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교복 치마 좀 수선해야 겠어요
딸아이가 교복치마를 수선해야 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허릿단을 접어 치마를 짧게 해 입던 기억이 소환된다. 그때야 삼년 내내 입으라고 무릎아래 종아리 반절까지 덮는 벙벙한 치마를 맞춰 입곤 했으니 허릿단을 접어올려서라도 무릎을 드러낸 것이리라 지난 날의 나를 애써 이해해 본다.
허벅지 전체를 드러내고 엉덩이를 겨우 가린 짧은 교복치마, 걸을 때 마다 터져나갈 것 처럼 몸에 딱 맞게 줄인 교복치마와 쟈켓
교복수선의 단상이다.
그런데 세상 고지식하고 정석대로만 행동하는 딸아이가 교복을 수선해 달라 하니 조금 의아하단 생각이 드는 차에 아이가 덧붙인다.
책가방메면 뒤에 치마가 좀 뜨는데
이거 치마가 짧아서 신경쓰이거든요.
최대한 길게 좀 수선해 주세요.
요즘 교복치마는 기본적으로 좀 짧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편인 딸아이는 줄이지 않은 기성교복을 그대로 입어도 무릎은 물론이거니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건을 집어들 때마다 아이는 교복치마가 신경쓰여 행동에 제약을 느끼는 모양이다. 옷이 사람의 행태를 구속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수선집이 어디있더라?
묘하게도 Turku 우리 동네 카후빠할리 한 켠, 베트남 출신 여자분이 운영하던 작은 수선집만 떠오른다. 어딜 가서 수선해야 하나..영화 클래식의 손예진 배우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가인 배우의 곱고 단정했던 교복 핏을 떠올리며 인근 수선집을 수소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