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13일이 지났다
소속이 없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개 회사에서 3년, 13년, 8개월간 조직에 속해 있었다. 어딘가에 속하게 되면 큰 문제가 없다면 헌신하는 편이었다. 30대에는 가끔이지만 이직 제안도 꽤나 받았던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그런 연락이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프리랜서
여차 저차 한 이유로, 이건 핑계고, 직급에 걸맞은 능력이 부족해 지금은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아이템에 확신을 갖고 시작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창업 세상에 확고한 의지도 없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개인사업자 내고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말았다. 정말 대책이 없는 아이다! (아이라고 하기엔 40대 중반인데 많이 징그럽지만, 아직 이렇게 철이 없다...)
두려움 반, 기대 반
당장 생활비 걱정은 둘째치고 십몇년을 새벽에 깃발 꽂힌 곳으로 관성처럼 달려가던 나에겐 가장 큰 두려움은 당장 내일은 어디로 가야 하나였다. 다행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디캠프라는 훌륭한 공간이 있었지만, 문득문득 먹거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100일이 조금 지났다. 소속이 없어 크로스핏을 할 짐도 정하지 않았지만 5시 반에 일어나서 매일 아침 집 근처에서 조깅을 1시간 하고,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10시 이전에 강남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또 소식을 들은 몇몇 지인분들의 배려로 몇 개 회사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생각보단 괜찮다
아버지, 형수, 와이프는 매우 궁금해한다. 저래도 괜찮은 건지.. 먹고살 수 있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올 연말까지는 이렇게 살기로 했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재밌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에 대한 답은 조금 미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