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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Jun 15. 2020

진보정당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정의당 광주시당 혁신 토론회에서

정의당 혁신위원들은 6월 내내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먼저 청취하고, 혁신위에서 토론을 통해 혁신안을 성안하고, 다시 초안을 가지고 전국 간담회를 한다는 일정인데, 너무 형식에 얽매인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청취만 하지 않고 혁신위원들이 생각하는 대안도 과감하게 말해달라는 게 당원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혁신위원회도 일정과 방향을 바꿔 각각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 지난 6월 13일(토) 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에서 열린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혁신 토론회에 혁신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아래는 당일 토론회가 시작할 때 인사말로 드린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광주 당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정의당 혁신위원 홍명교입니다.


얼마 전에 혁신위원으로 추가 선임이 되고, 제가 진보정당 당원이 된지 몇 년이 됐나 세어봤더니 스무살부터 지금까지 18년이었습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인데, 그간 저는 정당 운동과는 무관하게 당밖의 사회운동, 노동운동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정의당에 애정은 많은데 비판적이기도 하고, 잘 좀 됐으면 좋겠는데 아쉽고, 그렇게 변두리에서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당적만 갖고 있다가 갑자기 진보정당 문제에 관심을 크게 쏟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조 상근활동가로 있던 7년 전 일인데요.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가 돌아가신 날 밤이었습니다. 전태일처럼은 못 돼도, 삼성 자본의 노조 고사 작전으로 배고파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생각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던지셨죠. 밤 늦게 천안까지 달려갔는데, 너무 화도 나고, 슬프고, 황망한 가운데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한데 놀랍게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 셋이 그 자리에 왔습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은 “은수미!”를 연호하고, “우원식!”을 연호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진보정당만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 항상 진보정당과 노동자운동이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정작 제가 있는 현장에선, 뭔가 달라지고 있는데, 내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당 고 노회찬 의원은 삼성 x파일을 정의롭게 폭로했다는 이유로 고난을 겪었는데, 당시 제가 있던 노조는 상황이 너무 절박했고, 교섭을 할 때에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바지끄댕이라도 붙잡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답답했고,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인지 거꾸로 되짚어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진보정당이 잃어가는 길, 노동자운동이 잃어가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정의당 안에서 뭔가 큰 책임을 맡아 활동한 경험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혁신위원을 결의하게 된 것은 이제는 정말 정의당이, 진보정당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 노동자운동의 정치운동이나, 사회운동의 사회변혁 노선도 영원히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광주에서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연다고 하셔서 오게 됐습니다. 제가 추가 선임된 혁신위원이라서, 이제 막 회의도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고민도 하고, 여러 의견들도 읽고, 글도 쓰고 있는데요. 그런 시간을 거칠수록, 우리 당 혁신이 참 만만치 않은 과제란 걸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정의당이 당원과 시민들에게 사회모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원 하나하나가, 지역이 생동있고 활력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저도 변두리에서 비판만 하고 그랬는데, 경계 위에서 가진 문제의식을 과감하게 풀어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혁신이란 게 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운동의 운명이 걸린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간담회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많은 이야기, 압축적으로 듣고 가겠습니다. 


광주의 동지들, 선배들이 지역에서 느끼는 생생한 고민과 문제의식 촘촘하게 듣고, 잘 받아 적어서, 앞으로 또 전국의 당원들 만나면서 나누기도 하고, 혁신위의 혁신안 구성 과정에 반영하면서, 제대로 된 혁신안, 허황되지 않으면서 과감한 혁신안, 당장 모든 걸 뒤바꾸진 못해도 변화의 주춧돌이 될 혁신안 만들어가겠습니다. 가감 없고 날카로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상근 활동 당시 최종범 열사 투쟁 시기에 직접 만든 추모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AI7s7R5n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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