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r 19. 2018

관계의 온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각각의 적정 온도가 있는 법이다.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는 그 온도를 달리 만들고 그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쓰게 한다.


뜨겁다 싶은 온도의 관계는 행여나 식지 않도록 보글보글 끓여야 하니 적당한 긴장과 부담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동안 너무 연락을 못했나?

지난 번 보내준 것, 잘 쓰고 있는데 이쯤에서 나도 보답을 해야 하나?

안 본 지 오래 되었으니 만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끊임없이 열을 가해 보글보글 끓인다.

그러다 상대든 나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더이상의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다고 여기기 시작하면 급격히 식을 수도 있다.


한 번 식은 관계를 다시 끓이려면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야 하고 끓고 식고의 시간차가 벌어지면서 그렇게 누군가는 떠나가기도 한다.


보글보글 끓지는 않지만

커다란 가마솥에 뭉근히 데운 듯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관계도 있다.


두껍고 커다란 가마솥을 데우는 데 한참

그 안의 것을 데우는 데 한참

보글보글 끓이기 위해 빈번하게 투입한 에너지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에너지가 들었을 게다


무심하게 잊은 듯 놓아두어도 여전히 식지 않은

손을 쑥 담가 보아도 뜨겁지 않아

절로 손을 움츠릴 필요없이

기분좋게 뭉근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


친구가 맞는가 소식도 뜸하고 자주 보지도 않지만

문득 문득 일상의 어느 한 자리에서

시공간만 달리 한 같은 감정과 그때의 일상 단편이 떠오를 때 자주 등장하는 친구가 있다.


우중충한 오늘 같은 날

그 친구는 종합강의동 4층 자판기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나를 그리워한다.



내가 그리운 것인지 그 커피가 그리운 것인지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모를 그리움을

각각의 장소에서 공유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밥 잘 먹는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