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고마운 사람들

by 아라온

올해 초 이사를 했다. 결국 엄마 옆으로 온 것이다. 등하원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엄마였다. 나를 키워준 엄마에게 다시 내 아이를 또 맡기는 것은 절대 하지 않으리 생각했었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부모님께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부모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확실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사 후 몇 달 뒤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다. 24시간 육아를 같이 하는 동지가 생겼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육아에 남편이 함께한다.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부터 아침을 먹이고 등원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남편이 있다. 부모님이 와 주실 때까지 화장실도 못 가던 아침이 한결 여유롭게 흘러간다. 아이와 병원에 가는 일도, 비 오는 날 아이 둘을 데리고 어린이집에 가는 일도, 하원 후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도 남편 덕분에 수월해졌다.


육아의 짐이 나누어지고 일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이사 후 출퇴근 거리는 더 멀어졌지만 부모님과 남편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른 아침 집을 나가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춰 집에 온다.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아이를 돌보고, 아이가 자면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한다. 새벽에 잠들기 일쑤인 날들이 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만족도는 이전보다 크다.


만약에 엄마가 없었더라면, 만약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생활이다. 육아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엄마의 오롯한 희생은 엄마만 병들게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다소 뻔뻔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엄마가 살고 아이도 산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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