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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Jun 02. 2020

이 와중에 수영장

가족안심 숙소에서 발견한 즐거움ㅡ수영

2020.6.1. 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된 수영을 코로나 덕분(?)에 다시 하게 되다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2주간 호텔에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답답할까 걱정하던 중 물 만난 고기처럼, 수영장을 만났다. 코로나 여파로 내가 다니던 수영장 풀에 물이 마른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다. 언제 다시 개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호텔 수영장은 신세계다.


해외 입국자 가족으로서 머물게 된 숙소 4층에 아담한 수영장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코로나 때문에 설마 했었는데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정상 운영을 하고 있었다. 투숙객만을 위한 편의시설이라 외부인은 입장 불가다. 혹시 몰라서 집에서 나올 때 수영복 3벌을 챙겨 왔는데,  참 잘한 일이다.


수영장 관련된 직업군들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 것이, 노년의 건강을 책임지는 유일한 운동이라 여기는 어르신들의 즐거움은 또한 코로나한테 강탈당다. 마 뜻밖의 상황에 처한 내가 매일 아침 수영장에서 수영한다는 사실을 알면, 나와 함께 수영을 배웠던 사람들은 많이 부러워할 것 같다. 수영장 개장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체크인하고 들어온 다음날 아침 6시 30분쯤 수영장을 갔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고요함 속에 하늘색 물빛만 잔잔하게 고여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입어보는 수영복, 너무 오랜만에 들어가 보는 풀이었다. 과연 내가 영법들을 다 기억할까? 걱정되었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전에 배운 기억들을 내 몸이 반사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수영장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혼자 우아하게 물을 가르고 있는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혼자라서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라,  오랜 시간 머물지 못하고 30~ 40분 정도 몸을 풀고 나왔다. 그때까지도 인기척은 없었다. 

과연 아침 시간처럼 다른 시간대도 사람이 별로 없을까 궁금했다. 투숙객이 많지 않으니 수영장도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오전과 오후 낮시간대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저녁 시간대는 연인들이 주로 이용했다. 저녁에는 커플들끼리 들어와서 등에 업고 수영을 하는 수준이라, 나 같은 사람은 절대 가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혼자서 미친 듯이 수영에 집중하는 것도 그들 눈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아침 수영을 선택하게 된 셈이다.


그렇게  10일 동안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수영을 했다. 너무 심심해서 그중 2번은 작은딸을  반강제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깨우는 일이 힘들어서 '딸과 함께 수영'은 포기했다. 이제 남은 4일도 빠지지 않고 갈 계획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또 언제 수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방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수영장이 있다. 그야말로 수영장을 곁에 끼고 있으니 내 것처럼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반가운데 수영장을 두고 떠나는 일은 벌써부터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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