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자란다
이제는 울지 않는다. 집 밖을 나와,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기만 해도 울던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내내 온 동네가 시끄럽게 울어 재끼던 아이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어린이집 문을 열고 선생님을 만나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던 아이는 사라졌다. 이제 아이는 어린이집 가기를 기다리고 가는 길에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후가 되면 엄마를 다시 만난다는 것도 알고 어린이집 앞에서 태연히 엄마에게 손을 흔든다. 가끔은 하원하는 게 아쉬운지 엄마를 따라 나오려 하지 않고 몸을 뒤로 빼는 날도 있다.
아이들은 자란다. 매일 자라고 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산다. 밥 먹이기, 치우기, 씻기기, 옷 입히기 등의 일과를 하다 보면 아이가 크고 있는 걸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뒤돌아 아이를 바라보면 며칠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훌쩍 커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부쩍 작아진 옷을 보거나 키보다 훨씬 높았던 가구들이 낮아졌을 때 말이다. 아이의 행동 변화로 아이의 성장을 깨닫기도 한다. 혼자 노는 시간이 늘었을 때, 던지기만 하던 블록 장난감으로 만들기를 시도할 때, 혼자 밥을 먹으려고 할 때, 못하던 말을 내뱉기 시작할 때, 엄마의 감정을 살필 때 등등.
그 모든 순간들이 기특하면서도 울컥하다.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잘 크고 있는 게 대견하다. 전에 하지 못했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보여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내 아이는 천재인가'하는 모든 부모들이 범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뿌듯함과 함께 가슴이 짠해진다. 이 속도로 아이가 큰다면 금세 엄마로부터 멀어지는 날이 오겠구나 싶어서다. 언제든 안고 입 맞출 수 있는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될 날이 그리 먼 일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지금이 좋을 때다"라고 하는 어른들과 먼저 엄마가 된 친구들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 것 같다.
하원할 시간이다. 아이와 떨어져 6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를 꽉 끌어안는다. 언제까지 엄마를 보면 달려와 안길까 싶어 더욱 꼭 안아준다. 놀이터에서 원하는 만큼 신나게 놀아주리라 다짐한다. 아이의 장난에 얼굴을 붉히지 않으리 생각한다. 빨리 자라고 다그치지 않고 밥을 깨끗이 먹지 않는다고 소리치지 말아야지 마음을 먹는다. 생각과 달리 화를 내고 다그치지만 매일같이 다짐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내 인생에서 찰나와 같이 짧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이 두 돌이 되고서야 엄마도 비로소 엄마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