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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박씨 Nov 25. 2019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더니 모두 장수하겠다!

20대 초중반을 함께 한 AIM이라는 이름의 사람들

어쩜 이리 안 변하니...

2019년 11월 어느 초겨울의 종로 이발소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변함없이 20년전 가격 그대로 멈춘 곳, 우리가 그랬다. 미국가서 어학원 사업가가 되어 금의환향한 호의 비즈니스 출장으로 오랜만에 5명이 모였다. 나머지 4명은 가끔 술자리를 하거나 업무 관련 교류가 있어 자주 보는지라 특별할 게 없었지만 호의 갑작스런(?) 등장은 4명에게는 모임의 명분과 꺼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


간만에 모였으니 사진도 한장 찍었을 법도 한데... 40대 중반 남자 5명은 10여년만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장 남기지 않는 아재들이 되었다...


사람은 안 변해!

어제 가장 많이 이야기한 명제 중 하나는 '사람은 안 변해!'였다. 특히 사십 중반에 들어선 우리는 더욱 그랬다. 심지어 이제 성격이나 캐릭터를 바꿀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 스스로도 나이가 들면서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자연스럽게 귀를 닫게 되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현상을 느끼기에... 나이들면 끼리끼리만 본다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제 모인 5명은 저마다 너무 달랐다. 그래도 내가 그들을 보게 되는 이유를 꼽자면 내가 가지지 못한것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최근들어 자주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 중인데,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나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보는 그들은 이런 사람이다.


교회오빠, 호

어제의 주인공! 호는 94년 입학도 전에 2월 OT에서 만났으니 만난지 25년이 지났다. 전형적 강남 교회 오빠 스타일이다. 매사가 진지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잘 웃어준다. 지금도 여전히 청교도적인(?) 삶을 살고 있고, 어제는 그래서 재미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굿건한 캐릭터다. 나에겐 부족해 보이는 도전 정신을 호는 갖고 있다.그래서 나는 그에게서 항상 응원을 받는다. 저질러보라고! 그 중 내맘에 드는 것만 실천하지만, 여전히 그는 나의 멘토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도전 정신이 낯선 미국에 가서 일가를 이룬 원동력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그리고 이젠 자주 연락하면 지내길!


에너제틱 투머치토커, 정

남들과 같은 것을 누구보다 못 견디는 사람. 말을 제일 많이 해야 하는 사람! 하고싶은것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100년가는 SF영화를 만들겠다며 투자사에 시나리오를 돌렸다고 한다. 정은 나에게 없는 유쾌함과 잡학다식함이 있다. 아님말고의 존버 정신도 있고.. 정과 대화를 하면 항상 내가 무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정의 잡학다식함이 담긴 스토리를 듣다 보면 가끔씩은 머리를 띵~하며 스치는 영감이 올때가 있다. 물론 듣는 사람이 잘 잡아내야 한다. 그 순간을 잘 캐치해 내 방식대로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로 연결시키면 잘 팔렸다. 앞으로도 눈치껏 시끄러우시길!


네츄럴 본 비즈니스맨, 주

우리 중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법하다. 지금은 그의 커리어와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광고회사 대표다. 많은 광고회사 대표들이 AE나 CD출신인데 반해 일본통, 경제통이다. 국회의원, 주일대사 등 고위직을 두루 지낸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느끼는데 유달리 배포가 크고, 사업가 기질이 남다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꾀뚫어 보는 능력을 토대로 한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같이 사업을 하는 정의 평가다. 호, 정은 학번이 1년 선배라 나에게 선배대접을 받는데, 주는 빠른 년생이고 첫 관계가 친구로 시작해서 셋은 친구먹는데 나에게 친구대접을 받고 있다. 좀 꼬인 관계... 앞으로 이와 내가 어떤 비즈니스로 엮일지 가장 궁금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사업 번창하시길!


뭔가 짠한 막내, 순

일단 미안하다. 언젠가부터 자꾸 이 녀석에겐 꼰대 말투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나의 실기 과정이나 잘못했던 행동을 가끔하는게 보이는데, 이럴 때마다 난 그게 안타까워서 조언을 한다. 20년 전 처음 만났을때 예비역 선배처럼... 어제도 오늘 면접간다는 이야기를 듣고..'이발하고 가라!'고 내뱉고 말았다. 마흔이 넘은 가장에게 내가 할 소리인가?? 지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도 이녀석아 그만 착하게 살고, 실속 챙겨! 그리고 너의 무기를 만들어!'라고 나에게 할 소리를 순에게 한다. 잘해 막내야! 내가 이런 소리 안하길!


이게 나야!? 그때 그때 달라요

어제는 응답하라 이공공공, 정도로 돌아간것 같다. 2000년 벤처 붐을 타고 대학교에도 창업붐이 불었다. 창업동아리가 인연이 되어 만난 이들은 어제 만남에서 20대 동아리방으로 돌아갔다. 외모도 말투도 생각도 그리 달라진게 없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어디선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한 하루였다.


다른 모임에서는 몰라도 우리 관계 속에서는 난 이런 고정된 이미지(고정관념)를 갖고 있다. 그들도 나를 자기들의 관점에서 볼 것이다.


난 그들에게 어떤 민일까???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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