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4월인데 날이 차서, 눈이 와서가 아니라
봄이 주는 따스함과 싱그러움이 없다.
하늘끝을 날아오를듯 뻗어올라간 기왓장이며 알록달록 단청으로 수놓인 처마가 사진 속에서는 그렇게도 예뻐 보였더랬다.
한국에 가면 가봐야지, 가봐야지
구글에 별표를 찍어 놓았음에도 쉽사리 건너가 보지 못했던 다원엘 다녀왔다. 삼청각이라 해도 좋고 다원이라 해도 좋고 성북동이라 해도 좋고 뭐라 부른들 아무랄 것도 아니지만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위치에서 찻집을 하는데 어쩜 이리도 아무 생각없이 운영을 하는거지? 경관이 아까웠고 세상 맛없음없에도 만원 돈의 찻값을 내야 하고 커피값을 내야 하니 그것도 억울했다.
화창한 날에, 따스한 날에 다시 오면 조금은 더 괜찮으려나? 하지만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
인근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 하여 들렀는데 들르지 말 것을 괜히 들렀나 보다.
손가락으로 꾹꾹 빵을 누르고 다니는 아이 둘과 그 아이들이 만진 빵은 구매하셔야 한다는 점원에게 눈을 부릅뜨고 싫은 내색을 하는 엄마들을 볼 줄 알았다면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들끼리의 말로라지만 곁에 있는 내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험한 말은 자기의 직분을 다했을 뿐인 점원에게 향해 있었고 그녀들의 논리는 그저 만졌을 뿐인데 본인들에게 사라고 하니 기가 막히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는 나는 당신 아이들이 손으로 눌러 댄 빵을 도대체 다른 사람, 누가 사다 먹어야 하는지 묻고 싶어 기가 막혔다.
손으로 만졌을 뿐인데 사야했던 그 말썽많은 빵을 억지로 쟁반에 담은 그녀들은 점원이 다른 곳을 응시하자 제 자리에 도로 가져다 놓자고 모의를 한다. 역시나 내 귀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는 아직, 이기적이고 공공에 대한 예의를 모른다. 우리의 의식도 아직은 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