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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20. 2018

아이들, 괜찮은 걸까

엄마, 친구들이 다 슬퍼해서 기분이 안좋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슬퍼?


작은 아이는 한국에 돌아와 주변 친구들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고 어려운 수학을 익히고 있는지 보더니 최대한 어려운 수학을 빨리 배울 수 있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소위 선행과 심화


대치동인근의 아이들은 초등생도 고등수학 과정을 익히고 정석을 푼다. 중등 입학무렵 고등수학을 몇 바퀴 돌렸는지가 중등 대비의 기준이 되는 곳이니 중등과정도 시작안한 아이는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대치동 학원가를 수소문끝에 중등과정을 이미 공부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화서로만 두 달에 한 학기과정을 공부하는 어마어마한 곳을 찾았다. 물론 돈을 낸다고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두 학기분의 심화이상 문제로 테스트를 보고 영재성검사인지 지능검사인지를 별도로 한 번 더 본 뒤 걸러진 아이들만 해당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는 테스트까지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엄마랑 함께 꾸준히 하던 책읽기나 영어지문읽기 등의 일상적인 공부를 빼달라고 부탁했고 제 학년 아이들도 상위권이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다는 악명높은 심화문제집 두 권을 사달라 했다. 일주일 동안 두 권을 풀어낸 아이는 턱걸이로나마 테스트에 통과했고 두 달에 한 번 한 학기 공부를 마친 뒤 총괄평가를 통해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유급되는 시스템에서 용케 버티고 있다.


어제는 세 번 째 총괄평가의 날이었다. 아이가 이곳에 다닌지 반 년이라는 뜻이고 내가 한국에 돌아온지도 이제 반 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이는 한국의 사교육 중심지 혹은 교육특구라는 대치동아이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슬퍼지고 있으며 내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엄마가 총괄평가 80점 안넘으면 학원 끊겠다고 했대요. 그걸 시험 전날 말하는 법이 어딨어요. 그런데 오늘 열 한개를 못풀었대요. 푼 거 다 맞아도 쫓겨나는데 어쩌면 좋아”


@@는 학원에 가서 만나 친해진 다른 학교 친구다. 인근 각 학교의 해보겠다 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니 학교친구 반친구와는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된다. 60점만 넘겨도 통과되는 강도높은 시험인데 친구아이의 엄마는 80점을 넘기라고 하셨다.


“ 지난 시험에 80점 넘었을 때 나 다섯개만 몰랐는데 열 한개 못풀고 어떻게 80점을 넘어.”


아이는 울듯 말듯 슬픔이 역력하다.


그리고 기준 점수에 못미쳐 유급되는 것을 아이들은 쫓겨나는 것이라 표현한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더이상 학원에 못오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걸 걱정하는 친구의 마음도 알기에 아이도 덩달아 우울해진 모양이다.


미리 말씀하신 것이 아니니까 정말 그만두게 하시진 않을거야. 준비할 기회도 주지 않은 거쟎아. 아마 한 번쯤은 기회를 더 주시지 않을까? 그리고 이건 그냥 혹시나 해서 하는 소리인데, 넌 쫓겨나기 전까진 니가 다니고 싶으면 다녀.


물론 ,
힘들거나 어려워서 다니기 싫으면
언제라도 그만 둬.
공부는 괴로우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는 동안 즐거워야 하는거야.



이상한 노릇이다. 이 학원은 악마가 세웠나 보다, 전쟁나서 대치동에 제일 먼저 폭탄이 터졌으면 좋겠다고들 하면서도 학원을 끊겠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협박이 통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 괜찮은걸까?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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