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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Jun 01. 2023

삶이란 악조건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일  

김병수,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상사와의 감정적/업무적 트러블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내가 보이는 게 적은 단계이니 배워가면 되는 거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면 눈물이 차오른다. 크게 나쁜 상황도 아니고 이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쿨하게 넘어갔지만, 마음은 아니었나보다. 회사에서 날카롭게 압박하는 말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컥하는 약한 사람에게,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오랜만에 눈에 들어오는 책을 꺼냈다. 그리고 열자마자 마주한 문장은 이러했다.


모든 삶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인간의 심장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달성하지 않는 한 멈출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의미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잃는 순간 인생의 시계도 멎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p.96)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인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울컥한다. 서울아산병원의 스트레스 클리닉,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 교대역 사거리에 있는 작은 의원에서 내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고 한다. 보통 책의 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는 본인이 적어 출판사에 전달하곤 하는데, 거기에 적힌 저자의 소개가 너무나 겸손하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해서 포스트잇을 붙여둔 부분을 읽기 전부터 위로가 되었다. 


작년 스타트업에서의 한 해를 보내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정신적 탈출구의 중요성이다. 이곳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현재이자 미래라면, 그곳이 불만족스러울 때 극히 답답한 마음이 된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그 분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싶었다. 그만두고 싶어도 떠날 곳이 없고, 자신 혼자가 아닌 가족들을 부양하기에 버텨야하는 삶. 내 존재의 가치가 폄훼된다고 느낄때, 그럴 때, 나는 다른 회사로 언제든 떠날 수 있고, 회사가 아니라 다른 취미/전공/역할로서의 나를 상기하며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심호흡을 하며 나는 버텼다.


오랜만에 비슷한 느낌의 상사를 만나, 비슷한 심호흡을 하게되는 요즘. 문제를 회피하는 건 아니고, 여기서 배울 수 있는건 모두 배워서 다음 단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자존감, 추후 걱정되는 평판, 다른 동료대비 더 날카롭고 모질게 쏘아붙인다는 느낌을 받으며 나는 다른 면에서의 가치가 있는 사람. 다른 소중한 사람이 응원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오후를 버텼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예전에 붙여둔 포스트잇에서 그 생각의 근거를 받았다.


자기가치 확인 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에 위협을 느낄 때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 자존감에 위협을 느낀 것과 무관한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무척 효과적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책, 도시, 영화, 노래, 취미 같은 걸 생각하고 글로 적어봐도 좋습니다.(p.49)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다시 적어보고 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피로한 때에는 생산적인 활동을 할 힘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게 최선이고, 책을 넘기고 회사일을 좀 더 볼 에너지가 뼛 속부터 사라진 느낌. 적다보니, 한동안 오지 않았던 우울감이 다시 찾아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 출퇴근을 하며 최소한 매일 5천보 이상은 걷고 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좀 더 생산적으로, 이 상황을 조감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마침 또 이 생각에 딱 맞는 부분을 읽었다. 


스트레스는 몸을 써서 푸는 게 최고입니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몸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생각, 명상과 기도, 감사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우울증을 날려버리는 데는 운동이 제일 효과적입니다. 이 때, 운동을 하는 것과 노동으로 몸을 쓰는 것은 다릅니다. 그러니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 합니다.(p.139-140)


마흔이 아닌 어느 누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요새 상담을 필요하면 받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이 곳에 들리면 좋겠다. 여의치 않더라도, 책을 다시 훑어보며 간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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