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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Dec 14. 2020

습관 만들기

얼마 전 A가 높은 꿈이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는 자기는 꿈 같은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물론 그도 전공이 있고,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그게 딱히 엄청난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단다. 


놀랍게도 요즘 나는 그와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A보다 8살이 많은 나는 그가 지닌 습관의 힘이 나중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규칙적인 일상이 축적하는 습관들은 당장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쯤, 아니 1년만 지나도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5년 전의 A와 지금의 A는 아주 많이 다르다. 


나도 1년 정도씩은 규칙적인 삶을 살아본 적이 있었다. 열아홉살 때 수능공부를 할 때 그랬고, 군대에서의 2년 간, 그리고 베이징에서의 1년이 그랬다. 그 시간들만큼 조용하고 아무 성과 없이 산 적도 없지만, 그 시간들만큼 나를 키워준 시간도 없다. 그외의 시간에서 나는 미친듯이 달리다가 다시 풀어지고, 또 무언가를 향해 달리다가 지치는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나는 이제 더는 그렇게 살 수 없다. 


돌아보니 11월 초 이후 한 달 넘게 슬럼프였던 것 같다. 꾸역꾸역 뭔가를 계속 했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계속 갈피를 못잡았다. 세상 돌아가는 꼴은 우울하고, 코로나 상황이 만드는 제약들도 크고,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기력증만 심해졌다. 


sns 습관은 줄이고, 다른 습관 만들기로 극복하려고 한다. 코로나 핑계로 며칠 갇혀 있으면서 주말 동안 내내 계획을 세웠다. 매일 아침과 자기 전 1시간씩 중국어-영어 공부를 하려고 촘촘하게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에 한 편씩 중국에서 나온 사회운동 관련 글도 번역해서 소개하려 한다. 의지만으론 안 될테니, 플랫폼c 메일링리스트에 주간 동아시아 뉴스레터를 만들까 한다.

 

누구나 1월 1일이 오면 습관처럼 새해 결심을 하거나, 새 다이어리를 펴놓고 마음가짐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고, 그것을 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분간 습관에 맹목적으로 사로잡힌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그래야 사회운동이든 영화든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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