰인 '사각사각', '자박자박', '종알종알'처럼 'ㅏ, ㅗ, ㅑ, ㅛ, ㅐ, ㅘ, ㅚ, ㅒ' 등의 양성모음 계열로 조화된 의성어와 의태어는 밝고, 경쾌하고, 가볍고, 빠르고, 날카롭고, 작은 느낌의 어감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두 계열의 대립의 예로 ‘찰싹찰싹·철썩철썩’, ‘하하하·허허허’, ‘졸졸·줄줄'등이 있고, 자음의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도 각기 짝을 이루면서 이질적인 어감을 보여주는데 , ‘데굴데굴, 떼굴떼굴’, ‘나불나불, 나풀나풀’ 등의 예가 있다. 이처럼 의성어와 의태어는 사물의 크기나 강도의 차이, 색의 명도나 채도의 차이, 행동의 크기와 속도의 차이 등을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찾아보기] 의성어 | 의태어 | 모음조화 | 예사소리 | 된소리 | 거센소리


| 어휘 학습지 구성


두 번째 목차 '빨강 연필'편에서는 처음 시도한 어휘 학습지 문항과 다르게 약간 변화를 줬다. 학습할 어휘가 들어간 문장을 쓰고 어휘의 뜻, 유의어, 반의어를 익힘 노트에 쓰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대신 예문, 속담, 관용구는 쓰지 않고 큰 소리로 읽으면서 눈으로 익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학습할 어휘가 들어간 문장뿐만 아니라 앞 또는 뒤의 문장까지 익힘 노트에 쓰게 하여 어휘가 적절하게 쓰이고 있음을 이해하도록 했다. 가령 이렇게 말이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더듬지 않고 읽었다. 발표가 끝났는데도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민호는 교실이 너무나도 조용해서 숨도 크게 쉬기 어려웠다. 이윽고 박수 소리가 하나둘 들리더니 순식간에 커졌다.'라는 문장이 본문에 나온다. 이를 모두 노트에 쓰게 하여 '이윽고'의 뜻뿐만 아니라 해당 어휘의 쓰임이 앞의 본문 문장 또는 내용과 무슨 연관이 있어서 사용됐는지 말이다. 이와 함께 '이윽고'가 들어간 예문까지 써서 어휘를 익힐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학습한 어휘를 가지고 짧은 글짓기까지 지으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어휘를 가지고 짧은 글을 지어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의태어 또는 의성어는 무조건 2개 이상, 나머지 어휘에서 2개 이상을 사용할 것'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도록 했다. 과연 이번에는 책의 본문 내용과 상관없는 딸아이의 순수 창작물을 볼 수 있을는지...


| 어휘 익힘 노트 확인


확실히 필기량이 줄었다. 물론 앞선 내용보다 비교적 익혀야 할 어휘의 난이도가 낮고 어휘량이 경미했던 것이 한 몫했다. 그리고 각 어휘와 어휘마다의 다양한 뜻과 관련된 예문, 속담, 관용구를 모두 기입하지 않고 큰 소리로 읽으면서 눈으로 익히게 한 게 필기량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학습을 마쳤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내 의도대로 딸아이가 실제 큰소리로 따라 읽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또한 유의어의 경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유의어마다의 정확한 뜻과 예문을 실제 찾아서 확인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익힘 노트를 확인하면서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윤쌤! 그렇다니까요. 혹시, 절 못 믿으시는 거예요?"


허! 녀석! 이렇게 말을 하니 믿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학습지 마지막 10번 문항의 노트를 보자마자 내 의도는 산산조각이 났다. 역시 첫 번째 피드백에서 제대로 꼬집어 줬어야 했다. 이번에도 짧은 글짓기가 책 내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주제 상관없이 학습한 어휘를 제대로 익히는 방식으로 짧은 글짓기를 해보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책의 본문 내용과 비슷하게 접근했다면 둘 중 하나다. 아이가 내 의도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거나 짧은 글짓기를 하기 싫거나다. 만약 짧은 글짓기를 학습지 문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면 쪽지 시험이라도 봐야 하나? 아, 이 방법은 정말이지 내키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각 딸아이는 TV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요즘 최고로 애정 하는 드라마 '여신강림' 본 방송을 아내와 함께 보고 있다. 늦은 시간에 방송하는데도 불구하고 본 방송을 보기 위해 수, 목요일에는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오늘 주어진 공부를 다 끝내야 차은우(이수호 役)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연신 '꺅'소리를 내며 홍조(紅潮) 띈 얼굴을 하고 있다. 벌써부터 피드백 시간이 걱정된다. 아무래도 내일을 기약해야겠다. 나로 인해 딸아이가 잠자리까지 가져갈 여운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으니 말이다.


| 피드백


"윤쌤이 글짓기를 해보라고 한 것은 말이야..."

"알아!"

"알아? 그런데..."

"어. 알아. 근데 나 완전히 똑같이 쓴 거 아냐. 읽어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냐?"

"맞아. 완전히 똑같이 쓴 것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책 내용과 비슷하다는 건 알 수 있어. 윤쌤이 글짓기 문항에서 의도한 것은 네가 학습한 어휘를 글짓기를 통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야. 이렇게 쓸 거면 우리 둘 모두 시간낭비하는 거야. 그냥 쪽지 시험을 보는 수밖에 없다구. 알아? 알겠어? 알겠냐구?"

"..."

"후-"


딸아이는 이미 뾰로통해 있었다. 꾸지람을 듣는 게 싫었던 것이다. 사실 딸아이가 첫 번째 학습을 마치고 어휘 익힘 노트를 확인할 때 아이에게 제대로 피드백을 해주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콕 집어 말하자면 아직 어떻게 피드백을 하면 좋을지 그 좌표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습한 내용을 하나하나 같이 짚어가며 복습을 하는 것처럼 일일이 피드백을 하면 좋을지, 아니면 퀴즈 형식을 빌어 유쾌하게 피드백을 하면 좋을지, 또 아니면 학습한 내용을 가지고 Q&A로 진행할지 등 코칭 계획 없이 첫 번째 학습을 마쳤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딸아이가 느꼈을 때는 지적만 하는 아빠의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더욱이 끝에 언성까지 높였으니... 아, 선생의 길은 참으로 하드 캐리(hard carry)하구나.


아내에게 호출이 왔다. 밖에서 들어보니 언성을 높이는 것 같더라고. 벌써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잊었냐고. 그렇네. 나도 모르게 그만 언성을 높이고 말았네. 교육을 받을 사람은 딸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교육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부모 교육 말이다.


차가

부릉부릉

배불러서 달린다


된장국이

부글부글

열 받고서 넘친다


엄마가

부들부들

화가 나서 쓰러진다


신현림 작가님의 책 <초코파이 자전거>에 실린 동시 '부릉 부글 부들'이다. 생활 체험에서 나온 언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끌어 것은 물론 의성어와 의태어로 우리말이 가진 말맛(어감, 語感)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미소를 짓게 만드는 신현림 작가님의 세심한 관찰력도 일품이다. 특히 위의 작품에서 '부릉부릉', '부글부글', '부들부들'이 주는 리드미컬(rhythmical)한 리듬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 운율을 살려 '부릉 부글 부들'을 다시 읽어보자.


어떤가?

엄마의 모습이, 엄마의 심정도 그려지는가?


의성어와 의태어가 언어를 이미지화하는데 이렇게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에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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