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선생님한테
밥 잘먹는다고 칭찬받았어요!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의 먹거리가 늘 그립고 아쉬웠던 아이에게 한국 학교의 급식은 왠만한 고급식당의 음식만큼이나 귀하고 맛난 존재다.
이것 저것 들어가 있어서 다른 친구들은 싫어한다는 영양밥도 재료가 없어 만들어 주지 못했던 탓에 아이는 이것 저것 다 들어가 맛있고 신기한 밥이 되어버려서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다 먹어 버린다.
독일에서 조차 얼마나 저장되고 있었을지 모르는 진공포장된 봉지김치가 나흘걸려 우리집에 날아오고 그렇게 이삼주 넘게 우리 집 냉장고에서 삭아가더래도 최대한 아끼고 아껴 먹어야 했던 그야말로 금치다. 그마저도 배추김치뿐이다.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다양한 김치가 아이에겐 천국의 찬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김치를 못먹거나 안먹는 아이들에게 급식교육을 하느라 애를 먹는다고도 하니 선생님눈에는 김치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는 아이가 기특했나 보다.
3월 신학기를 맞아 선생님께 처음 받은 칭찬이 밥잘먹는다는 것이라는 것을 보니 말이다. 비록 젓가락질은 잘 못하지만 밥은 잘 먹는 아이, 이렇게 밥을 잘 먹으면서도 걸그룹 뺨치는 뒷태를 자랑하는 아이는 이제 한참 크려는지 살이 찌려는지 밥을 먹고 돌아서면 그새 배가 고픈 모양이다.
“엄마, 쿠키 구워주세요!”
저녁먹은 설겆이를 막 마치고 자리에 앉은 내 손에는 아직 물기가 촉촉하다.
“쿠키는 내일 구워줄께”
“음... 그럼 짜장떡볶이 해주세요!”
야, 엄마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갔다가 오자마자 저녁주고 그거 치우고 이제 막 앉았는데 쿠키니 짜장떡볶이니 해달라 소리가 나오냐!??!
피곤도 하거니와 이제 좀 자리잡고 앉아 공부라도 해보려던 참이라 살짝 짜증이 났다. 짜증도 잠시, 터덜터덜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문을 열고 한참을 서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에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시럭부시럭 냉장고를 뒤진다. 춘장을 기름에 볶아 불맛을 내고 양배추와 양파를 잔뜩 썰었다.
‘이노므 지지베, 그냥 떡볶이도 아니고 하필 짜장떡볶이가 먹고 싶을 게 뭐람’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도 손이 바쁘다.
그리고 오늘은 쿠키를 구웠다.
엄마란 자리가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